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살리는 살림을 하입시더~”

창원천 옆에 최영자 주부 가 산다

지역내일 2009-08-17 (수정 2009-08-17 오후 4:38:59)
환경이 정책 문화 교육 등 생활 전반의 중심 아이콘으로 뿌리 내린 요즘, 살림의 최전방에 있는 주부들의 생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무언가를 살린다는 살림의 본질과 살림살이의 진정한 개념에 맞춰, 스스로 기획 실행하며 지구를 살리는 데 충실한 주부를 만났다. 창원천 옆에서 20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최영자 씨(50)는 상족암 바다가 고향이다.

“물가에서 태어나 물과 자연과 친하게 자라난 것이 참말로 고마운데, 자연과 환경이 훼손되는 요즘은 마음이 무척 아파요. 다른 행성 넘보지 말고 우리가 사는 지구라도 제대로 돌보는 것이 진정한 살림이 아닐까 싶어요”란다. 주변 현상과 사물에 대해 깊이 귀 기울이며 세미한 눈으로 관찰하고 참여하는 자세. 생명과 환경을 바로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그녀 모습이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콘크리트 걷어내고 녹색 마당 가꾸어
YMCA에서 마련한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 주최 간담회에 참여한 영자씨. 전문 활동가나 프로가 아닌 보통 주부들과 꼭 같은 보통사람이라 그 의미가 더 강하고 인상 깊다. 발표 자료 ‘평범한 주부가 사는 이야기’에는 콘크리트마당을 걷어내고 텃밭과 꽃밭을 가꾼 살림이스트의 실천이 담겼다.

“지구 온난화와 장기적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들 앞에서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어요. 폭우가 쏟아질 때 반송 소하천과 창원천은 범람할 정도로 위험수위까지 올라와요. 그런데, 그 많은 물이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금세 바다로 흘러가버리고 하천 바닥이 드러나는 것을 해마다 확인해요. 땅 속에 물이 순환 되게 하면 드러나는 하천에 물이 흐르겠다는 생각에 미쳤어요. 특히 하천주변 집 마당의 콘크리트를 걷고, 텃밭 가꾸기나 잔디를 심어 녹색마당으로 만든다면, 땅 속으로 스며들었던 물이 모여서 옹벽이 없는 하천으로 서서히 흘러가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확신이 들자 저 혼자 곧바로 마당에 콘크리트부터 뜯어냈습니다.”

마음을 바꾸면 세상이 변하고 그 변화가 사람을 감동시키데요
“녹색 마당을 만들자 우선 집 전체가 시원해지고 사계절 내내 생생하고 예쁜 꽃을 바로 곁에 두고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도시 열섬현상도 줄이고 지구를 살리는 데 한 못을 한다는 대견함에 자신감도 살맛도 더해졌지요. 콘크리트 대신 식물이 자라는 마당에는 벌, 나비, 새 들도 찾아오고 착한 미생물과도 더불어 산답니다. 마음을 바꾸니 세상이 변하고 그 변화가 사람을 감동시켜 함께 동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라며 "새 집은 분뇨 정화조가 없지만, 오래된 집 마당에는 분뇨 정화조가 묻혀 있어 위험할 때가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콘크리트가 있는 집은 장마에도 괜찮지만 정화조 청소 때 정화조 크기만큼 마당이 내려앉는 현상이 일어났어요. 이런 사실을 정화조 회사에서도 모르고 있었고, 오히려 책임 없다며 큰 소리만 쳤지요. 수도관과 오수관 까지 파손 되었죠. 대문과 담 때문에 포크 레인도 쓸 수 없어 돈과 인력이 들어 갔어요. 분뇨통에 모래를 채우고 정화조를 덕동까지 연결하는 비용이 60만원이라며 업체에서 권해요. 창원시에서 비용을 지원해 주면 좋겠어요”란다.

한편 비용의 90%를 창원시에서 지원하는 옥상그린 사업에 대한 의견도 야무지게 덧붙인다. “도시 열섬현상을 줄여 보려는 의도라는 것을 알겠어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옥상에 식물을 심어 놓고, 과연 관리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요. 아무리 가벼운 흙을 올려 심으라고 하지만, 20년 이상 오래된 주택이 그 하중을 견디는 데 과연 문제가 없을까싶기도 하구요. 마당을 일구고 관리하는 게 훨씬 쉽고 효과적이라는 생각입니다.”라며 본인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삶의 중심에서 등불을 밝히며
리더(reader)가 리더(leader)라는 말이 있다. 책 뿐 아니라 자연의 움직임도 민감하게 읽을 줄 아는 감수성과, 그 속으로에 동참하는 리더의 열린 자세가 세상을 밝게 한다. 삶의 중심에서 등불을 밝히며 조용하고 내실 있게 세상을 리드하는 여성은, 환경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아 실천하고 노력하는 공통점이 있다.

“지구 걱정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살림의 최강인 우리 주부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최고로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하는 진정한 살림이스트. 영자씨의 등불이 우리의 의식을 밝게 리드하고 살림의 개념 또한 확실히 배우게 한다. 넓은 아파트에 값비싼 가구와 첨단 신형 가전을 얼마큼 쓰고 있나로부터 생명 살리기 자연과의 귀의가 진짜 살림이라는 것을...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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