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림한의원
정 문 원장
現)부산시한의사회 보험이사
어느덧 초목의 푸르름이 온 천지를 뒤덮고,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무척이나 짧아진 것을 보니 성하(盛夏)의 계절임을 의심치 않겠다.
이렇게 무덥고 후덥한 이 여름 기상을 우리 한의학에서는 번수(蕃秀)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봄의 기상을 받아 기운을 완전히 펼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모든 만물이 제각기 자기의 기상을 완전히 펼쳐 보이는 때인 것이다. 이렇듯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해야하는 여름을 잘 보내려면, 지난 가을부터 거름을 잘하고 겨울에 활동을 삼가 원기를 잘 저장해 놓아야 봄과 여름에 이 기운을 펼쳐 보일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요즈음을 사는 우리들은 가을, 겨울, 봄 할 것 없이, 밤낮 구별 없이 원기를 소모하니 이 여름만 되면 펼치기는 커녕, 오히려 축 쳐져 한낮에 꾸벅꾸벅 졸기만 하고 심신이 다 피곤하니 ‘불쾌지수’란 단어만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정네들 몇몇이 모이기만 하면 모자란 원기를 보충하려고 영양탕이니 삼계탕이니 하는 것만 찾게 된다. 여름 더위에 적응할려고 하기는 커녕 오히려 피서에만 신경을 쓰게 되고 에어컨 아래로만 모이니, 나의 기운은 약한데 오히려 에어컨의 찬바람만 쏘이니 여름 감기 및 피부병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느는 것을 보고 있다.
이럴 때 한의학에서는 고래로부터 여름을 잘 나게 하는 청서익기탕류, 생맥산류 등의 처방이 많지만,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는 미삼(인삼의 잔뿌리)을 다려서 식수로 삼는 것이다. 미삼은 인삼의 원기를 보충하는 기운도 가지고 있으며 사지말단까지 기운을 잘 보내니 혈액순환도 도운다. 몸이 야위고 늘 초조하고 신경이 아주 예민한 사람은 수삼을 다려 식수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기운을 늘 사용하는 것만을 알지 말고 모을 줄도 알아서 이 여름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 가을부터 잘 거두고 저장한 사람은 여름을 맞이하여 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밤의 길이와 같이) 태양 볕을 두려워하지 않고 밖에서 활동을 하며, 마음가짐도 짜증이나 화를 내지 말며, 여름 기상과 같이 기운을 밖으로 펼치면서 이 여름을 잘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임시방편으로만 여름 보약을 먹는다, 영양탕을 먹는다 한다고 해서 건강을 전부 되찾을 수 없다. 우선은 조금 괜찮겠지만 웃불을 끄는 것에 불과하니 지금부터라도 사계절에 맞게 우리의 생활을 영위하면 가장 큰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