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전체 동에 ‘방과후 교실’ 개설
초등생·중학생까지 학습·인성·체력단련
20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성동구 금호1가동 주민센터. 지역 내 중학생 8명이 수학공부에 한창이다.
교사는 공익요원 오정범(22·서울시립대 경영학과 3)씨. 구청에 배치된 뒤 동 주민센터 학습지도를 자원했다. 오씨와 중학교 1학년 12명은 주 3회 만난다. 금호1가동에서 운영하는 방과후교실이다. 지난 겨울방학 ‘예비 중학생 교실’부터 벌써 석달째다.
나머지 시간,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은 영어시간이다. 원어민교사와 함께 하는 회화, 학교 진도를 따라 구성한 문법 등 강의가 각 1시간씩 구성돼있다. 수학반 아이들 일부를 비롯해 모두 23명이 참여한다.
◆방과후교실 참여만 해도… = “간식이요.” 아이들이 꼽는 방과후교실이 좋은 이유 중 첫째다. 빵과 우유가 전부지만 “학원에서는 돈 내고 사 먹어야 한다.”
아이들 답을 들으면 방과후교실이 얼마나 필요한지 바로 알 수 있다. 동희(14)는 “선생님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모르는 것을 천천히 알려준단다. 수연(14)이는 “(공부방에 오지 않으면) 집에서 TV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방에서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입구에 마련된 작은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보면서 친구들과 어울린다. 첫 1년은 그렇게 아이들을 꾸준히 참여시키는 데 목적을 둘 정도였다. 이제는 안정화됐고 아이들에게서는 ‘변화’가 보인다.
중학교 3학년이 된 하성이가 대표적이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에 금호1가동과 인연을 맺은 하성이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전화통화가 낙이었던 아이다. 한달이면 휴대전화비용이 20만원이 넘게 나왔다.
공부방 담당 박영수씨는 “매일 전화를 걸어 공부방에 오라고 독촉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온다”며 변화를 설명했다. 주말반으로 인연을 맺은 슬기(무학여고 2)는 휴대전화 문자로 학습 관련 질문을 할 정도로 공부방에 익숙해졌다.
이철우 금호1가동장은 “저녁시간에 동 주민센터에 오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거리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라며 “딱히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방과후교실에 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가정일수록 방과후에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어서다. 학부모들 역시 “아이들을 붙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다”.
◆주민들도 ‘후원회’로 학생들 지원 = 성동구는 2006년 12월 6개 동 주민센터에 저소득 가정 초등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한 방과후교실을 열었다.
학생은 지역 내 저소득·맞벌이 가정 자녀가 중심이다. 교사는 젊은 구청 직원들, 대학생인 공익요원, 인근 한양대학교 학생과 직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까지 다양하다.
방과후교실에서는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학습지도를 한다. 동 주민센터별로 피아노 미술 한자 요리교실 독서지도 사회 등 자체 개설 가능한 교과목을 추가했다. 인성교육이나 체력단련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전체 동에서 태권도교실과 스피치교실은 필수다.
지역 주민들도 ‘공부방후원회’를 조직, 교재비나 간식비 지원 형태로 힘을 보탠다. 부정기적인 간담회나 외식 등도 주민들 몫이다. 주민참여가 가장 활발한 마장동은 11개 단체에서 매달 70만원을 후원한다. 덕분에 참여학생도 59명으로 가장 많다.
성동구는 2007년 전체 동으로 방과후교실을 확대한데 이어 다음달부터 중학생 방과후교실까지 개설한다. 더불어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구상 중이다.
용답동은 위대한 인물전 읽기나 장래희망 쓰기·말하기, 목표세우기 등을 진행하는 한편 홀몸노인과 결연을 맺고 매달 한차례 말벗이나 가사도우미 활동, 촌일손돕기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마장동은 분기별 미술관·박물관 견학과 함께 예능교실(수영·피아노)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가난의 대물림’ 끊는다
방과후교실은 이호조 성동구청장이 제안해 시작한 사업이다. 구청장이 어려웠던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을 토대로 저소득 가구에 가장 필요한 지원 중 하나로 자녀 학습지도를 꼽았다. 이른바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다.
2007년 한국경제사회발전연구원이 성동구 내 빈곤가정 842가구를 대상으로 자녀들이 학교생활에서 겪는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공부·학습부진이 절반 가까이 됐다(43.6%). 주의력 부족과 산만, 진로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각각 12.1%와 9.3%였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사교육비(178가구, 21.1%)를 꼽았다. 방과후학교를 통한 학습지도와 보호(152가구, 18.1%) 공부방을 통한 학습지도와 보호(115가구, 13.7%) 등 비슷한 요구가 뒤를 이었다.
