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피아노 교육

피아노 교육, 흥미 키워주고 교육효과도 얻으려면?

지역내일 2009-07-25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내자는 생각 버려야, 기술 아닌 음악으로 즐길 수 있도록 유도

음악교육에 있어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필수인 시대이다. 이 때문에 피아노를 치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피아노를 배워주는 엄마들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아노도 결국 음악교육 중의 하나이며 따라서 음악교육의 핵심인 듣는 감각과 즐거움을 길러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진도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가며 피아노를 배우게 되는 것이 일상적인 요즘 풍경과 관련해 뒤돌아보게끔 하는 대목이다.

취미라도 대충 배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딸아이가 6세부터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서모 씨(37‧상일동)는 “초등 고학년만 되도 해야 할 공부가 많잖아요. 특히 중학생이 되면 예체능을 따로 배울 시간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일찍 일정 수준에까지 끌어올려줘야 해요.”라고 말했다. 서모 씨 처럼 많은 엄마들이 피아노 교육에 대해 꼭 해야 되는 필수과정으로 여기되, 공부 때문에 끝내는 시기를 미리 가늠하고 시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진도에 연연하게 되고 결국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뮤직홈 송파점의 원한나 피아노강사는 “많은 엄마들이 옆집 아이와 비교해 진도가 빨리 나갔으면 하는 마음에 조급해 한다. 이 때문에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 중에 기본기가 탄탄하지 못한 데도 진도만 빠른 경우가 많다”면서 “이럴 경우 성인이 됐을 때 악보를 보고도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배울 때 기본기를 탄탄히 배워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 또한 이렇게 배운 피아노는 오랜 시간의 훈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인내와 끈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원강사는 “이런 과정은 궁극적으로 피아노 실력이 느는 성과도 있지만 인성이 길러지고 책임감이 강해지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체르니 40번까지는 기본?
피아노를 배울 때 일반적으로 갖는 생각이 ‘적어도 체르니 40번까지는 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는 기간 종종 오게 마련인 슬럼프 때도 아이를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다. 유덕자(40‧송파동) 씨는 “아이가 힘들어 해도 진도연습을 강요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아예 피아노를 보기도 싫어하더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원강사는 “나중에 기본 반주를 칠 수 있으려면 체르니 40번 정도까지 배워두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다. 하지만 이것도 개인의 재능적인 면에 따라 또는 노력 여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배우는 기간이나 흥미도, 교사의 능력에 따라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꾸준히 배워야 한다는 것. 성인이 돼서도 악보를 보고 스스로 피아노를 칠 수 있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배웠다는 진도결과가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배우고 쳤느냐가 관건이다. 김영미(43‧상일동) 씨는 “주위에 아이가 어릴 때부터 피아노며 바이올린, 플루트를 다 배워준 엄마가 있었는데, 공부할 시기가 돼서 모두 끊었더니 지금은 거의 잊어버렸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루해할 땐 실용음악 병행도 좋아
요즘엔 이를 염두 하여 자녀가 지루해할 때 쯤 가요나 재즈 등 실용음악으로 전환시켜주거나 악기를 바꿔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혜정(41‧잠실동) 씨는 “아이가 체르니 40번을 치던 중 슬럼프가 와서 레슨 시간을 주 3회로 바꾸었다. 지금은 플루트 2회, 반주 1회 하고 있는데 좋아한다. 전공할 것이 아니므로 정통적인 진도는 그다지 필요 없다고 생각 된다”고 말했다. 정선우(38‧문정동)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피아노 교재 밑에 ‘이렇게 어려운 것도 해내다니, 우리 딸 자랑스럽다!’고 써 놓는 한편 교재 한 권씩 끝낼 때마다 선물을 사주거나 작은 케이크 하나 사다가 축하파티를 열어줬다”며 그 덕분인지 무리 없이 배웠다고 전했다.
한편 피아노를 배워줄 때 고민되는 것이 어떤 기관을 선택해야 할지에 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성향에 맞춰 개인레슨과 학원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원강사는 “아이가 스스로 연습할 수 있다면 개인레슨,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진도를 나가도록 해 줘야 할 아이라면 학원이 맞는다”면서 “다만 전공을 할 경우라면 개인레슨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선생님의 자질. 가급적 피아노 전공자에게 배우게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최혜정 씨는 “선생님들 중 피아노 전공이 아닌 성악 전공 등의 음악과를 졸업한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 또 학원을 다닌다면 원장님이 직접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음악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
우리나라에서는 피아노를 학교 수행평가 때문에 내지는 다른 악기 전 단계로 배워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아노는 비교적 어려운 악기이기 때문에 이런 목적만을 가지고 시작하다보면 음악적인 면에서 결과적으로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피아노를 전공했다는 주부 김영미 씨는 “외국의 경우 한 교재를 배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곡에 대한 이해를 먼저 돕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는 물론 음악에 대해 즐기는 자세에서 차이가 난다”면서 “단지 수행평가를 위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줘 가며 피아노를 배워주는 것은 효과적인 면에서도 좋지 않다. 어떤 악기든지 간에 아이의 정서적인 면을 살피고 즐기면서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영선 리포터 zz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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