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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내일 2009-07-15
도박중독 조장하는 정부, 예방치유는 뒷전
중독치유 예산, 총매출의 0.0001%도 안돼 … 사행산업 육성만 관심

# 대학졸업반 때 실연으로 술을 먹기 시작했다. 두 달 정도 술을 먹고 지냈는데, 친구가 하루는 경마장을 가자고 했다. 다음부터는 혼자도 가게 됐고 졸업반 2학기 등록금을 올인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한참 일할 나이에 IMF 터지고 취직이 힘들었다. 직장 3개월 다니고 경마장으로 출근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도 안 돼 가진돈 다 까먹고 빛만 8000정도 됐다. 10년이 지나 결혼해서는 도박 안하려고 했다. 아내가 빚을 다 청산해 줬지만 또 시작하고 말았다. 현재 부채도 많다. 미치겠다. 그렇게 착한 아내의 입에서도 험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방모씨, 도박중독자="" 모임="" ‘단도박’="" 사이트에서="">

# 동생집에, 친척집에, 누나집에, 조카집에 전부 다 돈을 가져와 게임을 하는 거야. 폐인이 되는 거야. 마약은 내 몸 하나 망가지면 끝나지. 그런데 도박은 주위 사람들을 다 죽인다 이거야. <김세건, ‘베팅하는="" 몸="" :="" 카지노="" 노숙자들의="" 삶’="" 중에서="">

국회가 2008년 국정감사에서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내국인 카지노 관련 5대 범죄 현황에 따르면 2007년 강원랜드가 있는 하이원리조트에서 살인과 강간 등이 188건이 발생했다. 이는 2006년에 비해 45%가 증가한 수치다.
강원대 이태원 교수가 강원랜드 출입 629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국인 카지노 출입자 10명 중 2.5명꼴로 1억원 이상 거금을 탕진하고도 출입을 끊지 못하는 심각한 도박중독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1명은 경제적 궁핍 등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수시로 고민하는 등 물질적·정신적 휴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도박중독예방 치유센터에 따르면 2008년 도박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5500여 명으로, 2007년 4200여 명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합법 사행산업 총매출은 2000년 6조6977억원에서 2007년 22조73985억원(카지노 베팅액 기준)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합법 보다 더 큰 게 불법 영역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약칭 사감위)는 불법 사행산업의 규모를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합법 사행산업의 피해정도를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불법도박의 범죄피해는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범죄의 상당수가 도박중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감위에 따르면 국내 도박중독 유병율은 9.5%로, 이는 국내 19세 이상 성인 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 359만명에 달하는 수치로 해외 선진국 도박중독 유병률 4%대와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주도로 급성장한 사행산업 = 이처럼 도박중독자가 많은 것은 정부가 사행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약칭 사감위)에 따르면 최근 8년간 국내 사행산업(총매출액 기준)은 2000년 5조6977억원에서 2007년 22조739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국민 1인당 46만원이 넘는 돈이다. 특히 2006년 섬유제품제조업(13조8000억원)과 비금속광물제조업(14조700억원) 규모를 웃도는 것으로 국내 어지간한 제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행산업 대부분은 민간이 아닌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한다는데 있다.
5대 사행산업인 경마, 경륜, 경정, 복권(스포츠토토), 카지노 등 모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마는 농림부와 한국마사회가,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복권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카지노는 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외국인 전용)와 정부가 출자한 강원랜드(내·외국인 가능)가 있다.
여기에 불법 성인오락실, 사설 경마, 인터넷 도박, 주한미군 슬롯머신 등을 포함할 경우 국내 사행산업 규모는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체 반발에 무기력한 사감위 = 사행산업을 감독해야 할 사감위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행산업 건전화 계획을 발표해 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부처의 비협조와 사행사업체의 반발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전자카드 도입이 단적인 예다. 각 사행산업별로 베팅 한도액을 정하고 있으나 구매한도 준수 방안의 방안 등 관리통제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한도를 넘는 베팅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에 사감위는 고객전용 전자카드를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사회 등 사행사업체의 강력한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전자카드 도입 여부를 결정키로 한 사감위 전체회의는 정부측 위원들의 불참으로 소위원회로 대체됐다.

