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밥은 똑같이 곡식을 가지고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 효과가 서로 보완적인 것 같으나 때로는 정반대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밥을 잘 먹으려고 하지 않고, 반대로 술을 마시고 싶다가도 밥을 배불리 먹고 나면 술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똑같이 함수탄소를 원료로 한 이 둘의 특성과 상호 작용을 잘 활용하면 단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60세인 K씨는 단주를 5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맏이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고 그 후로 복잡하게 얽혀 살아온 그가 10여 년 전에 처음 단주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지난 날 방식 그대로 매사를 지식과 논리로 대처하려고 하였다. 알콜 중독에 관한 서적들을 두루 탐독하고 지식을 쌓아 단주 모임 때마다 완벽한 논리로 잘 모르는 초심자들을 가르치곤 했다. 그래서 그는 ‘알콜 박사’, ‘K 교수’ 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그는 일 년 이상 단주하지 못하고 재발을 반복하였다.
파산한 후 그는 식구들과 떨어져 동생이 운영하는 외지의 공장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야말로 평생 처음으로 자신이 자신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처음에는 식사도 대충 때우고 빨래도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갈 때까지 모아서 가져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밥을 지어 먹고 손수 빨래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런 일이 결코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아니고 힘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주가 길어져 가고, 단순한 일과 속에서 혼자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생각도 깊어졌다. 단주의 의미를 자각하고 삶에 대해서도 시각과 생각이 깊어졌다. 술과 밥에 대하여서도 생각이 바뀌었다. 술 없이 어떻게 사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술이 없는 인생과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던 그가 이제는 술이란 것이 인생에서 꼭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더불어 밥에 대하여서도 생각이 바뀌었다.
단주한 지난 5년 몇 개월 동안 그는 딱 두 번만 끼니를 걸렀다 한다. 밥 먹는 것도 삶에서 몇 안 되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았고 술에 빠져 지낸 세월 동안 그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한번 놓쳐버린 식사의 즐거움은 결코 나중에 되찾아 누릴 수 없더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끼를 만족하게 먹고 나면 결코 술의 유혹에 빠질 리가 없더라고 덧붙였다. 한 끼 밥을 잘 먹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강원알콜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원주 연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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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인 K씨는 단주를 5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맏이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고 그 후로 복잡하게 얽혀 살아온 그가 10여 년 전에 처음 단주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지난 날 방식 그대로 매사를 지식과 논리로 대처하려고 하였다. 알콜 중독에 관한 서적들을 두루 탐독하고 지식을 쌓아 단주 모임 때마다 완벽한 논리로 잘 모르는 초심자들을 가르치곤 했다. 그래서 그는 ‘알콜 박사’, ‘K 교수’ 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그는 일 년 이상 단주하지 못하고 재발을 반복하였다.
파산한 후 그는 식구들과 떨어져 동생이 운영하는 외지의 공장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야말로 평생 처음으로 자신이 자신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처음에는 식사도 대충 때우고 빨래도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갈 때까지 모아서 가져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밥을 지어 먹고 손수 빨래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런 일이 결코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아니고 힘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주가 길어져 가고, 단순한 일과 속에서 혼자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생각도 깊어졌다. 단주의 의미를 자각하고 삶에 대해서도 시각과 생각이 깊어졌다. 술과 밥에 대하여서도 생각이 바뀌었다. 술 없이 어떻게 사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술이 없는 인생과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던 그가 이제는 술이란 것이 인생에서 꼭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더불어 밥에 대하여서도 생각이 바뀌었다.
단주한 지난 5년 몇 개월 동안 그는 딱 두 번만 끼니를 걸렀다 한다. 밥 먹는 것도 삶에서 몇 안 되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았고 술에 빠져 지낸 세월 동안 그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한번 놓쳐버린 식사의 즐거움은 결코 나중에 되찾아 누릴 수 없더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끼를 만족하게 먹고 나면 결코 술의 유혹에 빠질 리가 없더라고 덧붙였다. 한 끼 밥을 잘 먹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강원알콜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원주 연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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