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노무현 前대통령 49재 행사장을 찾아

훨훨 날아가라!

지역내일 2009-07-22 (수정 2009-07-22 오후 4:00:08)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였던 지난 10일 광주ㆍ전남지역 곳곳에서도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관하는 추모행사가 구도청에서 열려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광주ㆍ전남지역 330여 시민, 사회, 종교, 여성, 노동, 5월 단체 인사로 구성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광주전남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는 10일 오후 7시30분 광주 옛 전남도청 시민합동분향소에서 49재를 지냈다.
영산재를 시작으로 추모사와 기독교, 불교, 원불교 종교의식, 추모발언, 추모가 등이 이어졌다. 추모위에서 진행한  故노무현 前대통령 49재 행사장인 구도청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 김양희(인도 음악가) - 서거 후 내내 도청 추모제에 참가해 노래를 불렀다. 물론 무료공연이다. 살아오는 동안 존경했던 분들 중 한 분이다. 사람들은 내 마음 속 대통령이란 말을 하는데 나 역시도 그렇다. 내가 부르는 노래가 그 분의 귀에도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동안 너무 많은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신기하게도 49재를 지내는 동안은 비가 멈추었다. 부디 편안한 세상에서 안식을 얻길 바란다.
♣ 정미경(경희대3) - 방학이 되어 집에 왔다. 학원에서 영어 강의를 듣다가 왔다. 추모제에도 한 번도 참가하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와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참가했다. 장미꽃 대신 향초 몇 개 꽂다보니 눈물이 나도 모르게 핑 돌았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왠지 남의 일 같지 않다.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한다. 49재가 끝나는 시간 까지 남아 있다가 다 보고 갈 생각이다. 추모제보다는 문화제 같은 생각이 든다.
♣ 은경희. 김영석(조선대4) - 같이 재배하는 것을 보고 달려가 물었다. 다 끝나는 늦은 시간에라도 와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도서관에서 교원 임용고시 공부를 같이 한다. 역사가 무엇인지,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오는 동안 내내 이야기 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일단은 절을 하고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이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지 알 것도 같다. 막연하게나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 김덕순(72) - 풍향동에서 왔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프랜카드를 보고 왔다. 눈물이 난다. 너무 많이 울었는데도 아직도 눈물이 나온다. 내가 찍었던 유일한 대통령 중 한 사람이다. 속이 다 시원하도록 말하고 정치를 하더니 결국은 죽어버렸다. 너무 오래 살아 못 볼 것을 보는 것 같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빨이 잊어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안 좋다.
♣ 이정현(48) - 기대했던 대통령이었다. 봉화마을에서 손녀를 태우고 자전거를 타는 영상이 나를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그런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가. 봉화 마을에도 직접 가보았는데 호화주택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더 크고 멋진 집이 바로 옆에 있어 물었더니 이장 집이라고 사람들이 가르쳐주었다.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잘 사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과연 올까? 나도 희망이 없어진 듯 해 슬프다.
♣ 이민기(50) - 49재라 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 광산구 송정동에서 왔는데 죽은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잊혀 진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때우기 같은 행사인 것도 같고 생각보다 초라하고 협소하다. 비석만 하나 세우라는 유언에 너무 집착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죽어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건지 마음이 아프다. 재임 기간 동안 사람들은 역차별의 호남에 대해 가끔씩 이야기하곤 했지만 나는 한 번도 대통령을 원망해 보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나 큰 인물을 잃었다는 생각뿐이다. 언제 이런 대통령을 볼 수 있을지.….
♣ 이은정(39) - 저녁을 일찍 먹여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집이 가깝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인사말이나 추도식보다 영산재가 볼만했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4,5학년인데 고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서거했는지 다 알고 있다. 더 이상의 질문을 하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 지 참 많이 답답했다.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말과 삼켜야 할 말이 어떤 것인 지를 구분할 수 없어서이다. 절을 하고 여기저기 촛불을 들고 돌아다니며 스스로 알아내기를 바랄 뿐이다. 커서 어른이 되면 이때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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