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지에 ‘민주의 영혼’ 영원히 머문다

안보주의와 민주주의의 공존 … 화해·통합 계기

지역내일 2009-08-25 (수정 2009-08-25 오후 5:45:34)


23일 일요일 오후 3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21발의 조총이 울린 뒤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장지인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향한다.
고인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사이인 국가유공자묘역 아래쪽에 조성된 국가원수 묘역에 안장된다. 전직 대통령과 애국지사, 유공자 등이 안장된 국립 서울현충원은 갈등과 통합, 용서와 화해를 거듭한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했던 파란만장한 영혼이 함께 머무는 곳이 된다.
국장 결정과 함께 장지 선정 또한 곡절이 적지 않았다. 유족측은 고인의 생과 업적을 고려, 서울 국립현충원을 요청했다. 관례와 묘역 터의 적정성을 놓고 내외부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정부의 국장과 국립현충원 안장결정은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평화체제, 서민경제에 대한 열망 등 고인의 삶이 대한민국의 내적성장과 중흥에 크게 기여했음을 공식화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서울 국립현충원이 장지로 결정된 것에는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동작동 국립묘지’로 익숙한 서울 현충원은 1954년 국군묘지로 출발해 1965년 애국지사와 국가발전에 공이 큰 유공자를 포함하는 국립묘지로 지정된 곳이다. 대전 현충원 등 국립묘지를 국가보훈처가 관할하고 있지만 유독 서울만큼은 국방부가 관리하고 있다.
조성 이후 일부 보수단체들은 서울현충원을 반공보수의 성역으로 상징화 해 왔고, 국가적 성지가 안보보수의 그것인양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경향도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일생을 이념갈등의 피해자로 살아왔다. 민주주의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고인의 열망은 폄하되기 일쑤였고, 일부세력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 19일 고인의 장지 결정을 위해 긴급 소집된 정부회의에서도 일부 각료는 ‘묘지 터 부족과 생존해 있는 전직대통령의 사후 문제’ 등을 들어 반대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를 내세운 몇몇 단체와 인사들도 김 전 대통령의 서울현충원 안장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유족의 뜻을 존중하고 사회통합의 의의를 찾자”며 결단을 내렸다. 정부가 김 전 대통령의 일생이 대한민국의 발전과 궤를 같이 했다는 점을 공식화 한 것이다.
이른바 ‘안보 보수주의’와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의회주의자였던 동시에 광장 소통의 1인자였다.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국장이 진행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주화 역행세력-잃어버린 10년’ 등을 내세운 여야의 갈등 공간이 아니라, 양립하며 공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어야 한다는 울림이 남는다.
진병기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현충원 국가유공자 묘역에 안장
김 전 대통령이 안장될 묘역은 서울현충원이 있는 관악산 공작봉 기슭의 해발 45m 지점. 인근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소와는 100여m,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와는 350m가량 떨어진 곳이다.
서울현충원 정진태 원장은 “유가족이 묘역을 최대한 소박하고 검소하고 친환경적으로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묘역은 국립묘지설치법에 따라 봉분과 비석, 상석, 추모비 등을 합해 80여평(16mⅹ16.5m)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묘역은 80여평 규모로 가로 16m, 세로 16.5m 규모로 안지름 4.5m의 원형 봉분과 비석, 상석, 향로대, 추모비 등을 갖춰진다. 원형 봉분은 2.7m 높이로 애석(화강암 일종)을 소재로 한 12개의 판석으로 묘 두름돌을 사용해 봉분을 지지하도록 했다. 3.46m 높이의 비석 전면에는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의 묘’라고 새겨지며 뒷면에는 출생일과 출생지, 사망일, 사망지, 가족사항을, 우측에는 주요 공적과 경력을 각각 새기게 된다. 비석 상부에는 국가원수를 상징하는 봉황무늬 조각이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올려지며 비석 자체는 오석(화산암 일종)을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충원은 20일부터 묘소 정비작업을 벌여 21일에는 묘소의 틀을 갖추는 ‘활개치기’ 작업을 진행한다. 또 22일에는 봉분 조성과 진입로 개설, 임시재단 등을 설치하고 23일까지 조경작업을 모두 끝낼 계획이다.
김 전 대통령의 묘소 자리는 고인의 장조카가 지관과 함께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은 추후 유족이 원할 경우 부인 합장도 가능하다.
서울현충원에 조성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주차장과 진입로 등을 모두 합쳐 각각 500평, 1100평이다. 김 전 대통령 묘역에는 주차장은 들어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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