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뉴 5060세대

빈둥지 증후군 No! 내 전성기는 바로 지금

문화강좌 수강생 80% 점령…자기계발, 건강 일 경제활동 병행, 불경기 소비주체로 떠올라

지역내일 2009-07-15

서초동 김미화(54) 주부는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나설 채비가 한창이다. 오전엔 교육개발원의 독서지도사 자격증반 수업, 오후엔 백화점 문화센터 시창작 수업이 있고 매일 저녁식사 후엔 남편과 집근처 중학교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연습을 한다. 월요일 외에도 화요일 자원봉사, 수요일 영어회화, 목요일 컴퓨터… 등 김씨의 일주일 스케줄은 빡빡하다.
두 남매를 키우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김씨가 ‘내 인생’을 찾기 시작한 건 딸이 결혼하고, 아들이 대학 재학 중 군대에 간 뒤부터.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바빠 그동안 미뤘던 하고 싶은 일과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새로운 삶을 찾은 것이다. 김씨는 “이제야 내 몫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행복해 했다.

가사와 교육문제에서 해방된 강남의 5060 주부들이 둥지가 비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녀 독립 후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5060세대의 새로운 노력은 남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젊었을 때 못했던 일을 맘껏 배우고 실천 한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자녀들이 성장해 부모 곁을 떠나면 심리적 상실감과 시간적 공허감으로 빈둥지증후군에 시달리던 이전의 5060세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식과 문화 욕구 충족으로 정체성 찾아
강남문화원은 총 34개 강좌에 수강생이 500여명인데 그중 80%가 5060세대이다. 특히 영미문화비평, 문화영어 등은 5060 수강생이 대부분이고 문인화, 클래식음악감상, 한문서예, 시낭송, 시창작, 생활판소리 등에 대한 참여도 역시 높다. 강남문화원은 이런 5060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여 7월부터 문화재 강좌와 문화유적답사, 전통음식과 건강비결 등새로운 문화강좌를 개설했다. 김성곤 부장은 “자녀 교육과 가족 부양의무에서 해방돼 자아를 찾고자 하는 5060 중년들의 도전이 거세다”고 말했다.
반포사회복지관 성인영어회화반에 5060 주부들의 참여율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강좌에 참여하고 있는 잠원동 주부 이 모(53)씨는 “5060의 높은 학구열은 젊은 엄마들이 주눅이 들 정도”라며 “배움의 욕구는 자연스럽게 실현의 장으로 이어져 ‘영어사랑 동아리’ ‘영어 소설반’ 등 소모임을 열고,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도 한다”고 전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에만 몰렸던 5060세대들의 관심이 최근 문화나 외국어공부 등 은퇴 후 30년을 준비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규칙적인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자전거나 등산, 조깅을 즐겨 강남엔 이들 동호회가 동별로 운영되고 있으며, 마라톤과 자전거 경주에도 젊은 층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경력 살려 일도 하고 돈도 번다
보건복지부 2008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후에 하고 싶은 활동 1순위는 일(37%) 이었고, 여가나 취미활동(33.1%), 종교(29.3%) 등이 뒤를 이었다. 일을 함으로써 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증거와 내 삶의 이유, 경제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5060은 학력이 높고, 강남 지자체 및 각 단체에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지하철 택배, 편의점 스탭, 고지서 송달 등 단순노동형에서 숲생태 및 문화재해설사, 시험감독관, 통번역, 인성상담, 독서지도 등 지식형까지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강남시니어클럽에서 번역활동을 3년째 하고 있는 이관용(67)씨는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해외투자기업 계약서를 번역하거나 논문 번역을 주로 하고 있다. 번역일은 적성에 맞고 과거 경력도 활용할 수 있어 좋다”면서 “단어를 찾고 머리를 쓰다 보니 기억력이 좋아지고, 사회활동으로 활기찬 생활을 하니까 젊어 보인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하철택배도 인기다. 도곡동에 사는 유기영(65)씨는 “하루 2~3건 정도 배달하는데 월 50만원 정도 벌고 있다”면서 “일을 하니 시간도 무료하지 않고 운동도 될 뿐만 아니라 용돈도 버니 1석3조”라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율 높아 경기 하강에도 실질 소비력 막강
과거 한국의 5060세대는 자녀 교육과 생계유지에 온 힘을 쏟느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 강남의 5060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대개 돈을 부동산에 묻었고, 주식 보유율이 적기 때문에 금융위기에 따른 소비력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경우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 가운데 50대 이상 매출 비중이 5월 말 현재 45%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보다 15% 가량 상승했다. 현대백화점도 50대 이상 고객의 비중이 디자이너 의류(37.4%), 골프의류(34.0%), 남성정장(33.5%), 화장품(2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자신의 몸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5060세대가 크게 늘었다. 특히 성생활은 더욱 소중하고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어지고 있으며 부부 성생활을 위한 치료도 많이 한다. 가암여성의원 염윤석 원장은 “성생활은 신경과 뇌를 자극해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면서 활력을 찾게 된다. 성 호르몬이 세로토닌 등 우울증 예방물질을 분비시키고 노화와 치매, 건망증 진행을 억제 하기 때문이다”면서 “5060세대는 폐경과 남성 성기능 저하로 성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출산과 노화로 손상된 여성의 골반근육을 복원하면 성생활은 물론 변비와 요실금까지 좋아진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엔 젊은이들 못지않게 5060세대의 외모 가꾸기 열풍도 거세다. HB피부과 최정민 원장은 “대부분 색소질환 치료를 위한 레이저토닝, 눈가나 얼굴및 목 주름을 없애는 보톡스나 써마지 치료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정옥선 리포터 oks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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