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의 붕괴
김영호 (시사평론가 언론광장 공동대표)
충격의 출산율 ‘1’의 붕괴가 눈앞에 닥쳤다. 출산율은 15∼49세의 가임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출산율 1이 무너지면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 여성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만혼 독신 이혼 피임 등의 이유로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지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1.19로 떨어졌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주력출산층인 25∼34세 여성들이 결혼과 임신을 미루는 바람에 내년에는 마의 벽인 출산율 1이 무너질 듯하다.
15∼49세의 가임여성 자체가 줄고 있다. 올해 가임여성 인구추계는 1303만5000명으로 작년보다 47만2000명이나 감소해 2000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임여성 중에서 출산의 80%를 차지하는 25∼34세 인구는 올해 372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6만6000명이 줄 전망이다. 이것은 곧 출산율의 저하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태어난 신생아가 19만4000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4.8%나 줄었다. 같은 기간 결혼은 8.0%나 감소해 내년에는 출산율이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칠레의 획기적 출산장려정책
저출산이 고령화와 겹쳐 국력이 쇠퇴한다는 걱정의 소리가 높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 간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편이다. 첫째는 과중한 교육비 부담이다. 둘째는 고용불안이다. 그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가 생긴 것이다. 유럽 선진국의 정책사례도 많이 소개됐다. 그런데도 정부 차원의 효과적-실질적 출산장려정책은 없고 말만 무성하다.
뉴스위크 최신호 보도에 따르면 2007년 10월 전미개발은행이 원로급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00억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남미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비용-이익의 분석을 토대로 탁아소, 조기학교, 유아건강에 대한 투자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것은 취약계층에 대한 조기교육은 지적능력과 사회기량을 키워 고용기회와 학업성취를 통해 해마다 10%의 사회환원이 생긴다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 제임스 헤크만의 이론과도 상통하는 내용이다.
칠레는 조기교육이 국가장래를 결정한다는 기조 아래 획기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잉태에서부터 4세 이하의 유아에게 무료로 건강-교육혜택을 제공한다. 생계가 곤란하면 4세가 넘어도 정부보조금을 지원한다. 경제위기로 부모들이 일자리를 잃어 교육비가 없기 때문에 정부지원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칠레는 지난 3년 동안 하루에 2.5개꼴로 유아학교를 짓고 있다. 3년 전에는 유아학교가 781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4300개로 늘어났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출산율이 지난 10년 사이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칠레에서 조기교육의 기치는 든 사람은 다름 아닌 최초의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이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그녀는 이혼모로서 세 자녀를 혼자 키우면서 정부 차원의 유아건강-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녀는 1980년대 후반 피노체트 정권하에서 고문받거나 실종된 부모의 자녀를 위한 진료활동을 펴면서 유아교육-유아건강에 관해 남다른 체험을 했다. 그는 2006년 3월 취임하자 곧 바로 국가조기교육청을 만들고 유아무상교육에 나섰다.
콜럼비아의 유명한 팝 가수 샤키라는 남미 전역에서 6세 이하 유아의 건강-교육운동을 펴고 있다. 배우 겸 가수 제니퍼 로페즈 등 라틴계 유명인사들과 연대단체를 꾸리고 폭넓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멕시코 부호 카를로스 슬림과 자선가 워렌 부페트의 아들 하워드 부페트로부터 1억8500만 달러의 기부를 약정받았다. 그녀는 남미 전역을 돌며 대규모 콘서트를 열어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콜럼비아는 내년 60개의 조기교육센터를 짓는 한편 40만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4대강보다 유아교육 의무화를
정부가 내년부터 만 5세 아동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운영되는 학제를 ‘유아학교’로 통합해 의무교육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책방향은 옳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유아교육이 아닌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한다니 성사될지 의문이다. 기존사업도 4대강 사업에 밀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판이니 하는 말이다. 출산율 저하는 국력의 쇠퇴를 의미한다.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야말로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4대강에만 매달리지 말고 유아교육 의무화를 서둘라.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김영호 (시사평론가 언론광장 공동대표)
충격의 출산율 ‘1’의 붕괴가 눈앞에 닥쳤다. 출산율은 15∼49세의 가임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출산율 1이 무너지면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 여성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만혼 독신 이혼 피임 등의 이유로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지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1.19로 떨어졌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주력출산층인 25∼34세 여성들이 결혼과 임신을 미루는 바람에 내년에는 마의 벽인 출산율 1이 무너질 듯하다.