◆형식적인 중독 예방치유 정책 = 사행산업을 합법화시켜 도박중독을 조장하고 있는 정부가 중독예방과 치유에는 관심이 없다. 지난해 사감위 산하 중독예방치유센터 예산은 고작 20억원이다. 그것도 매칭펀드로 국비 10억원에 사행사업자가 10억원을 낸다.사행산업 총 매출액의 0.0001%도 안되고, 순매출(6조원)로 따져도 0.0003%에 불과해 중독예방과 치유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외국의 경우 사행산업을 육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담금을 확대해 중독을 예방하고 치유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사행산업자 순매출액의 2%를 기금으로 확보해 치유와 예방 사업을 펼치고 있다. 1년 사용액만 400억원에 달한다.
임동규 의원은 14일 “도박산업으로 재정을 확충해 지역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도 않고, 국가적으로 피해가 상당히 크다”며 “사행산업을 국가가 육성해서는 안되지만 재정확보 차원에서 시작했다면 정부는 최선을 다해 부작용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순매출 2% 예방기금 = 외국의 경우 사행산업을 육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담금을 확대해 중독을 예방하고 치유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사행산업자 순매출액의 2%를 기금으로 확보해 치유와 예방 사업을 펼치고 있다. 1년 사용액만 4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한국정부는 중독 치유기관을 설립하고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형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행산업을 감독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의 1년 예산은 20억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매칭펀드’로 국비 10억원에 사행사업자가 10억원을 낸다. 국립 중독예방치유센터 재정이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의 5%에 불과한 것이다.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 조현섭 센터장은 “지금 상황에서 도박을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도박의 오랜 역사를 가진 국가에서도 중독 예방·치유 기관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면서 범정부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는 사행산업 순수입액의 2%를 기금을 조성해 중독예방치유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박중독은 예방이 중요 =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극단적인 조사가 있다. 고한희망센터가 지난해 카지노 인근 지역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생 및 고등학생 8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숙자 증가와 도박 중독으로 인한 자살자 증가 등으로 교육환경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 45%가 직접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72.6%는 가족과 이웃 등이 도박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2000년 카지노가 개장한 이후 지역변화에 대해서는 45.6%가 전당포와 유흥업소, 노숙자, 부랑자가 증가했다고 대답했다.
예방과 치유 교육을 받지 않으면 이 학생들은 커서 도박중독자가 될 확률이 높다. 우리 아이들이 도박중독의 잠재적 고객이 된 것이다.
국회 송훈석 의원은 도박자금 마련 목적의 사기나 절도 등 범죄가 급증하는 등 강원랜드가 새로운 범죄의 온상지가 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화 되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키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송 의원은 특히 생색내기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도박중독방지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통합적인 ‘도박중독예방치료센터’의 설립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박스>
해외 도박중독 예방·치유 제도

주 정부에서 연 200억 도박 관련 예산 사용
사행산업 감독기구도 정부 직속


캐나다 온타리오 주가 대표적이다. 인구 1200만명의 온타리오 주정부인 복지부에서 각 단체에 기금을 제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행산업사업자 순매출액의 2%를 기금으로 확보해 사용하고 있다. 주 정부에서는 도박관련 정책과 예산 수립, 정책집행 연구를 담당하고 대부분은 민간전문 기관에 위탁해 집행한다.
온타리오 주는 도박중독자 33만1967명(2006년)으로, 유병률 3.4%다.
캐나다 앨버타 주와 미국 오리건 주는 대부분 복권 수입의 1% 이상을 중독 예방·치유 기금으로 걷어들인다.
인구 683만명의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는 카지노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금을 걷는다. 카지노 순매출액의 2%가 ‘갬블링 펀드’로 조성해 중독 관련 사업에 쓰인다. 펀드 재정은 1년에 160억원 정도다.
외국의 사행산업 감독기구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사행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철저히 재정분배가 되며, 사행산업의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지원책도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
사행산업의 원조격인 영국은 ‘갬블링 위원회’를 중앙정부 독립기관으로 설립, 영국 내 모든 게이밍 관련 산업에 대한 인허가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다. 카지노 허가 여부를 심사하고 경영 감독까지 한다. 예산은 1년에 약 300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도박 천국이라 불리는 마카오는 ‘게임감찰협조국’이 중앙정부 소속으로 사행산업을 감독한다. 1930년 설립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감찰협조국’은 카지노 경견 경마 복권의 인허가 업무와 감독 권한을 가진다. 직원은 200명이다.
카지노의 상징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 주에는 2개의 감독기구가 있다. 모두 주 법무부 소속으로 ‘게이밍규제위원회’와 ‘네바다 게이밍위원회’다. 위원회에서는 카지노와 경마, 복권의 면허 발급과 인·허가 취소여부를 조사하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인원은 462명으로 1년에 350억원의 예산을 사용한다.
호주의 퀸즐랜드와 빅토리아 주 역시 ‘게이밍규제실’과 ‘갬블링규제위원회’를 두고 카지노, 머신게임, 경주, 복권에 대한 발행·취소·정지 여부를 심사한다. 또 중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주 정부에서는 1년에 200억원 가량의 위원회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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