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중학교의 아주 특별한 시간

위기학생 예방 프로그램 일환으로 부모님과 만나는 시간 마련

지역내일 2009-06-26 (수정 2009-06-26 오전 11:52:45)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 한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변화와 흔들림이 많기 때문에 자칫 궤도를 이탈할 수도 있는 시기다. 두발·복장불량, 학업태도 태만, 흡연 등의 형태로 흔들림을 표현하는 학생들. 이 흔들림을 바로잡기 위해 위기학생 자신은 물론, 교사·학부모가 함께하는 노력이 작전중학교(교장 전태성)에서 3년째 진행되고 있다. ‘부모님 사랑해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위기학생 예방 프로그램에 참가해보았다.

부모님 죄송해요, 사랑해요
6월 17일 오후 7시 무렵. 계양구 작전동에 위치한 작전중학교 2층 대회의실은 행복한 설렘으로 분주했다. 넓은 회의실 한 가운데는 ㄷ자 형태로 테이블이 놓여있고, 그 위에는 샌드위치, 주먹밥, 갖가지 과일과 음료수 등이 차려 있다. 음식은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들로 3시간에 걸쳐 정성껏 준비했다. 부모님들께 드릴 음식상을 다시 손보는 학생들 손길이 사뭇 진지하다.
드디어 7시 30분, 30여 명의 학부모와 4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한 ‘부모님 사랑해요’ 행사가 시작되었다.
학부모 소개와 교사 소개시간, 저녁식사시간을 거쳐 부모와 자녀들의 즐거운 게임과 사랑 표현 시간이 이어졌다. 엄마·아빠와 얼싸안으며 풍선을 터뜨리고, 부모님께 짧은 글로 마음을 전하고, 죄송함과 감사를 담아 노래를 부르며 부모, 학생, 교사 모두가 한 마음이 되었다.
행사 마지막 순서인 ‘세족식’은 자녀와 부모가 감사와 미안함으로 눈시울을 적셨던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그릇과 수건을 들고 자신의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당당하게 맨발을 내밀라”는 사회자의 말에 학부모들은 머뭇거리며 맨발을 세숫대야의 물에 담갔다.
진행을 담당하는 박대훈 부장교사는 학생들에게 “부모님의 맨발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 있느냐”고 물으며 “보기에는 예쁘지 않을지 몰라도, 이 발이 너희들 아플 때 엎고 뛰며 이만큼 키워준 아름답고 귀한 발”이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숙연해졌다.
두 손으로 정성껏 부모님 발을 닦아드리는 학생들도, 의자에 앉은 채 자녀의 손에 맨발을 맡긴 학부모들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는 듯한 눈길로 눈시울을 적셨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자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나누는 시간. 서로의 왼쪽가슴에 한 손을 얹고 그 손위로 다른 손을 얹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내도록 불을 끄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어느새 자녀와 부둥켜안고 깊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자녀의 등을 두드리며,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어루만지면서 눈물을 흘리는 부모들. 엄마·아빠만큼 훌쩍 커버린 든든한 덩치로 부모님을 안고 고개를 끄덕이며 부모님 눈물을 닦아주는 학생들. 서로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나누며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박대훈 교사는 “흔들리는 청소년들 대부분은 가족 내 의사소통 기회 부족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또 “대화의 부재는 오해를 낳고, 오해가 깊어지면 단절이 오게 마련입니다.
가정에서의 흔들림이 심화되면 학교와 사회문제로 확산되기 때문에 청소년 문제는 학생, 교사, 학부모사이의 신뢰와 대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전중의 ‘부모님 사랑해요’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사이에 신뢰를 쌓고,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의 장이 펼쳐지는 시간이다.
행사가 끝난 뒤, 학부모들은 행사장에 들어섰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편안한 얼굴로 자녀들의 손을 잡고 귀가했다.
3학년 민모양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참가 연락을 받았을 때 가슴이 철렁했던 게 솔직한 마음이었는데 와서 보니 너무 감동적입니다. 제 마음을 여는 기회가 되어서 감사하고, 우리아이들 마음이 녹아지고 따뜻해져서 선생님, 부모님들과 더 친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세족식 시간에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리던 3학년 김모군의 어머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준 것에 감사함을 전했다.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하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대화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서 마주보며 나누어야한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어요. 아이가 내 발을 씻겨주는데, 이 아이와 이렇게 가깝게 진실한 스킨십을 나눈 것이 언제이었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이런 시간을 한두 번 가졌다고 아이가 완전하게 달라지겠습니까만, 두고두고 오늘의 이 느낌을 서로 나누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가려고 합니다.”
흔들리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진심은 아버지의 자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도 했다. 맞벌이 하는 아내 대신 퇴근 후 바로 학교로 향했던 3학년 김모군의 아버지는 “우리 아이가 철부지인줄 알았는데 오늘 마음을 터놓고 먼저 이야기를 풀어주네요. 그동안 속상하다고 혼만 내던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아버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미혜 리포터 choice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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