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야학 ‘사랑의 교실’ 교장 김준태(54)

“손을 잡아주자”

지역내일 2009-08-13 (수정 2009-08-13 오후 4:03:18)


누군가 필요해 손을 내밀면 손을 잡아 주어야
매일 오후가 되면 일터를 나선다. 그가 가는 곳은 동구 계림동에 위치한 <사랑의 교실>이라는 야학(夜學)이다. 수업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이지만 미리 가서 학교를 둘러보며 다른 강학들이 오기 전 불편함이 없게 하루 수업 준비를 해 놓는다. 이곳에서는 교사를 강학(講學)이라고 부른다. 강학은 70년대 중반, 야학에서 사용하던 용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해주는 역할인 것에 반해 강학은 교사와 학생이 동등한, 서로 배움을 주고받는 구조를 일컫는다.
“개인적인 봉사나 희생의 가치는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빛날지 모르지만 지속적인 봉사가 되었을 때는 일상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밥을 먹는 소소한 일상처럼, 혹은 내 자식을 키우는 마음이 되어간다. 누가 내 자식을 키우며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겠는가.”

우연한 방문이었던 <사랑의 학교>가 이제는 일상이 되다
“형님이 택배를 하는데 그 학교 교장이었다. 하루는 형님을 따라 학교 구경을 갔었는데 간 김에 교사를 하기로 했다. 어떤 사명감이나 마음의 준비도 없었는데 분위가 그렇게 몰아져 갔다”며 이후의 교장선임 역시 ‘얼렁뚱땅 초고속 승진의 교장이 되었다’고 말하며 웃는 표정이 해맑다. 사회 과목 강학을 맡으며 그는 시간이 나는 대로 수업시간 외에도 학교를 둘러보았다. 일단, 한 번 한 가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열정적으로 덤비는 것이 그의 성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학에서 교장이 된 것은 같이 봉사하고 있는 15명의 강학의 추천에 의해서다.
“사실 학교가 늘 잊혀 지지 않고 악조건 하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를 하러오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중졸, 고졸 검정고시를 보려 하는 주부들이 얼마나 힘들게 공부하는 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며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를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내가 교장을 하게 된 것 같다”고 고백한다.
중학과정 강학 5명, 고등과정 강학 6명 중 일반 봉사자 강학은 5명이고 대학생 봉사자 강학은 10여명이다. 종사자 모두가 무료 봉사하는 순수 봉사단체이다.

상처를 다독여 주며 검정고시로 학력취득을 도와
“못 배웠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은 쓸데없는 자존심을 굳건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 방어라고 할까, 스스로 더 이상은 다치지 않으려는 자기만의 보호막이 강해 마음을 열고 상처를 내보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김 교장의 기본적인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학기 초 20여명이 등록을 하고 출석률은 60% 정도이지만 검정고시 합격률은 의외로 높다. 올해도 지난 4월 검정에 7~8명이 합격을 했으며 이번 7월 말에 있을 시험 준비 역시 열심히 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정규수업 이외에 토요일에는 보강까지 할 정도다.
김 교장은 “우리 학교의 특징은 대부분이 직장 생활을 하는 주부이다. 자신의 일을 마치고 다시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간다. 자신이 꼭 하고 싶어 하는 열정과 목적이 없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하는 공부이니만큼 일단 학교에 오면 많은 것을 나눠주고 싶다”며 “누가 집에 가 쉬고 싶지 않겠는가?”하고 반문한다.

작은 소망들이 마음을 열게 하다
때때로 김 교장은 아들들과 같이 학교를 가기도 한다. “지식만이 전부가 아닌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삶의 중심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를 알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부인인 신평화 씨도 김 교장의 보이지 않은 적극적인 후원자이다. 백운동에서 한복집인 <자주고름>을 경영하고 있는 부인 역시 현재 방통대학을 재학 중인 노력하는 학생이다. 김 교장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닌데도 묵묵히 후원해 주어서 늘 감사한 마음이다. 학교 자체가 평생교육법 지원금 일천만원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무료이다. 학교 비품이나 임대료 등의 부담이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고 웃는다.
“이 학교가 만들어진지 32년이나 되었다. 광주시에서 가장 오래된 야학이라고 보면 된다. 학생들의 꿈은 여러 가지이다.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부들이 주조이지만 목회자, 대학생 등 모두가 공부를 하며 다양한 꿈을 키워간다. 이들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다.”
문의 : 010-8600-0088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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