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지급 불만
25일 오후 2시, 동대문구 이문동 중랑천변에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참가자 90여명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잡풀을 뜯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 중랑천변에서 잡풀을 뜯고 있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참가자들 사진 송현경 기자
보통 50~60대인 이들은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모자와 머리 수건을 쓰고 호미로 잡풀을 캐 양동이에 넣었다. 작업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서인지 이들의 손놀림은 제법 능숙하고 빨랐다. 이들은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퉁퉁 부어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일손을 놓지 않았다.
한창 작업 중인 임영화(68)씨는 돈을 아끼려 청량리에서 중랑천변까지 걸어서 출퇴근을 한다고 말했다. 걷는 시간은 약 1시간 20분. 때문에 임씨는 오전 5시에 일어난다. 원래 임씨는 식당일로 먹고 살았다. 그는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니 써 주는 데가 없더라. 집세를 못내 월세로 옮겼는데, 마침 공고가 나서 지원했다”면서 “가족들은 다 떠났다. 이 나이에 이러고 있는 게 한심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하루 벌어 하루 살아서라도 한 몸 건사하니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옆에서 일하던 이영희(64)씨는 “전업주부로만 지내다 일이 처음이라 너무 힘들다”면서 “자식들은 있지만 결혼해 손자들이 생기니 먹고 살기 바쁘더라. 나이가 있어 취직할 수도 없다”고 처지를 설명했다. 심 모(57)씨는 “형편이 안 좋아 이일, 저일 하며 먹고 살았다.
최근엔 부동산중개소 보조 일을 했었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자기네 가족끼리 하려고 하더라”면서 “다들 어려우니 어쩌겠나”고 말했다. 모든 참가자들은 도시락을 싸와 점심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밥에 찬이라곤 김치와 밑반찬이 전부다. 적은 돈이나마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서다. 이들은 일이 힘든 건 벌어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지만 상품권으로 일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너무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임씨는 “상품권으로는 밀린 전기세 등 공공 요금도 못 낸다. 집에 환자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며 정책을 원망했다.
같은 날, 동대문구 이문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참가자 3명은 하수도를 막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제거하고 있었다. 하수구 뚜껑을 열고 삽으로 쓰레기를 퍼내던 한상범(67)씨는 “건설 일용직으로 2월까지 일하다가 일거리가 너무 없어 그만뒀다”면서 “집이 가까워서 일하기 좋다. 점심은 집에 가서 먹고 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럽다고 생각하면 못 한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며 한다”면서 “열심히 하니까 잘 치워준다면서 한 점포 주인이 커피를 갖다 주더라. 이런 맛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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