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오종환

상대의 필요와 편함을 배려하는 마음이 발명으로 이어져

삼일공업고등학교 교사 오종환

지역내일 2009-07-23
다른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인물 취재까지 이뤄지는 때가 가끔 생기곤 한다. 전문계고등학교 특성화 학과를 취재하기 위해서 방문한 삼일공업고등학교(이하 삼일공고)에서 오종환 교사와 만났다. 삼일공고의 발명창작과는 08년 신설되자마자 각종 발명품경진대회와 전시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허청의 지원을 받는 특성화 학과에 우수한 학생이 몰려든 탓도 있지만, 발명창작과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발명창업동아리 ‘I·S·V(Invention Student Venture)’를 이끌어온 오 교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출장 후 곧바로 출근해야 할 만큼 바쁜 그의 전화는 취재하는 내내 울렸다. 그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호출 빈도를 통해 그의 존재감이 간접적으로 전해왔다. 오랜 기간 발명을 한 탓인지 날카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선하게 보이는 눈매를 지닌 오종환 교사는 14년째 이어온 교직생활을 하기 전에는 무선통신을 개발하는 외국계 회사에서 10년 동안 근무했단다. 학생 산업재산권으로 특허증을 받은 ‘자가진단기능 화재경보시스템’과 ‘발열구명조끼’ 등으로 TV에도 출연했던 그는 “졸업 전 ‘1인 1특허’를 목표로 지도한다. 2학년의 경우 평균 2건 정도 특허를 지녔다”고 했다.
6년 전 한두 명으로 시작된 동아리 ‘I·S·V’는 현재 78명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발명창작과 학생 뿐 아니라 타과 학생에게도 열려있는 동아리다. 기억에 남는 학생을 묻자, 현재 발명강사로 활동 중인 1기의 한 학생을 떠올렸다. “하느님 다음으로 나를 존경한다던 학생이었는데, 공부를 썩 잘 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부모님도 감사해 하셨죠.”
2학년이 최고학년인 발명창작반 학생 중에는 학교 홍보를 나온 오종환 교사의 상담을 받고 마음을 굳힌 경우가 많았다. 자신을 믿고 따라온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은 당연할 터이지만, 학생들이 리포터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교복치마를 덮어줄 무릎덮개까지 챙겨주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듯 보이는 작은 배려 속에는 상대의 필요와 편함을 생각하는 속 깊은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런 배려들이 발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취재하는 동안 입버릇처럼 “든 게 없어서...”라는 말을 하는 오종환 교사를 보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는 게 늘어날수록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지식의 한계가 확장되기 마련이다.

김선경 리포터 escarg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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