15∼49세의 가임여성 자체가 줄고 있다. 올해 가임여성 인구추계는 1303만5000명으로 작년보다 47만2000명이나 감소해 2000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임여성 중에서 출산의 80%를 차지하는 25∼34세 인구는 올해 372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6만6000명이 줄 전망이다. 이것은 곧 출산율의 저하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태어난 신생아가 19만4000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4.8%나 줄었다. 같은 기간 결혼은 8.0%나 감소해 내년에는 출산율이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칠레의 획기적 출산장려정책
저출산이 고령화와 겹쳐 국력이 쇠퇴한다는 걱정의 소리가 높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 간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편이다. 첫째는 과중한 교육비 부담이다. 둘째는 고용불안이다. 그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가 생긴 것이다. 유럽 선진국의 정책사례도 많이 소개됐다. 그런데도 정부 차원의 효과적-실질적 출산장려정책은 없고 말만 무성하다.
뉴스위크 최신호 보도에 따르면 2007년 10월 전미개발은행이 원로급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00억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남미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비용-이익의 분석을 토대로 탁아소, 조기학교, 유아건강에 대한 투자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것은 취약계층에 대한 조기교육은 지적능력과 사회기량을 키워 고용기회와 학업성취를 통해 해마다 10%의 사회환원이 생긴다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 제임스 헤크만의 이론과도 상통하는 내용이다.
칠레는 조기교육이 국가장래를 결정한다는 기조 아래 획기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잉태에서부터 4세 이하의 유아에게 무료로 건강-교육혜택을 제공한다. 생계가 곤란하면 4세가 넘어도 정부보조금을 지원한다. 경제위기로 부모들이 일자리를 잃어 교육비가 없기 때문에 정부지원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칠레는 지난 3년 동안 하루에 2.5개꼴로 유아학교를 짓고 있다. 3년 전에는 유아학교가 781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4300개로 늘어났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출산율이 지난 10년 사이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칠레에서 조기교육의 기치는 든 사람은 다름 아닌 최초의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이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그녀는 이혼모로서 세 자녀를 혼자 키우면서 정부 차원의 유아건강-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녀는 1980년대 후반 피노체트 정권하에서 고문받거나 실종된 부모의 자녀를 위한 진료활동을 펴면서 유아교육-유아건강에 관해 남다른 체험을 했다. 그는 2006년 3월 취임하자 곧 바로 국가조기교육청을 만들고 유아무상교육에 나섰다.
콜럼비아의 유명한 팝 가수 샤키라는 남미 전역에서 6세 이하 유아의 건강-교육운동을 펴고 있다. 배우 겸 가수 제니퍼 로페즈 등 라틴계 유명인사들과 연대단체를 꾸리고 폭넓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멕시코 부호 카를로스 슬림과 자선가 워렌 부페트의 아들 하워드 부페트로부터 1억8500만 달러의 기부를 약정받았다. 그녀는 남미 전역을 돌며 대규모 콘서트를 열어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콜럼비아는 내년 60개의 조기교육센터를 짓는 한편 40만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4대강보다 유아교육 의무화를
정부가 내년부터 만 5세 아동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운영되는 학제를 ‘유아학교’로 통합해 의무교육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책방향은 옳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유아교육이 아닌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한다니 성사될지 의문이다. 기존사업도 4대강 사업에 밀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판이니 하는 말이다. 출산율 저하는 국력의 쇠퇴를 의미한다.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야말로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4대강에만 매달리지 말고 유아교육 의무화를 서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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