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 내일신문 객원 논설위원

아스러진 별들의 메시지

지역내일 2009-09-03
요즘 시정에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큰 별 5개가 떨어진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유언(流言)이 떠돌아다닌다. 하늘의 별이 하도 많아서 어느 별이 큰 별인지 사람의 눈으로 가려내기가 쉽지는 않다.
얼마나 커야 큰 별로 정의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시중에 떠다니는 말로는 올해 스러진 별로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이 꼽힌다. 또 하나의 별로는 ‘미완의 별’이지만 나로호를 타고 우주로 치솟았다가 산화한 과학기술2호 위성을 끼워넣어도 무방할 듯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의 별은? 이러 저러한 예상이 입에 오르내리고는 있지만 꼭 집어 점치기는 역시 쉽지 않다. 해괴하기까지 한 ‘유언비어’의 유혹에 넘어가 5번째 별을 예측한다는 일이 부질없기도 하다. 올해 우리 곁을 떠나간 별들의 삶과 족적을 들여다보면 역시 큰 별답다는 생각이 든다. 남기고 간 언어와 메시지가 묵직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큰 별은 떨어진 뒤에 더 빛이 난다.
지난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고맙습니다. 사랑하십시오”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겼다.

김수환, 노무현, 김대중 …
이 말에는 종교계의 지도자로 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추구했던 그의 꿈과 이상이 응축되어 있다. 되뇌어 볼수록 지금도 주체하기 어려운 감동과 깊은 의미가 전해진다. 그는 평생을 그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베풀었으면서도 가면서까지 장기를 기증했다. 마지막까지 베품과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통장 하나 없이 떠나면서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자들에게 사랑하라고 일렀다. 그의 삶이 그러했듯이 살아가면서 미움과 갈등을 치유하는 데 사랑만한 묘약이 없더라는 깨달음을 나누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뜻밖의 충격이었다. 그가 그렇게 간 것은 아마도 조용한 언어로는 다할 수 없는, 그래서 강렬하고 충격적인 행동언어로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원망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스스로도 그렇겠지만 남은 사람들에게 미처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삶에서 죽음으로 갑자기 넘어간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 아쉬움 때문에 남은 사람들의 미안함이 컸다. 그 미안함이 긴 추모행렬로 이어져 나타났다.
“제가 생각하는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입니다.”
그의 꿈은 이뤄졌을까. 미완의 꿈이다. 꿈의 완성은 산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떠밀리듯 스스로 떠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지켜라”는 유훈을 유언처럼 남겼을 뿐이다. 그러나 유언보다 더 강렬한 행동언어로 화해와 용서, 통합을 외쳤다. 그는 망국적인 동서의 분열과 간극을 융합하는 꿈을 꾸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리는 박해와 고통 속에서도 화해와 용서를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을 하지 않은 대통령이다. 오히려 사면과 기념관 건립으로 용서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를 지향했다. 이 꿈은 이뤄졌을까. 아직 자유는 온실에서 더 길러야 하고 정의는 우물에 갇혀 있고 통일의 무지개는 색깔이 바래진채 가물거린다. 역시 미완의 꿈이다.
‘행동하는 양심’으로서의 그의 삶은 굴곡으로 엮어져 있다. 때로는 지역주의의 수혜자로, 때로는 색깔론으로 덧칠해졌다. 그러나 굴절하지 않았다. 좌절하지도 않았다. 절망은 더욱 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네번째로 떨어진 별 과학기술2호 위성은 대기권으로 낙하하여 소멸됐으나 그 나로호도 꿈이 있었다. 우주기술 선진국으로 날아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에 가입하는 꿈이다. 미완의 별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도전과 모험정신은 적게 계량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나로호의 우주기술선진국 꿈
우주개발에서 R&D는 모험(Risk)과 위험(Danger)으로도 통한다. 비록 절반의 실패로 결론이 났지만 4대강 살리기의 15분의 1의 돈으로 4대강보다 더 감동스런 희망과 꿈을 갖게 해준 것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스러진 별들은 이제 역사 속으로 묻히겠지만 그들의 꿈과 언어는 소멸되지 않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4개의 별이 떨어지는 현장의 생생한 목격자다. 그들이 남긴 언어와 그들이 던진 메시지도 읽었을 것이다. 통치의 참고서로서 입력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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