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동탄배드민턴클럽

건강과 친목을 부르는 셔틀콕을 날린다

동탄배드민턴클럽

지역내일 2009-06-24
삼부르네상스 입주자 10명으로 모임이 시작된 ‘동탄배드민턴클럽’은 현재 130여 명이 가입한 지역동호회다. 창단 2주년을 앞둔 ‘동탄배드민턴클럽’ 회원들이 연습 중인 석우중학교 체육관을 찾아가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5.5g 셔틀콕의 매력에 빠지다
석우중학교 체육관에는 코트마다 4명씩 팀을 갈라 경기를 하고 있었다. 5개의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하는 이들에게는 진지함과 열정이 느껴졌다. 실력이 엇비슷해야 경기가 이뤄지기 때문에 혼합복식팀도 눈에 띄었다. 회원 중에는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도 많지만, 한 팀으로 경기에 참여하지는 않는단다. 경기에 몰두하다 보면, 부부의 애정전선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한 현명한 선택이다.
계절, 날씨의 제약을 받지 않는 실내경기인 배드민턴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유대관계가 형성되고 운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총무 정재홍 씨는 “실내스포츠라 운동을 해도 햇볕을 덜 봐 동안이 많다”고 전했다. ‘동안’과 ‘웰빙’에 관심이 높은 시대에 안성맞춤인 운동종목이다. 13개월째 동호회 활동 중인 고영숙 씨는 “자세가 나오려면 2~3년은 필요하다”며, “생활체육이라지만 만만한 운동은 아니다. 무릎과 발목, 손목에 부상을 입지 않으려면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08년 12월부터 배드민턴을 시작한 심학섭 씨. ‘순간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배드민턴의 매력이라고 손꼽았다. 배드민턴의 셔틀콕은 평균속도 100km/h, 순간최고속도는 320km/h다. 0.5초 만에 반대코트에 떨어지기 때문에 예측력과 순간반응능력이 경기운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방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서 5.5g의 셔틀콕에는 다양한 기술이 구사된다. 강력한 스매시는 기본, 맞는 순간 라켓을 비틀어 셔틀콕에 회전을 줘 뚝 떨어뜨리는 ‘드롭샷’이나 네트 위에 머리핀을 꽂는 것처럼 셔틀콕이 네트를 타고 넘게 만드는 ‘헤어핀’ 등이 선보인다. 동호회장을 맡고 있는 정연구 씨는 “멀리 보내는 일이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면서 초보자는 대개 중간까지밖에 안 온단다. 그는 “배드민턴은 강약과 장단으로 서로 속고 속이는 재미가 있다. 이기면 통쾌하고 지면 열 받는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주부의 이름 찾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매력은 덤
창단 2년도 안 된 ‘동탄배드민턴클럽’은 화성시 배드민턴경기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배드민턴경기는 실력에 따라 A~D조로 편성한 뒤, 단식·복식·혼성으로 다시 구분해 나이별로 최종대진표를 작성하게 되는데, ‘동탄배드민턴클럽’은 급수와 성별에 무관하게 고른 성적을 받아 종합성적 3위를 거뒀다. 동호회 자체적으로 월 정기대회를 치르면서 탄탄한 실력을 기른 탓이다. 우종미 재무이사는 “동호회 활동 및 경기를 하면서 잊었던 ‘내 이름’을 찾았다”면서 “주부에게는 동호회 활동이 사회활동의 기회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총무 김미영 씨는 “동탄은 교육·생활수준,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편이라서 융화가 잘 된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입주하기 이전부터 입주자동호회를 중심으로 친목을 다지고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등 새로운 주거문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초보자들은 적응기간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기술은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아 해결되지만, 경기를 하려면 4명이 팀을 나눠야만 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사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땀 흘리고 난 뒤, 사람들과 어울려 나누는 맥주 한 잔의 참맛을 알 정도가 되면 배드민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지요.” 동호회의 홍보를 맡고 있는 이승길 씨의 설명이다.

전용 체육시설 부족한 것 아쉬워
입주 후 교통 및 생활편의시설이 자리를 잡아가긴 했지만, 동탄의 체육·문화시설은 아직까지 이용자 수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회원들은 배드민턴 전용 체육시설이 생겼으면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전임회장이었던 고선자 씨는 “작년 초만 해도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수용한계인원을 초과했다”고 들려줬다. 5개의 코트로는 동호회원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어 ‘동탄배드민턴클럽’ 회원의 일부는 새로운 동호회를 결성해야만 했다. “관공서의 동의를 얻어 보건소 주변에 설치될 종합체육공간에 전용코트장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했다.
배드민턴에는 ‘속도와 사람’이라는 중독성이 있다. 셔틀콕이 네트를 빠르게 넘나들수록, 많이 오고갈수록 사람들 사이에는 끈끈한 정이 싹튼다. 그 정에 중독된 이들이 오늘도 라켓으로 셔틀콕을 날린다.

김선경 리포터 escarg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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