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졸업해도 검정고시 안본다

교과부, 학력인정 학교 설립 기준 대폭 완화 … 교육과정·교원임용 자율성 보장

지역내일 2009-07-30

학업을 중단한 탈북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몇몇 교회가 모여 운영하는 여명학교는 이른바 학력인정을 받지 못하는 미인가 교육기관이다. 이 때문에 여명학교는 교육당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하기 때문에 대안학교의 특수성을 살린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런 어려움은 여명학교뿐 아니라 탈북청소년, 다문화가정 자녀 그리고 국내 학업중단 청소년 등 기존 학교 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이 다니는 대안교육기관 대부분이 공통으로 겪어온 것이다.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는 대안학교 설립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설립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르면 내년부터 이런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들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 설립기준을 대폭완화, 학력인정 대안학교 설립이 쉬어졌기 때문이다.

◆학교 임대해도 가능 =
교육과학기술부는 31일 대안학교의 설립 기준 완화, 교육과정의 자율성 확대, 위탁운영 및 위탁교육의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설립 기준이 크게 완화됐다. 대안학교 설립주체가 기존 학교법인, 공공단체 외의 법인(비영리법인), 개인 등에서 시도교육청으로까지 확대된다. 즉 공립 대안학교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기존에는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학교 건물과 교지를 소유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임대가 가능해진다. 특히 학력인정 대안학교 설립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운동장도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설립된 대안학교의 자율성도 대폭 강화된다. 그동안 학력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과정의 50% 이상을 해야 했지만 국어와 사회과목만 포함하면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대폭 완화했다. 또 교사정원의 1/3 이내에서 산학겸임교사, 명예교사, 강사 등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해 대안교육기관의 특수성을 최대한 보장했다.
이와 함께 교과부는 시도교육청이 설립한 대안학교의 운영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해 기존 대안교육기관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 대안학교에서도 다른 학교 학생을 위탁 교육할 수 있도록 했고, 교육감은 이들 학교에 교육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학업중단학생 증가 =
교과부가 이같은 방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기존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청소년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 2월 현재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은 7만2000명에 달한다. 학업중단 학생이 전체 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0.73%, 2007년 0.90%, 2008~2009년 0.9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학업을 중단했거나 중단할 우려가 있는 위기청소년은 약 9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들을 방치할 경우 사회문제로 비화될 전망이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다문화가정 자녀도 학교 적응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국제결혼과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경우 2005년 6121명에 불과했으나 2006년 7998명, 2007년 1만3445명, 2008년에는 1만8778명에 달했다.
또한 학업을 중단한 탈북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2006년 474명이었던 탈북학생은 2007년 772명, 2008년 966명, 2009년 1143명으로 지난 4년간 241%나 증가했다. 이처럼 탈북학생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의 평균 학교 중도탈락률은 6.1%로 청소년 전체 중도탈락률(1.2)보다 5배 이상 높았다. 특히 탈북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은 초등학교 1.4%, 중학교 9.0%, 고등학교 14.2% 순으로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탈북학생 대상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관계자는 “식량난으로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탈북한 후 국내 입국까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20대가 됐지만 초등학교 수업을 받지 못하는 수준의 학업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기존 공교육 기관에서 이들을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이번 개정령안을 올해 안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존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을 위한 대안교육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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