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강성희

작은 바늘로 엮어내는 다양함과 은은함

수원시규방공예연구회 이사 강성희

지역내일 2009-03-26
홈플러스 영통점에서 봄학기 강좌로 천연염색과 전통조각보를 가르치는 규방공예가 강성희 씨를 만나게 된 것은 작년 가을의 추억 한 자락 때문이었다. 화성문화제 때 화성행궁에서 규방공예전이 열렸다. 창호지 문에 걸린 발이 저녁햇살 속 가을바람을 맞으며 바람에 흩날렸다. 푸른 가을하늘과 어울려 은은한 멋과 풍치를 지녔던 장면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사진 한 장으로 남았다.
바느질을 좋아했던 강성희 씨가 처음부터 규방공예를 하진 않았다. 조각보전이 열리던 지하철 테마열차에 우연히 타게 된 그녀는 배우던 퀼트 대신 규방공예의 매력에 단숨에 빠져들었다. 벌써 7년 전이다. 손가락 한 마디도 채 안 되는 자그마한 바늘에는 간신히 눈에 보이는 구멍이 뚫려 있다. 그 바늘귀에 가늘디가는 실크실을 꿰어 한 땀 한 땀 작업을 하게 된다.
강 이사는 “1년을 배워도 천에 대해 다 알기는 어렵다. 열정이 없으면 끝까지 배우는 게 쉽지 않다”면서 “퀼트나 규방공예는 바느질로 이어 작품을 만드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규방공예는 폭넓은 소재를 작품재료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퀼트는 면 100%만 사용하지만, 규방공예에는 봄·가을의 갑사와 옥사, 여름의 모시, 겨울의 양단과 명주 뿐 아니라 삼베와 무명도 소재로 쓰인다. 소재의 다양함은 매력이면서 장벽이기도 하다. 가로, 세로의 크기를 정해 재단하는 퀼트와는 달리 조각천이 남지 않도록 융통성이 발휘되는 것에도 차이를 보인다.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3번 이상 바느질을 해야 선 하나를 표현할 수 있는 규방공예. 재봉틀을 사용하면 그 맛이 살아나지 않아 자동화가 어렵단다. 하루 5시간 씩 2달 정도 작업해야 완성되는 작품인지라 쉽사리 선물하지도 못 한다. 큰 작품을 완성하면, 2~3달은 꼭 손을 놓는단다. 강성희 이사는 “규방공예는 차분한 사람보다는 외향적인 사람이 오래 한다”며, “성격과 반대되는 취미가 때로는 잘 맞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김선경 리포터 escarg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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