우리 지역 예술가를 만나다

한국의 독특한 미학을 찾아서 나선 서양화가 윤익한

지역내일 2009-09-03
9월 4~13일 고양어울림미술관에서 10번째 개인전 <비다·鬱>전을 갖는 서양화가 윤익한. 개인전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장항동 양지마을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림에 문외한인 리포터에 눈에 비친 그의 화폭에는 언뜻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흑과 백의 대비가 두드러진 그림들이 대부분. 하지만 수묵화가 아닌 우리 전통적 재료인 석채(石彩)를 사용했다고 한다.

윤익한 작가는 1994년 바탕골미술관에서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번의 개인전과 2004년 목동 리 사람들 전(정글 북 아트갤러리), 제11회 한국 고양 꽃 박람회 꽃과 미술의 만남 전, Camino Nuevo(일산 롯데아트 갤러리), 아트그룹자유로 기획 만남-화가와 시민 (호수갤러리), 예우전 다름의 공전(세종문화회관), KOREA-THAI-CHINA Art and Cultural Exchange, Workshop and Exchange (인사 아트센터)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모든 것을 비워냄으로써
더 많은 것 채울 수 있어
이번 10번째 개인전 <비다·鬱>전은 ‘비워내고 채운다’는 주제의 설치 및 평면작업으로 지금의 한국미술이 주로 서양의 방법론적 수용에 치중하는 것을 지향하고 우리의 전통성 및 문화를 수용한 전통적 재료 석채를 사용해 한국적 의미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鬱(울)이란 한자가 좀 어려운데 ‘울창할 울’입니다. <비다·鬱>은 꽉 채워있음이 비워있음과 같고, 비워냄으로서 다시 채울 수 있다는 동양사상에 바탕을 두고 ‘모든 것을 본질로 되돌리자’는 함축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작품들에 서양의 시각적, 재현적 현상이 아닌 정신세계의 모든 것을 비어가는 ‘직관과 명상’의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 뿐 아니라 작가는 지금까지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한국의 미를 가진 한국화의 창조’란 화두에 매달려왔다. 중국은 수묵화, 일본은 서양의 그림에 자신들만의 화풍을 접목해 ‘일본화’란 것을 창조했지만 우리의 미술양상은 문화적 독창성이 아닌 서양미술의 방법론적 수용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대부분 수묵화를 우리 전통화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또 최근 들어서는 작가들이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와 오브제를 사용함으로서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현대적 의미 담은
독창적 한국화 작업에 매진
윤 작가는 “문화적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현대성을 추구해나갈 수 있는가”에 천착하고 있다.
작가의 이런 고민이 담긴 작품들은 회화뿐 아니라 설치작품으로도 선보일 예정. 작업의 내용은 과잉과 형식의 현란함을 미학으로 내세우는 미술과는 달리 행위가 아닌 심상의 개념으로 명상의 구조와 전통에의 관심, 그리고 그에 대한 성찰의 흔적들이 어떤 젓인지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전통에 대한 재해석의 시도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나타나듯 여전히 흑과 백의 대비적 구조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사용하는 검정은 화면을 구성하는 물질로서의 흑이자 상징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돌의 성질을 담은 광물질 석채를 사용함으로써 독창적인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동양적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작업을 이루는 검정의 화면이 보편적 의미체계를 나타내고 있다면 이와 대립을 이루는 백색의 화면은 작가의 주관이 개입하는 장소로 읽혀진다. 백색의 화면 위에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들은 함축된 자연을 지시하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들 또한 흑과 백의 충돌과 상응, 즉 두 개로 분리된 현상이 단절된 상태로 읽혀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 줄 예정이다. 이번 주말, 문화의 향기 가득한 어울림미술관에서 전통적 사상과 형식을 발견하기를 희망하는 윤익한 작가의 고민을 함께 공감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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