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전남대학교 입학관리본부 입학사정관 이용균 팀장

“입시 패러다임 바꾸는 대안 될 것”

지역내일 2009-09-03 (수정 2009-09-03 오후 3:17:40)


성적 중심에서 성적+잠재력+열정 합산해 평가하는 시스템
요즘 대학입시의 화두는 ‘입학사정관제’다. 선진 입시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전국 각 대학들이 앞다퉈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기존 성적 중심의 선발 방식에서 탈피, 성적은 조금 뒤지더라도 학생의 ‘잠재력’과 ‘열정’에 더 높은 점수를 줘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의도다. 그러자면 학생들의 잠재력과 열정을 해석하고 읽어낼 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가 바로 입학사정관. 이 지역 대학에서도 입시 전문가를 채용, 대학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입시전형과 평가기준을 개발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전남대학교가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평가요소를 고민하고 있는 전문가를 만났다. 지난해부터 입학사정관으로 활동 중인 이용균 팀장이다. 그는 짧은 기간 동안 학생들의 숨은 재능을 캐내기 위한 훈련을 거듭 반복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입시전형이어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눈은 사정관에게 필요충분조건이었다.

학생들 뒷조사하는 입시전문 사설탐정
그가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한 건 지난해. 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시간강사와 연구원으로 교육계를 전전긍긍하던 찰라, 우연찮게 입학사정관 공개모집에 응시하게 됐다. “제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와는 완전 딴판이죠. 대입자율화 시대에 발맞춰 입시전형도 다양화되고 있는 이때에 입학사정관제는 선진입시의 패러다임으로 진화하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지원하게 됐어요.”
생소한 제도였지만 성적 중심 일색이었던 기존 입시의 틀을 깬 제도라는 점에서 그에게 매력적인 직업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입학사정관제 정착이 시급했다. “형식만 갖췄었을 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맞는 입시전형을 개발하고 평가 요소와 기준들을 정립하는 것이 당장 필요했죠.”
입시전형이 갖춰졌다면 다음은 사정관들의 역량이 발휘될 차례. 보통 입학사정관 전형은 성적-서류-면접 순으로 심사한다. 더욱이 서류와 면접은 사정관들의 객관적인 평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심사를 위한 사전 훈련은 필수코스다. “사정관들의 판단에 따라 학생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이 뒤따라야 해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전형요소에 맞게 선발하는 객관적인 눈을 갖는 훈련이 필요하죠.” 심지어 서류에 나와 있는 사실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학생들의 뒷조사도 서슴지 않는 입시 사설탐정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고.

‘왜’ ‘얼마나’가 중요한 평가 잣대
그는 겉만 반질한 서류보다는 서류에 작성된 내용에 대해 ‘왜’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중요한 평가기준이라고 귀띔한다. “예쁜 글씨로 여러 장의 서류를 작성해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맞게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사정관들은 그런 점을 찾아 다양한 각도에서 사실을 증명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 평가할 것이다.”
서류를 해석하는 전문적인 시야가 확보되면 학생부 기록만 봐도 어떤 학생인지 ‘감’이 온다. 여기에 자기소개서와 학업소개서까지 참조하면 학생의 능력이 어느 정도 스케치 된다. 그 밑그림이 대학에 맞는 학생인지 판단하면 합격 여부가 판가름 된다고. 합격생을 만들기 위해선 사정관 혼자만의 결정으로는 어림도 없다. 여러 사정관들이 회의를 통해 합격 적격 재심사를 거친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최종 합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주관적인 개입이란 있을 수 없다.

전문성 갖춘 입학사정관 더 필요해
사실 입학사정관제가 이제 도입된 터라 다양한 입시전형을 만드는데도 한계가 있다. 지금껏 공부에만 매달려 왔던 학생들이 자기계발과 잠재된 능력을 표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겠는가. 따라서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현재 고3의 경우는 지원학과와 자신의 관심사가 일치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평가할 방침이다. 학생들이 어떤 접근성을 갖고 지원했는지가 결정적인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입학사정간제가 더 확대될 전망으로 초등학생부터 적성을 살려 꾸준히 준비하는 것도 입시전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준비된 학생들이 늘어나면 개개인을 평가하기 위해 더 많은 사정관이 필요할 터. 올해 전대 수시전형에서도 지금의 사정관 인력만으로는 학생 선발이 어렵다. 그래서 명예교사, 퇴임교장, 현직교수를 주축으로 30명의 위촉사정관을 선발하기도 했다. 입시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입시 전문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정착하려면 고등학교와 대학이 연계돼야 한다. “다시 말해 대학이 고등교육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고등학교에서 만들어 내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의 말대로 입시 패러다임이 바뀌면 사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는 시간문제였다.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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