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받아 찾아간 곳은 두암동 장열사 정문 앞 간판 없는 집. 사람들 말로는 ‘자연식당’으로 알려져 있다는데…. 허름한 기와집 입구에서 아줌마 한 분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한 것이 바로 이곳이라는 감을 잡게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주방이 한눈에 보인다. 얼핏 보기에 정신없어 보이지만 식기나 식재료 등이 나름대로 제자리를 잡고 주인장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정말로 가게 이름이 없으세요?”라는 물음에 “아들내미가 내 이름을 따서 ‘옥자삼합’이라는 명함을 만들어줬어요”라며 자연스럽게 이름까지 밝혀주신다. 그랬다. 이집은 삼합으로 유명한 곳이다.
삼합의 백미 묵은 김치, 여기에 막걸리 한 사발 걸치면 ‘캬~’
주방을 지나 방으로 안내됐다. 테이블 두 개씩이 앞방과 뒷방에 각각 놓여있다. 눈에 띄는 것은 한지 느낌의 누르스름한 벽지가 온통 낙서투성이라는 것. 아니 자세히 들여다보니 방명록에 가깝다. 더 꼼꼼히 읽어보니 유명인사가 다녀간 흔적부터 잘은 모르지만 예술인들이 자신의 영혼을 흘려 놓고 간 흔적들이 이집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초상화부터 만화, 덕담, 여인의 얼굴 등 심지어 한 화가가 천정에 그린 그림은 어느 벽지에 비할 수 없는 화려함이 느껴진다. 운이 좋으면 손님들이 즉석에서 공연하는 작은 음악회도 불 수 있단다. 벽지 감상이 끝나 바로 음식 시식에 들어갔다.
식당 외관과는 딴판이다.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음식이 차려진다. 대부분 나물들. 메인요리를 제외하면 별 볼일 없는 식당과는 비교를 거부한다. 나물도 정성껏 버무린 티가 역력하다. 오늘의 메인요리인 삼합. 일단 양부터 푸짐하다. 그런데 어찌했는지 돼지고기가 거무스름하다. 약재를 넣어 푹 삶아 그렇단다. 일등급 생삼겹에 황기·엄나무·오가피나무·야생화뿌리·표고버섯·생강 등 몸에 좋다는 약재를 넣어 삶아 그야말로 건강식이다. 여기에 홍어와 삼합의 백미인 묵은 김치가 만나 미각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땅 속에 묻어뒀다는 김치는 이집이 아니면 맛보기 힘들 만큼 맛나다. 먹어보지 않고는 이 느낌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삼합에 막걸리 한 사발 걸치면 이곳이 바로 여름 피서지다.
●차림표 : 없음. 삼합 (중)3만원 (대)4만원, 계절에 따라 다양한 메뉴 달라져
●위치 : 북구 두암동 831-5, 에덴병원 골목 끝 장열사 앞
●문의 : 062-264-7121, 예약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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