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내 싫다’ 재산이나 챙기자

결혼실패 ‘마마걸’ 재산절반 달라

지역내일 2009-05-14
‘삭막해진 부부관계’ 정은 없고 돈만 남는다
재산분할 재판이혼 늘어 … 대부분 ‘무자식’

#B(40)씨는 10년 가까이 같이 살아온 부인을 상대로 최근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부인이 뇌종양을 앓고 나서 완치는 됐지만 어느순간 부담스럽고 불편한 존재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인이 지능 수준도 떨어지고 거동이 어려워 항상 옆에 누군가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게 싫었다.
B씨는 이제 부인을 가족으로서 부양할 의지를 전혀 갖고 있지않다. 아이들도 없어 크게 걱정할 부분도 없다. 다만 현재 살고 있는 집, 보험, 적금 등 재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혼 소송에서 가능하면 전 재산을 차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혼숙려제 도입으로 ‘협의이혼’하는 부부는 줄었지만 재산분할을 둘러싼 재판이혼은 늘고 있다.
부부의 정이나 신뢰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재산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소송이 많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2008년 이혼통계에 따르면 이혼은 11만 6500건으로 2007년보다 7500건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혼 건수 중 협의이혼은 2007년에 비해 1만3900건이 줄었지만 재판이혼은 6만9000건이 더 늘었다.
성 모 변호사는 “이혼 소송은 모두 재산 문제 때문에 시작되는 것”이라며 “적반하장 격으로 유책배우자임에도 재산을 많이 분할받기 위해 별 문제가 없는 상대배우자의 작은 잘못을 꼬투리를 잡아 과장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또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아 이혼을 하게 될 경우 더 많은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남남인 경우보다 치열한 소송을 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파티셰인 A(여 28)씨의 경우가 그렇다.
A씨는 3년 전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남편은 순박하고 착해서 ‘마마걸’처럼 행동하는 A씨를 이해해주는 편이었다. 결혼을 할 때도 A씨는 1000만원 정도의 혼수만 장만해 갔고, 남편은 1억원이 넘는 전셋집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는 않았다. A씨가 아내로서나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
예컨대 A씨는 자신의 직업기술을 활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보낼 케익은 직접 만들면서 시부모 생신에는 그냥 시중에 파는 케익을 사들고 가는 식이었다. 결국 지난 5월 A씨는 결혼에서 의미를 못 찾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6억원의 재산 분할을 신청한 것. 결혼 후에 시부모가 아파트 한 채를 남편 명의로 이전해 놓은 것이 재건축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10억원 정도로 뛰어오른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염두에 둔 계산이었다. 결혼을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데다 가정에 기여한 바도 적은데 재산 절반을 요구하는 과욕을 부렸다.
이 이혼소송을 맡았던 엄 모 변호사는 “이혼소송을 하는 부부가 헤어지는 것은 동업하던 사람들이 갈라서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이 사람들은 재산분할에만 관심을 둘 뿐 부부간 신뢰나 정리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세태가 각박해지다 보니 요즘 들어 이러한 소송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요즘엔 자녀를 갖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혼을 더 수월하게 생각하는 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유산 문제로 부모자식, 형제자매 지간에도 원수가 되는 경우도 많은 데, 돌아서면 남남인 부부 사이에 이혼 소송은 그것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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