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세상, 붓글씨 쓰며 마음 다스려요”
취미 생활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풍부한 정서 함양과 자기 계발에 많은 도움을 주는, 참으로 긍정적인 활동이다. 특히 큰돈 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으면서 나이 들어서도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취미라면 더욱더 금상첨화리라. 붓글씨는 그런 면에서 장점을 많이 가진 문화 활동이다. 서예를 통해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는 한문 서예 동아리 ‘묵향’을 만나보았다.
전시회, 출품 등 작품 활동 활발해
“붓글씨만큼 정적인 활동은 드물 거예요. 그래서 제 성격하고도 더 맞는 것 같고요. 힘들고 외로울 때 글씨를 쓰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또 누군가가 미울 때면 제가 쓴 글귀 속 선인들의 생각을 되 뇌이면서 ‘그러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당(묵향의 회원들은 모두 호를 가지고 있다) 이정열 회원은 “한문 서예를 하다보면 조상의 지혜와 정서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그 속에 담겨 있는 뜻을 실천하고자 항상 노력하게 된다”고 서예의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특히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마음이 시끄러울 때마다 붓을 잡으면 마음의 정화가 많이 된다고.
2004년 서초여성회관에서 활동을 시작한 묵향은 2년에 한번씩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각종 전국대회에 출품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묵향 활동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전통서예대전에서 입상한 오헌 권혁분 회원은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선생님을 비롯한 선배 회원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상까지 받은 것 같다”며 “상이라는 것을 처음 받아봐서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뒤늦은 공부가 즐거워
묵향 회원들을 지도하는 연당 백호자 선생은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로서 회원들의 많은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기초와 이론을 중시해서 한 획을 긋는 데에도 수십번의 연습을 강조한다고. 이런 가르침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멀리 경기도 등지에서 백 선생의 가르침을 받고자 서초여성회관을 찾는 이도 있을 정도이다.
회원들은 회원들 간의 끈끈한 정과 지도하는 선생님의 열의를 묵향의 가장 큰 힘으로 손꼽는다. 서예 경력 8~9년의 고당 정종분 회원은 “회원들이 서로를 열심히 도와주고 모르는 점은 함께 공부해나가기 때문에 보람 있다”면서 “서예를 통해 한국이나 중국의 역사 등을 논하기도 하는데 뒤늦은 공부가 즐겁다”고 말했다.
욕심을 버리고 시작하라
묵향의 회원은 다른 어떤 동호회보다도 연령층이 다양한데 60세가 넘어서도 서예를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단다. 치매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붓글씨를 쓸 때의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에 꼿꼿한 자세를 항상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노년층에게 더욱 권장할만한 취미활동이다. 정종분 회원은 “나이가 들어서도 무료하지 않게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고 소개했다.
다른 활동과는 달리 혼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 글씨를 쓰면서 마음 수양까지 가능하다는 점도 서예의 매력이라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이정열 회원은 “집중해서 붓글씨를 쓰고 난 후 선생님으로부터 낙관을 받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그 즐거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무리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닌 서예. 단지 마음의 욕심을 버리라고 묵향의 회원들은 강조한다. 글씨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윤수 리포터 choyouns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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