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이웃과 함께 하는 ‘무실주공 1단지 아파트’

아픔 서로 보듬으며 이웃 사랑 나눠

지역내일 2009-08-17 (수정 2009-08-17 오전 9:28:17)
말복이라서인지 마지막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막을 수가 없는데 뜨거운 불 앞에서 아침부터 삼계탕을 준비하는 손길이 바쁘다. 바로 무실주공 1단지 부녀회원들이다. 부녀회가 복날이면 단지 내 노인회에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2004년 7월 입주해 709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무실동 주공 1단지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행복한 이야기들이 넘친다. 20평대 임대아파트라는 특성 때문에 젊은 신세대와 노인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세대차가 많이 나는 만큼 다툼도 많을 것 같지만 사소한 시비 하나도 없는 평화로운 아파트다. 이민자 부녀회장은 “마을 어른들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노인 공경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워요”라며 “다양한 세대가 사는 만큼 사연을 가진 주민도 많아요. 서로 속상한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면 정이 들어요.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났다는 말을 느낄 때가 많아요”라고 한다. 안경환 노인 회장은 “노인들끼리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외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그런데 부녀회에서 늘 노인회 일에 앞장서 관광도 보내주고, 명절 때는 떡국도 끓여주니 멀리 있는 자식보다 낫죠”라고 한다.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아 복날이면 무실동 주공1단지 아파트 내에는 뜨거운 사랑의 잔치가 벌어진다. 전날부터 모여 미리 장을 보고 일일이 손으로 삼계탕을 준비하는 부녀회의 손길이 바쁘다. 강명식 8통 통장은 “복날이 되면 부녀회원들이 노인회에 대접할 삼계탕 준비로 정신이 없어요. 100여명 식사 준비로 모두 하나가 되는 시간이죠”라고 한다. 조인화 7통 통장은 “안내 방송도 하고 집집마다 직접 찾아가 알리기도 해요. 나이가 들면 눈도 어둡고 귀도 어두워지잖아요”라며 짓는 미소에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박귀녀 부녀회장과 김창희 총무는 입을 모아 “내 부모 대접하듯이 대접하는 것뿐인데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쑥스러워요”라며 얼굴을 가린다. “나이 들어도 움직여야 돼요. 이렇게 맛난 음식 먹었으면 단지 내 청소도 하고 봉사활동하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 보답하는 것 아니겠어요?”라며 웃는 안경환 노인회장의 모습에서 이웃사랑의 힘이 느껴졌다. 신효재 리포터 hoyjae@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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