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을 위한 육아지원 대책의 필요성
백선희(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에 합계 출산율 1.08이라는 역사상 최저점을 기록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의 저출산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위험을 주고 있다. 인구학자 데이빗 콜만이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서 우리는 저출산의 위험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저출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가시적으로는 만혼화, 결혼율 감소, 자녀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로 보여지지만, 그 기저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욕구가 커져가는 것과는 달리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사회 환경에 원인이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가장 강력하게 추진되는 정책이 보육정책인 것을 보면, 정부 역시 보육정책을 통해 일하는 부모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문제를 완화시키고자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의 보육정책은 일-가정 양립을 그다지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보육정책의 양적, 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가 동료들과 연구한「취업부모를 위한 보육지원 방안 연구(2007)」중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응답자 중 현재 비취업모들의 96%가 결혼 전에 경제활동을 하였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현재의 취업여부를 떠나 미취업 또는 취업 중단 경험이 있는 대상자들의 81%가 그 이유가 출산과 육아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보다 구체적인 이유는 ‘맘 놓고 맡길 데가 없어서(35.0%)’였다.
90년대 이후로 보육정책이 확대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써 보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보육서비스는 일하는 부모들의 일-가정 양립을 효과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취업부모들이 현재의 보육서비스만으로는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이중보육(dual care), 즉, 공식부문의 보육시설과 비공식부문의 조부모, 친인척, 이웃, 베이비시터 등에 의한 지원을 동시에 이용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모 가구의 57%가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조부모, 친인척, 보모, 이웃 등의 이중보육의 형태로 자녀를 돌보고 있었는데, 특히 조부모에게 자녀를 맡기는 비율은 취업모 가구에서 14%로, 비취업모 가구의 1%와 비교해 매우 높았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사업에서도 맞벌이 가구의 상대적 어려움이 나타났다. 맞벌이를 하게 되면 가구소득이 늘어나 보육료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거나 지원 금액이 축소된다. 소득이 늘어나면 지원 대상에서 탈락되는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다. 보육서비스의 핵심은 부모의 취업, 장애 등으로 부모가 돌볼 수 없을 때 대신 돌봐주는 보완적 서비스이다. 그런데 취업부모의 자녀를 중심으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수의 OECD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근로상태 등이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부모에게는 정부의 보육료가 종일보육 기준으로 지원되면서도(0세 기준 최고 38만원, 34만원의 기본보조금 별도), 맞벌이 가구에게는 보육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가구소득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대개 지원받지 못한다. 그런데, 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취업모 가구의 소득은 비취업모 가구보다 높지만 보육비용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은 취업모 가구(평균 423만원)가 비취업모 가구(324만 5천원)에 비해 100만 원 정도 많지만, 자녀보육료(1인당)에 대한 부담 정도는 취업모 가구(4.6점, 5점 만점)가 비취업모 가구(4.1점)보다 컸다. 그 이유는 이중보육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사실 보육료 지원 문제가 아니더라도, 취업부모들은 국공립과 법인보육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90%의 민간보육시설을 우선 이용할 수 없으며, 이용한다 하더라도 근로시간과 보육시설 운영시간이 어긋나 맘 놓고 일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3만개 이상의 보육시설이 있는데 수요 대비 총량 면에서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소득하위 70%이하에 해당하는 가구들이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으며(기준은 4인 가구, 소득인정액 436만원이하), 취업부모들을 고려해 시간연장 보육시설이 늘어났다. 지난 정부 동안 상당한 예산 증가가 있었고 지방정부의 지원도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외형적 지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취업부모들이 이중보육을 하고 있고, 많은 기혼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대한 바와 달리 일-가정 양립이나 저출산대책으로써의 보육정책의 맹점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필자는 정부가 보편적 보육정책을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누가 가장 큰 곤란을 겪고 있는지 그 우선순위를 잊은 것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또한 표준화된 운영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맞벌이 부모들의 욕구에 둔감하지 않았는지를 묻고 싶다. 보육정책은 특히 일하는 부모들과 그 자녀들에게는 절실한 생활의 문제이다. 사회서비스로서의 보육은 사회적 욕구가 가장 큰 집단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어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또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정책에서 소외되었던 일하는 부모들의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향후 보육정책은 취업부모들의 특성과 욕구를 보다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아이돌보미 사업과 같은 가족지원사업을 보육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일하는 부모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백선희(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에 합계 출산율 1.08이라는 역사상 최저점을 기록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의 저출산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위험을 주고 있다. 인구학자 데이빗 콜만이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서 우리는 저출산의 위험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저출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가시적으로는 만혼화, 결혼율 감소, 자녀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로 보여지지만, 그 기저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욕구가 커져가는 것과는 달리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사회 환경에 원인이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가장 강력하게 추진되는 정책이 보육정책인 것을 보면, 정부 역시 보육정책을 통해 일하는 부모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문제를 완화시키고자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의 보육정책은 일-가정 양립을 그다지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보육정책의 양적, 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가 동료들과 연구한「취업부모를 위한 보육지원 방안 연구(2007)」중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응답자 중 현재 비취업모들의 96%가 결혼 전에 경제활동을 하였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현재의 취업여부를 떠나 미취업 또는 취업 중단 경험이 있는 대상자들의 81%가 그 이유가 출산과 육아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보다 구체적인 이유는 ‘맘 놓고 맡길 데가 없어서(35.0%)’였다.
