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아빠를 위한 알짜 조언
남편끼리 친하게 만드는 사교의 기술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면 엄마들의 고민도 는다. 친구를 원하는 아이,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엄마…. 캠프, 여행 등 보다 끈끈한 관계를 맺어주기 위해선 아빠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엄마들이 친해도 아빠들이 친분이 없으면 곤란하기 때문. 하지만 의외로 아빠들이 친구가 되는 건 어렵다. 아빠들이 직접 말한 ‘남자들이 친구 되는 법’을 소개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를 둔 이효진(38)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아이의 초등학교 ‘절친’네 집과 남편까지 동행한 대규모 여행을 계획했다가 하루 전날 갑자기 취소한 것. 사건의 발단은 낯가림이 심하다는 한 남편 때문이다. 한 집은 남편 없이 와야 한다 하고, 다른 집은 남편 없이는 못 가겠다 하고… 결국 줄다리기 끝에 여행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김혜정(34)씨는 아이의 절친 엄마의 성화로 남편 술자리를 준비했다가 대판 싸운 케이스다. 아무에게나 말을 턱턱 놓는 아이 친구네 아빠 때문이다. 남편과 나이 차이는 두 살, 아랫사람 대하듯 말을 놓는 그 집 남편 덕에 술자리 분위기는 일찌감치 엉망이 되었다. 남자들의 팽팽한 기 싸움은 결국 피곤하다며 그만 집에 가자는 친구 엄마의 멘트로 끝을 맺었다. 몇 살 차이가 나도 또래를 키우면 금방 친해지는 여자들과 달리, 남편들의 친분 맺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단다.
숫기 없고 이기적인 ‘남편’들을 육아 전선에 합류시키기 위해선 몇 가지 작전이 필요하다.
남편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라!
한마디로 ‘코드’ 확인이다. 엄마들도 공통분모가 있어야 더 빨리 친해지는 법. 나이, 취미, 하다못해 직장 내 직위 등을 고려한다. 두 아이 아빠 성진우(37)씨는 “플러스 마이너스 세 살까지는 봐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이래저래 서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나이 또래가 비슷한 건 기본, 아빠들의 나이대도 비슷해야 관계 맺기가 쉽다. 네 살 이상은 서로 ‘형님’ 소리를 원해 관계가 어색해질 수 있다.
골프나 낚시 등 취미 생활도 살펴야 한다. 특히 골프는 친분만 쌓이면 동네 연습장에 함께 갈 수도 있어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 행여 필드라도 함께 나가면 남편들도 금방 절친이 되기 쉽단다.
직장 내 직위가 비슷해야 더 빨리 사귄다는 게 또 다른 남편의 귀띔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아이 유치원 운영위원회 모임에 나선 김준호(40)씨는 너무 나서는 또래 아빠 때문에 다시는 유치원 모임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알고 보니 그 집 아빠는 ‘사장’, 김씨는 ‘과장’이다. 그러다 보니 씀씀이는 물론, 여러모로 비교돼 도리어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남편에게 ‘옆집 아빠’의 정보를 흘려라
공통분모를 찾았다면 이제 그 정보를 흘릴 때다. 첫 만남 전, 상대의 첫인상이 좋아지도록 일찌감치 장치를 해두는 것. 특별한 방법은 없다. 눈치껏 ‘옆집 아빠’의 좋은 점만 자연스레 흘려도 충분하다. 특히 남편과 공통분모를 강조한다. 나쁜 소리를 하면 선입관이 생길 수 있으므로, 남편의 ‘입맛’에 맞는 옆집 아빠의 좋은 점만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같은 유치원을 다닌 지 1년 만에 처음 아빠 모임을 한 장은성(39)씨는 “1년간 애 엄마에게 얘기를 들어선지 처음 만난 사람 같지 않았다”며 옆집 아빠와의 처음 만난 소감을 전한다.
이왕이면 엄마, 아빠와 관계가 비슷해야 친분 관계를 형성하기 쉽다. 이를테면 엄마들이 언니 동생 하는 사이라면, 남편들도 형 동생이 가능한 게 좋다. 아무리 언니 동생 하며 친해도 행여 그 언니가 연하남과 살고 있다면 곤란하다. 더불어 아이들의 또래나 형제 구성이 비슷해야 남편들도 친해지기 쉽다. 아들 둘, 딸 둘처럼 형제나 자매를 둔 경우 끼리끼리 친해지기 쉽다는 엄마들의 귀띔도 있다. 남편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선 아이들이 먼저 친해야 하는 건 물론, 엄마들의 친분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가족보다는 세 가족이 만난다
셋보단 둘이 친한 여자와 달리, 남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은 게 좋다고 말한다. 두 집보다는 세 집이 함께 모이는 게 낫다는 소리. 아빠 경력 9년 차인 김현식(42)씨는 “사교적인 성향이 아니라면 1:1 첫 만남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남자들은 피곤한 조직 생활을 해온 터라 집에서까지 그런 모임에 몰리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다. 두 집 이상 모여야 대화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도 문제다. 얼마 전 딸아이 유치원 아빠 행사에 참석한 이원석(39)씨. 또래 아빠와 씨름도 하고, 달리기도 했지만 친해지기는커녕 끝날 때까지 서먹하기만 했단다. “차라리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소주 한잔하며 친해지는 게 낫지, 대낮에 어색한 관계는 질색”이란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같은 남자도 싫다! ‘밉상 남편’ Best 3
뭐든 ‘척’하는 남자 공연히 있는 첫, 멋있는 척, 배운 척하는 남자들. 같은 남자가 봐도 별로다. 너무 거들먹거리거나 과묵하면 오히려 친구가 되기 어렵다는 게 남편들의 솔직한 심정.
너무 잘생기고 멋진 남자 남편들도 ‘남자’다. 너무 예쁘고 늘씬한 또래 엄마를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아내처럼, 남편 역시 지나치게 잘생기고 돈도 잘 버는 멋진 남자 앞에 서기 싫어한다.
술 못 마시는 남자 처음 만나 할 말 없는 남자들. 여자들이면 아이 자랑에 힘이라도 쏟겠지만, 남자들은 다르다.
어색함을 없애려면 적당한 음주는 필수라고 남편들은 입 모아 말했다. 하지만 술을 전혀 못 하는 남자가 끼어 있으면 침묵은 오래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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