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바로 보아야···

지역내일 2009-07-02


‘보다’라는 기능은 단지 눈을 통한 시각적 감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청각을 통해 ‘들어보다’ 라고 하고 혀를 통해 ‘맛을 보다’, 코로 ‘냄새를 맡아 보다’라고 말한다. 그밖에도 ‘시험을 보다’ 라든가, ‘음식의 간을 보다’, ‘느껴본다’ 라는 등 그 의미와 사용이 퍽 넓다.
결국 ‘보다’라는 기능은 단순한 감각으로 반사적으로 대상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알아차리는 것을 넘어 더 깊이 있게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모두 말초 감각 수준을 넘어 뇌가 발달하면서 이뤄진 능력이다. 그래서 ‘제대로 본다’는 것은 ‘알아차리다’, ‘이해하다’라는 뜻이다. 나아가‘자기를 바로 본다’ 는 뜻은 거울로 보듯이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외양만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까지도 보는 것, 즉 자신을 잘 안다는 뜻이다. 감각 기관과 중추신경계의 기능의 이러한 결합은 단순히 말초감각만으로 파악한 것보다 더 넓고 깊게 대상을 파악하여 더 효과적으로 잘 대응하게 하려는 유전적 진화일 터이다.
예컨대 언중유골이라는 말은 말 속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뜻이 있다는 의미이다. 귀에 들리는 내용이 전부가 아니고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는 뜻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으나 자주 과음하면 혼란이 온다. 즉 상대의 부추김이나 아부를 진심에서 우러난 찬탄이나 칭찬과 구별하지 못하고 흔히 자기가 잘난 줄로 알고 우쭐한다. 모든 신체 감각 기관이 멀쩡하더라도 지나친 음주로 뇌의 손상이 생기면 더 깊이 있게 지각하지 못하므로 결국 잘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눈을 포함하여 우리의 감각은 본디 외부의 대상을 잘 파악하기 위한 기관이다. 생존을 위하여 바깥의 위협을 빨리 감지하여 자신을 지키라는 것이다. 먼 과거에는 인류 또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이러한 기능이 가장 중요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인지가 발달하고 문명화되면서,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오늘날에는 대부분 인간 자신이 자기 스스로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된다. 즉 각 개인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해독이라는 이야기이다. 술과 담배가 가장 전형적이다.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암과 성인병을 일으키는 나쁜 생활 습관을 지속한다. 오늘날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대부분 이로 인한 질병과 사고이다. 이제야 말로 자신을 ‘제대로 보아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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