90년대 이후로 보육정책이 확대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써 보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보육서비스는 일하는 부모들의 일-가정 양립을 효과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취업부모들이 현재의 보육서비스만으로는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이중보육(dual care), 즉, 공식부문의 보육시설과 비공식부문의 조부모, 친인척, 이웃, 베이비시터 등에 의한 지원을 동시에 이용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모 가구의 57%가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조부모, 친인척, 보모, 이웃 등의 이중보육의 형태로 자녀를 돌보고 있었는데, 특히 조부모에게 자녀를 맡기는 비율은 취업모 가구에서 14%로, 비취업모 가구의 1%와 비교해 매우 높았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사업에서도 맞벌이 가구의 상대적 어려움이 나타났다. 맞벌이를 하게 되면 가구소득이 늘어나 보육료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거나 지원 금액이 축소된다. 소득이 늘어나면 지원 대상에서 탈락되는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다. 보육서비스의 핵심은 부모의 취업, 장애 등으로 부모가 돌볼 수 없을 때 대신 돌봐주는 보완적 서비스이다. 그런데 취업부모의 자녀를 중심으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수의 OECD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근로상태 등이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부모에게는 정부의 보육료가 종일보육 기준으로 지원되면서도(0세 기준 최고 38만원, 34만원의 기본보조금 별도), 맞벌이 가구에게는 보육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가구소득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대개 지원받지 못한다. 그런데, 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취업모 가구의 소득은 비취업모 가구보다 높지만 보육비용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은 취업모 가구(평균 423만원)가 비취업모 가구(324만 5천원)에 비해 100만 원 정도 많지만, 자녀보육료(1인당)에 대한 부담 정도는 취업모 가구(4.6점, 5점 만점)가 비취업모 가구(4.1점)보다 컸다. 그 이유는 이중보육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사실 보육료 지원 문제가 아니더라도, 취업부모들은 국공립과 법인보육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90%의 민간보육시설을 우선 이용할 수 없으며, 이용한다 하더라도 근로시간과 보육시설 운영시간이 어긋나 맘 놓고 일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3만개 이상의 보육시설이 있는데 수요 대비 총량 면에서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소득하위 70%이하에 해당하는 가구들이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으며(기준은 4인 가구, 소득인정액 436만원이하), 취업부모들을 고려해 시간연장 보육시설이 늘어났다. 지난 정부 동안 상당한 예산 증가가 있었고 지방정부의 지원도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외형적 지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취업부모들이 이중보육을 하고 있고, 많은 기혼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대한 바와 달리 일-가정 양립이나 저출산대책으로써의 보육정책의 맹점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필자는 정부가 보편적 보육정책을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누가 가장 큰 곤란을 겪고 있는지 그 우선순위를 잊은 것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또한 표준화된 운영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맞벌이 부모들의 욕구에 둔감하지 않았는지를 묻고 싶다. 보육정책은 특히 일하는 부모들과 그 자녀들에게는 절실한 생활의 문제이다. 사회서비스로서의 보육은 사회적 욕구가 가장 큰 집단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어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또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정책에서 소외되었던 일하는 부모들의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향후 보육정책은 취업부모들의 특성과 욕구를 보다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아이돌보미 사업과 같은 가족지원사업을 보육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일하는 부모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