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거리 화랑 가를 뒤적거리며 걷다보면 금방 오전이 지나버리고 배가 고파온다. 그림을 보고 아직 우아한 감상에서 다 빠져 나온 것도 아닌데 배는 고파오고 근처 어디를 갈까 망설이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이곳 ‘송림원’은 가톨릭센타 뒤편에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직장인들 사이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곳이다.
일단, 굵고 선명한 눈빛처럼 손맛이 재료와 어울려 밥 한 공기는 순식간이다. 새벽시장을 보고 오전 내내 밑반찬들을 만들어내는 주인인 박은옥 씨는 “좋은 재료가 우선이다”며 “좋은 생선을 찾아 삼만리”라고 웃으며 말한다. 아마도 늘 한결같은 마음이기에 단골에서부터 끊이지 않고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듯하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고등어조림
5천 원짜리 밥인데 차려지는 가짓수가 만만치 않다. 봄나물에서 감자조림, 묵은 배추김치와 갓김치, 갓 구워 낸 꽁치구이까지 생선조림에 생선이 또 나오는 것이다. 시면서도 새콤달콤한 묵은 배추김치는 맛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김장을 담글 때 수 십 가지가 넘는 재료를 넣었더니 이런 맛이 난다’고 주인은 설명하지만 손맛을 접어버린다면 있을 수 없는 맛이리라.
순식간에 한 그릇 밥을 다 먹고 더 시킬 수밖에 없다. 보글보글 끓여지는 고등어조림은 냄새만으로도 이미 황홀경이다. 마늘을 듬뿍 넣어 비린내를 없앤 조림은 사실은 데워지기만 하면 먹어도 된다.
묵은 김치를 이미 하루 판매할 분량만큼 2~3시간을, 간이 베어 먹기 딱 좋을 시점까지 이미 조려두었기 때문이다. 고등어는 적당이 조려진 묵은 김치 위해 올려 1시간 정도 다시 조려져서 손님이 주문하면 그대로 담아져 오는 것을 데워 먹는 것이다. 조려진 김치는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주인은 “조림 맛있다는 집들을 찾아 먹어보려고 순례를 했고 내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맛있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고 한 번 왔던 손님들은 꼭 다시 온다”고 웃으며 말한다.
●차림표 : 갈치조림8천원. 병치조림7천원. 고등어조림5천원. 생태탕6천원
●위치 : 궁동 가톨릭센터 뒤편
●문의 : 062-222-6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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