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념 굴레 벗고 민주주의 기틀

평화적 정권교체 위업, 권위주의 청산·인권옹호 … 탕평인사·대야관계도 업적

지역내일 2009-08-25 (수정 2009-08-25 오후 2:44:50)


1997년 12월 18일,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 95만표차로 아깝게 떨어진 뒤 정권의 미운털이 박혀 고난의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에서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호남’과 ‘빨갱이’라는 굴레였다. 역대 정권은 그를 호남으로 가두려 집요하게 공세를 가했다. 1987년과 1992년 두 차례 대선에서 상대방 후보는 김 전 대통령에 맞서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선거운동을 통해 효과를 봤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으로 권력에 의해 참혹한 시련을 겪었던 호남 유권자들은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했지만 소수파의 벽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정계를 은퇴했다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는 과정에서 지역주의에 기대 정치를 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정계에 복귀한 그는 1997년 10월 자민련의 김종필 박태준씨와 이른바 ‘DJP연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뤘다.
김 전 대통령은 1980년 내란음모죄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신군부는 김 전 대통령 등 재야인사 20여명에 대해 북한의 사주를 받아 광주항쟁을 배후조종했다는 혐의를 씌웠다. 역대 정권은 야당의 김대중 총재에게 ‘색깔론’과 ‘북풍’ 공세를 통해 남북분단을 선거에 활용했다.
소수파의 설움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된 김 전 대통령은 한국정치에서 몇가지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는 수십년간의 권위주의 시대가 만든 역사와 제도를 손질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확고한 국정의 지표로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이 땅에 차별로 인한 대립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인권옹호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2001년 11월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창설돼 국가기관의 무고한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국민의 인권의식을 획기적으로 고양시켰다. 김 전 대통령 취임이후 지금까지 한명의 사형집행도 이뤄지지 않아 국제사회는 한국을 사실상 사형제폐지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그의 재임중에는 또 아픈 한국현대사에 대한 상처를 씻어내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졌다.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과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복원시켰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집권기간 동안 고위직 인사 등에서 탕평인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집권초 총리를 비롯한 경제내각은 자민련이 맡았다. 비서실장은 영남출신의 김중권씨에게 맡겼다. 능력을 갖췄지만 호남이라는 이유로 고위직에 오르지 못했던 많은 공무원들이 제 역할을 찾기도 했다.
야당과의 관계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 전 대통령은 집권내내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필수적으로 야당과 대화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국정에 임할 수 없었던 그는 야당을 설득하고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려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김 전 대통령이 이룩한 민주와 민권, 평화를 위한 노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며 “그는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압축적으로 이룩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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