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만족도 33.3%, 하루 평균 1.8명 자살…

5월, 지표로 본 청소년의 우울한 현실

지역내일 2009-05-20 (수정 2009-05-20 오전 10:33:51)


최근 한 연구 조사에서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단다. 학업 성취, 교육 참여, 학업 열망 등을 평가한 교육 부문에서는 벨기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자신이 ‘행복하다’고 답한 학생들은 20개국 평균 84.8퍼센트에 크게 못 미치는 55.4퍼센트 수준이라니, 가정의 달 5월이 무색해진다. 지난 4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흩어져 있는 아동·청소년 관련 각종 지표를 모은 자료를 봐도 우리 아이들은 별로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어두운 지표가 많지만 밝고 희망찬 지표가 늘어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라면서 정리해봤다.
대학 진학률 82.8%, 사교육 참여율 77%
이번 자료들은 우리 아이들이 현재 어디쯤 있는지 구체화된 데이터를 통해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우선 9세부터 24세까지 청소년 인구는 1965년 전체 인구의 31.8퍼센트에서 2008년 21.6퍼센트로 계속 감소 추세. 높은 교육열을 반영하듯 2007년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82.8퍼센트에 달했다. 통계청의 2007년 ‘사교육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 참여율은 77퍼센트,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2만2천 원으로 나타났다. 요즘 한창 논란이 되는 방과 후 학교는 일반계 고등학생은 70퍼센트, 중학생은 22.1퍼센트, 초등학생은 35.5퍼센트가 참여하고 있었다.
또 ‘스스로 학습’한다고 답한 초등학생은 34.6퍼센트인 데 반해, 64.8퍼센트는 학원이나 교습소, 개인 과외를 이용했다. 엄마가 전업주부인 경우보다 시간제, 전일제 근무로 갈수록 스스로 학습 비율은 낮아지고, 학원 등 이용률이 높아진 것은 자녀 교육에 대한 워킹맘들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다.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고등학생 수는 2005년 1만7천769명에서 2008년 7월 현재 3만4천199명으로 두 배나 늘었다. 학교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은 33.3퍼센트에 불과했고, 위기 청소년은 26.6퍼센트로 더 낮았다.

중1, 유해 환경 노출 위험도 높아
흡연과 음주에 노출되는 시기는 생각보다 빨랐다. 2007년 남자 고등학생의 흡연율은 16.2퍼센트, 여자 고등학생은 5.2퍼센트. 처음 담배를 피운 시기는 중1이라는 응답이 21.8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중2(18%), 초등학교 6학년(17.9%) 순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63.3퍼센트였고, 절반 이상이 중학교 2학년 이전에 처음으로 음주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컴퓨터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을 상회했고, 10명 중 9명 이상이 이동전화를 이용했다.
유해 매체 이용률 조사에서는 19세 미만 이용 불가 게임이 44.1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 사행성 게임, ‘19세 미만 시청 불가’가 표시된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성인용 비디오와 음란 사이트 등도 주로 접하는 유해 매체로 나타났다. 유해 매체를 최초로 이용한 시기도 전체적으로 중1이 가장 높았다.
15세 이상 청소년들은 주말과 휴일에 주로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 인터넷을 하며 여가를 보내는 데 반해, 문화 예술 관람이나 자기계발 비중은 매우 낮았다. 그러나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 활동으로 여행이나 문화 예술 관람, 자기계발 등이 꼽힌 반면,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 인터넷은 후순위로 밀렸다.
학교 폭력, 자살률 우려 수준… 청소년 성교육 필요성 재확인
2007년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청소년 유해 환경 접촉 종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급우, 또래에게 폭력 피해를 당한 중·고등학생은 10명 중 2명(21.5%)으로 형태는 욕설·협박, 금품 갈취, 폭행, 집단 따돌림 등이었다.
폭력은 주로 학교 교실 안(20%)에서 이뤄졌고, 가해자는 학교 동료나 선후배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청소년 범죄도 2006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였는데, 범행 동기는 주로 ‘우발적’(27.3%), ‘호기심’(13%) 등이었다. 또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06년 하루 평균 1.8명의 청소년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성관계 경험을 보여주는 보건복지가족부 조사도 눈길을 끈다. 성관계 경험이 있는 일반 청소년은 3.7퍼센트였지만, 위기 청소년은 44.6퍼센트로 월등히 높았다.
첫 성관계 상대는 이성 친구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선배 순이었다. 강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서로 원해서’가 72.6퍼센트로 압도적이어서 청소년 대상 성교육의 필요성을 재확인해줬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자료를 정리하면서 어두운 지표가 많아 가슴이 아팠다”면서 “한 나라의 장래는 아동·청소년 정책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는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와도 같다. 아동·청소년 정책에 각종 이해와 정치를 뛰어넘어 과감한 정책적 결단과 지원이 동반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아동쪾청소년 관련 각종 지표
14세 미만 실종 아동 발생 현황
2006년 7천64명 ▶ 2007년 8천602명 ▶ 2008년 9천470명

14~19세 가출 청소년 발생 현황
2006년 9천390명 ▶ 2007년 1만2천240명 ▶ 2008년 1만5천337명

청소년 범죄 현황
2006년 9만628건 ▶ 2007년 11만5천661건 ▶ 2008년 12만3천42건

스쿨존 사고 현황
2006년 134건 ▶ 2007년 153건 ▶ 2008년 202건
<경찰청>

아동 학대 신고 건수
2003년 4천983건 ▶ 2004년 6천998건 ▶ 2005년 8천 건 ▶ 2006년 8천903건
<보건복지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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