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시험 경향&학습법

서답형 늘고 난이도 따라 배점 달라져

지역내일 2009-06-16 (수정 2009-06-16 오후 3:27:27)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학교들이 중간고사를 끝내고 이제는 한 달 뒤 기말고사를 남겨두고 있다. 학년이 바뀌고 치른 첫 시험, 과목도 달라지고 내용도 깊어졌다. 준비가 부족해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왔다면 공부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집은 많이 풀었는데, 점수 안 나오는 이유
전문가들은 이 경우 기본 개념을 간과한 채 문제집만 여러 권 풀린 ‘공부 방법’을 지적한다. 두산동아 콘텐츠사업국 온라인사업팀 이원준 과장은 “문제집만 많이 풀면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위험천만”이라고 말했다. 언제든지 문제집보다 기본 개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기초공사가 부실한데, 그 위에 벽돌만 잘 쌓는다고 건물이 제대로 올라갈 리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문제집을 풀 때 요점 정리를 꼼꼼히 숙지하지 않고 문제부터 후딱 풀어보고, 그중에 틀린 것 위주로 다시 공부하는 방식은 기초가 흔들릴 수 있는 ‘요령 중심’의 학습”이라고 꼬집었다.
화랑초등학교 우명원 교사도 같은 지적이다. “주 매체는 교과서로 공부하는 게 가장 좋다. 1차로 교과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뒤 문제집을 풀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문제집만 많이 풀어본 아이들은 앞부분이 비슷하면 언젠가 풀어본 문제로 착각, 이후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고 대충 푸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오류가 생기기 쉽다는 게 유 교사의 얘기다.

복합적 사고 요하고, 5지선다 출제
중학생, 초등학생 두 딸을 키우는 정주연(43·경기 용인시 상현동)씨는 갈수록 서술형 문제가 많아져 정확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점수를 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단다. 주관식은 꼭 써야 하는 명칭이나 용어가 들어가야 점수를 주기 때문에 확실히 외우지 않으면 소용없더라고. 문제는 시간이다.
“처음엔 꼼꼼히 공부시켰죠. 하지만 시험에 임박해지니까 ‘에이, 안 되겠다. 일단 이번에는 시험용(?)으로 준비하고, 다음부터는 제대로 하자’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전과나 문제집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문제들은 손도 못 대고 시험을 치렀어요. 그러다 보니 벼락치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죠.”
실제 최근 초등학교 시험 경향은 질적인 면에서는 서술형 주관식 문제가 늘었고, 양적으로는 중간·기말 평가에 단원 평가, 국가 단위의 진단 평가 등 시험 개수가 늘어난 것이 특징적이다. 동산초등학교 손상영 교사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시험에서 서답형(서술해 답하는 유형) 문제의 출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주관식이어도 괄호 안에 넣기나 짧은 문장으로 답하는 형식, 즉 답이 명확하게 떨어지는 유형이었다면 최근에는 서답형 문제가 중심이고, 객관식 역시 4지선다가 아닌 5지선다형 문제가 출제된다.
난이도 면에서도 명료하게 정답이 드러나기보다 복합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가 늘고 있다. 학년별로도 문제 성격이 달라 6학년은 사고가 필요한 문제, 3~4학년은 수업 시간에 설명을 얼마나 잘 들었는지 알아보는 문제 위주다. 난이도에 따라 배점이 달라지는 방식도 눈에 띄는 변화. 이처럼 달라진 출제 경향에서 좋은 점수를 내려면 수업을 잘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원 목표와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필수. 문제집도 1단원 첫째 페이지부터 기계적으로 풀 게 아니라 차례와 단원별 첫 페이지만이라도 쭉 훑어보면서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못하지만 좋아하는 과목으로’
분석&코칭 우선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사회 점수를 보고 충격을 받은 김혜경(37·서울 서초구 방배동)씨. 이맘때 아이들이 사회 과목을 어려워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런 점수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하지만 김씨는 긍정적인 강화 전략을 택했다.
“괜히 취약 과목 같은 느낌을 주면 아이에게 계속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점수가 낮지만 다그치지 않았어요. 다음 시험에서는 사회 점수가 어느 정도 회복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이 입에서 ‘엄마, 사회는 점수가 잘 안 나오긴 하지만 재미있어요’라는 말이 나와 안심했죠.”
길게 보니 당장 코앞의 점수에 연연하기보다 아이 ‘기 살려주기’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더라고. 혹시 아이의 성적 계산기 노릇을 하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초등학교 학업 성취도 평가는 중·고등학교처럼 평가 결과가 상급학교 진학에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점수가 올랐는지, 내려갔는지만 확인하지 말고 왜 틀렸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분석과 코칭이 필요한 것. 몰라서 틀렸다면 좀더 꼼꼼히 공부하자고 격려해주고, 실수로 틀렸다면 확인과 검토가 부족했다는 걸 지적해준다. 계산이 틀렸다면 빠른 연산력과 꼼꼼한 검산력을 키울 수 있는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우명원 교사는 “‘100점 받으면 뭐 사줄게’ ‘시험 못 보면 각오하라’는 식의 회유와 협박보다 차라리 ‘하루에 두 시간 이상 공부하면 어떻게 하겠다’ ‘문제집을 얼만큼 풀면 쉬게 해주겠다’는 식의 학습 과정을 강화하는 보상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성취감’을 통해 공부의 재미를 스스로 찾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강현정 리포터 sabbu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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