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 어디에 있을까요? 또 숲에 가면 아이들과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점점 더 주목 받고 있는 생태교육을 위해 길라잡이 역할을 할 소중한 책이 만들어졌어요. <자연을 섬길="" 습지나들이="">라는 제목으로 색깔 있는 사진과 그림까지 곁들여져 예쁘게 나왔네요. 이 책을 만들어낸 주역은 바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고양 교사 모임’(이하 환·생·교). 이들에게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난관 끝에 발간되어 더 소중한 책
환·생·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에 있는 모임이다. 환경교육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 중심을 두고 활동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고양시의 교사들도 모임을 꾸려왔다. 현재 13명의 회원이 있고 7~8명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재미있게 생태수업을 할 수 있을까’였다. 생태교육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알려주고도 싶었다. 고양시에서 자연과 어울려 놀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고 시작한 작업의 결과물이 이번에 만들어진 <자연을 섬기는="" 습지나들이="">다. 이들이 책을 내기 위해 걸린 시간은 3년여.
“이 책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었어요. 연구개발비로 고양시의 예산을 지원받아서 곳곳을 찾아다닐 수 있었지요. 책을 다 만들어 놓고도 인쇄비가 없어 책이 사장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환경부 UNDP/GEF 국가습지보전사업관리단에서 예산을 받아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런 까닭에 애초에 ‘자연을 섬길 생태나들이’였던 제목이 ‘습지나들이’로 바뀌었고, 책의 순서도 한강하구, 곡릉천, 창릉천 등 습지를 먼저 배치하게 되었다는 뒷담화를 웃으며 얘기해 준다. 회장을 맡고 있는 옥 흠 교사(파주 대원초)의 말처럼 책이 나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쉽게 짐작이 된다.
우선 교사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공간이 없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회원들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모임을 가졌다. 워낙 환경과 생명교육에 열정이 많은 사람들이라 이야기를 시작하면 새벽 2~3시가 되어서야 모임이 끝나기 일쑤였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모였으니 가족들의 눈총을 받았을 것은 당연지사. 책이 발간된 지금은 그런 눈총이 추억이 되었지만, 그 때는 고충이었다고 밝힌다.
또한 이 책의 모든 글과 사진, 그림을 선생님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였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답사나 체험 활동 때마다 사진을 찍는 교사, 책의 내용을 글로 쓰는 교사, 그림을 그린 교사 등 각자 역할분담을 잘 하였다. 기존에 있던 생태교육 교재의 그림도 복사해서 쓰지 않고 회원들이 직접 다시 그려서 책에 실었다고 한다. 고양시 생태지도 그림도 예쁘게 스케치 해 실었다. 이런 노력 때문에 고양시에서만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생태교육 교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각 급 학교에서 적극 활용되기를
<자연을 섬기는="" 습지나들지="">는 한강하구, 곡릉천, 창릉천, 개명산, 고봉산, 황룡산, 덕양산, 정발산, 성라산, 호수공원, 안골습지, 박제궁과 은지연못, 성저공원, 토당공원과 최영장군묘의 순서로 글이 실려 있다. 각 단락마다 ‘낮게 바라보기’, ‘느린 걸음으로’, ‘미리미리 살핌’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다. 여느 교재들에는 ‘학습목표’, ‘활동내용’, ‘준비물’이라고 적혀있을 법한데, 소제목만으로도 자연을 대하는 생태예절과 감수성을 느낄 수 있게 구성해 놓았다.
환·생·교 교사들은 이 교재가 제대로 활용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래서 지난 3월 고양시의 국공립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 각 2권씩을 모두 발송했다. A4 용지에 모임소개와 책이 만들어진 취지와 목적, 활용법에 대해 정성껏 적어 함께 보냈다.
그리고 자비를 들여 특수학교와 민간보육시설 100여 곳에도 책을 보냈다. 어릴수록 생태교육은 그 효과가 클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사립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발송하는 작업만 꼬박 3일이 걸렸다고 한다.
“책꽂이에 꽂혀 먼지 먹고 있을까봐 제일 걱정이 됩니다. 교사들이 쉽게 수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을 많이 했어요. 멀리 가지 않고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도 책의 뒷부분에 제시되어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고 수업에 적용시켜 보세요.” 사진 제공에 역할이 컸던 이경원 교사(성라초)의 말이다.
이 교재의 발간을 계기로 교육청에서 교사 대상 생태교육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도 받고 있다.
환·생·교는 매년 사계절자연학교를 열어 아이들과 함께 생태체험을 다니는데, 올 해로 4회 째다. 사계절자연학교에 대한 입소문으로 신청하는 학생들이 많아 마감이 빨리 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원당복지관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생태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옥 흠 교사는 “생태교육을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키우는 과정으로 여겨야 하는데, 이벤트성으로 접근할까봐 우려 된다”고 했다.
“학부모님들과 교사들부터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저희들은 아직도 이 책이 미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고민하고 검증받고 계발해 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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