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형 독서보다 ‘손쉽게 읽히는 책’ 추천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 확충 필요성 제기
“글쎄요, 여름 휴가에 권하고 싶은 인문학 책은 없는데요. 책은 손길이 가는대로 편하게 읽어야죠.”
최근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인문학 책 중 여름 휴가철에 읽은 만한 추천도서를 요구하자 한철희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에게서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것도 ‘딱딱하기’ 이를데 없는 인문철학 서적을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 대표에게 들은 말이라 딱히 인문학에 대해 더 건넬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출간하는 서적의 견고함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이는 한 회장은 그래도 딱한 지 “이번 휴가철에 미술책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소설이나 여행기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흡수해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파주 출판단지 ‘돌베개’ 출판사에서 만난 한 회장은 어린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시킨다면 ‘똑똑해지기 위해서, 논술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주변에 늘 책이 넘쳐나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만이 책 속의 지식을 자신의 지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책을 학습의 방법으로 읽어서는 안됩니다. 요즘 책읽기가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필독도서 목록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과연 독서 효과가 있을까요. 책읽기가 학습의 방편이 되는 순간 또 하나의 업무이자, 시험이 됩니다. 그냥 주변에 여러 책들을 던져 놓고, 아무렇게나 읽는 것이 최상의 독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권을 다 읽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학습형 독서와 이 책을 읽다가 마음대로 저 책을 읽을 수 있는 재미형 독서의 결론을 한 회장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인문학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 경제위기 속에 경영 일선에서 부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 물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아마도 경제경영을 넘나드는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기가 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많은 경영인들이 인문학적 사고와 상상력만이 유연한 창의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위기의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민주화가 중요한 정치적 과제인 시기, 공동체 역사를 탐구하는 담론들이 많았다. 90년대 중반에 들어 절차적 민주화 과정을 밟으면서, 또 구제금융(IMF)를 겪으면서 개인의 자기계발과 경영지침들이 중요한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또 다시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런 사회적 흐름은 출판 시장에도 적용된다. 시기별로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도서의 변화상이 똑같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한 회장은 올해부터 한국출판인회의를 맡아 이끌고 있다. 회사로 보면 올해 출판사 ‘돌베개’ 30주년이 되는 해다. 출판사 대표로, 출판사연합체 회장으로 그는 올 한해 출판정책을 한 단계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한 회장은 이 두 가지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일은 동네별 작은도서관을 좀 더 확대하고,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환경에서 책에만 집중하기 힘든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극적인 환경에 책이라도 있어야 순환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작은 도서관이 더 늘어나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도서관에 도서구입비용을 확충하면 됩니다.”
현재 공공도서관은 600여개가 있지만 도서구입비는 1년 650억원 정도다. 도서관 한 곳에 도서구입비가 1억원에 그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회장은 “전투기 한 대 가격이 1300억원이라고 들었습니다. 국민의 정신문화를 지배하는 도서관과 전투기를 비교할 수 없겠지만, 너무나 큰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이 늘어나면 인기는 없지만 의미있는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도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책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 것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한 회장은 세계적 위인들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빌게이츠는 말했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동네 도서관의 힘이라고. 코스모스를 지은 칼세이건도 천문학자의 꿈을 마을 도서관에서 꿨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작은 도서관이 동네 곳곳을 파고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책을 쌓아 놓고 아이들을 기다려야 합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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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 확충 필요성 제기
“글쎄요, 여름 휴가에 권하고 싶은 인문학 책은 없는데요. 책은 손길이 가는대로 편하게 읽어야죠.”
최근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인문학 책 중 여름 휴가철에 읽은 만한 추천도서를 요구하자 한철희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에게서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것도 ‘딱딱하기’ 이를데 없는 인문철학 서적을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 대표에게 들은 말이라 딱히 인문학에 대해 더 건넬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출간하는 서적의 견고함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이는 한 회장은 그래도 딱한 지 “이번 휴가철에 미술책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소설이나 여행기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흡수해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파주 출판단지 ‘돌베개’ 출판사에서 만난 한 회장은 어린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시킨다면 ‘똑똑해지기 위해서, 논술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주변에 늘 책이 넘쳐나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만이 책 속의 지식을 자신의 지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책을 학습의 방법으로 읽어서는 안됩니다. 요즘 책읽기가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필독도서 목록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과연 독서 효과가 있을까요. 책읽기가 학습의 방편이 되는 순간 또 하나의 업무이자, 시험이 됩니다. 그냥 주변에 여러 책들을 던져 놓고, 아무렇게나 읽는 것이 최상의 독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권을 다 읽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학습형 독서와 이 책을 읽다가 마음대로 저 책을 읽을 수 있는 재미형 독서의 결론을 한 회장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인문학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 경제위기 속에 경영 일선에서 부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 물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아마도 경제경영을 넘나드는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기가 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많은 경영인들이 인문학적 사고와 상상력만이 유연한 창의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위기의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민주화가 중요한 정치적 과제인 시기, 공동체 역사를 탐구하는 담론들이 많았다. 90년대 중반에 들어 절차적 민주화 과정을 밟으면서, 또 구제금융(IMF)를 겪으면서 개인의 자기계발과 경영지침들이 중요한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또 다시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런 사회적 흐름은 출판 시장에도 적용된다. 시기별로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도서의 변화상이 똑같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한 회장은 올해부터 한국출판인회의를 맡아 이끌고 있다. 회사로 보면 올해 출판사 ‘돌베개’ 30주년이 되는 해다. 출판사 대표로, 출판사연합체 회장으로 그는 올 한해 출판정책을 한 단계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한 회장은 이 두 가지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일은 동네별 작은도서관을 좀 더 확대하고,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환경에서 책에만 집중하기 힘든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극적인 환경에 책이라도 있어야 순환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작은 도서관이 더 늘어나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도서관에 도서구입비용을 확충하면 됩니다.”
현재 공공도서관은 600여개가 있지만 도서구입비는 1년 650억원 정도다. 도서관 한 곳에 도서구입비가 1억원에 그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회장은 “전투기 한 대 가격이 1300억원이라고 들었습니다. 국민의 정신문화를 지배하는 도서관과 전투기를 비교할 수 없겠지만, 너무나 큰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이 늘어나면 인기는 없지만 의미있는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도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책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 것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한 회장은 세계적 위인들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빌게이츠는 말했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동네 도서관의 힘이라고. 코스모스를 지은 칼세이건도 천문학자의 꿈을 마을 도서관에서 꿨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작은 도서관이 동네 곳곳을 파고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책을 쌓아 놓고 아이들을 기다려야 합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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