3월 현재 방과후교실 참가자는 초등생 302명, 중학생 144명, 고교생 15명이다. 461명 중 일반 맞벌이가정 자녀가 170명,
나머지는 저소득가정 아이들이다. 특히 저소득가정 자녀는 지난해 3월 230명에서 1년만에 291명으로 대폭 늘었다. 성동구 관계자는 “경기악화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정이 늘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진명 기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초등생·중학생까지 학습·인성·체력단련
20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성동구 금호1가동 주민센터. 지역 내 중학생 8명이 수학공부에 한창이다.
교사는 공익요원 오정범(22·서울시립대 경영학과 3)씨. 구청에 배치된 뒤 동 주민센터 학습지도를 자원했다. 오씨와 중학교 1학년 12명은 주 3회 만난다. 금호1가동에서 운영하는 방과후교실이다. 지난 겨울방학 ‘예비 중학생 교실’부터 벌써 석달째다.
나머지 시간,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은 영어시간이다. 원어민교사와 함께 하는 회화, 학교 진도를 따라 구성한 문법 등 강의가 각 1시간씩 구성돼있다. 수학반 아이들 일부를 비롯해 모두 23명이 참여한다.
◆방과후교실 참여만 해도… = “간식이요.” 아이들이 꼽는 방과후교실이 좋은 이유 중 첫째다. 빵과 우유가 전부지만 “학원에서는 돈 내고 사 먹어야 한다.”
아이들 답을 들으면 방과후교실이 얼마나 필요한지 바로 알 수 있다. 동희(14)는 “선생님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모르는 것을 천천히 알려준단다. 수연(14)이는 “(공부방에 오지 않으면) 집에서 TV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방에서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입구에 마련된 작은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보면서 친구들과 어울린다. 첫 1년은 그렇게 아이들을 꾸준히 참여시키는 데 목적을 둘 정도였다. 이제는 안정화됐고 아이들에게서는 ‘변화’가 보인다.
중학교 3학년이 된 하성이가 대표적이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에 금호1가동과 인연을 맺은 하성이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전화통화가 낙이었던 아이다. 한달이면 휴대전화비용이 20만원이 넘게 나왔다.
공부방 담당 박영수씨는 “매일 전화를 걸어 공부방에 오라고 독촉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온다”며 변화를 설명했다. 주말반으로 인연을 맺은 슬기(무학여고 2)는 휴대전화 문자로 학습 관련 질문을 할 정도로 공부방에 익숙해졌다.
이철우 금호1가동장은 “저녁시간에 동 주민센터에 오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거리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라며 “딱히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방과후교실에 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가정일수록 방과후에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어서다. 학부모들 역시 “아이들을 붙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다”.
◆주민들도 ‘후원회’로 학생들 지원 = 성동구는 2006년 12월 6개 동 주민센터에 저소득 가정 초등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한 방과후교실을 열었다.
학생은 지역 내 저소득·맞벌이 가정 자녀가 중심이다. 교사는 젊은 구청 직원들, 대학생인 공익요원, 인근 한양대학교 학생과 직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까지 다양하다.
방과후교실에서는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학습지도를 한다. 동 주민센터별로 피아노 미술 한자 요리교실 독서지도 사회 등 자체 개설 가능한 교과목을 추가했다. 인성교육이나 체력단련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전체 동에서 태권도교실과 스피치교실은 필수다.
지역 주민들도 ‘공부방후원회’를 조직, 교재비나 간식비 지원 형태로 힘을 보탠다. 부정기적인 간담회나 외식 등도 주민들 몫이다. 주민참여가 가장 활발한 마장동은 11개 단체에서 매달 70만원을 후원한다. 덕분에 참여학생도 59명으로 가장 많다.
성동구는 2007년 전체 동으로 방과후교실을 확대한데 이어 다음달부터 중학생 방과후교실까지 개설한다. 더불어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구상 중이다.
용답동은 위대한 인물전 읽기나 장래희망 쓰기·말하기, 목표세우기 등을 진행하는 한편 홀몸노인과 결연을 맺고 매달 한차례 말벗이나 가사도우미 활동, 촌일손돕기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마장동은 분기별 미술관·박물관 견학과 함께 예능교실(수영·피아노)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가난의 대물림’ 끊는다
방과후교실은 이호조 성동구청장이 제안해 시작한 사업이다. 구청장이 어려웠던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을 토대로 저소득 가구에 가장 필요한 지원 중 하나로 자녀 학습지도를 꼽았다. 이른바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다.
2007년 한국경제사회발전연구원이 성동구 내 빈곤가정 842가구를 대상으로 자녀들이 학교생활에서 겪는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공부·학습부진이 절반 가까이 됐다(43.6%). 주의력 부족과 산만, 진로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각각 12.1%와 9.3%였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사교육비(178가구, 21.1%)를 꼽았다. 방과후학교를 통한 학습지도와 보호(152가구, 18.1%) 공부방을 통한 학습지도와 보호(115가구, 13.7%) 등 비슷한 요구가 뒤를 이었다.
3월 현재 방과후교실 참가자는 초등생 302명, 중학생 144명, 고교생 15명이다. 461명 중 일반 맞벌이가정 자녀가 170명,
나머지는 저소득가정 아이들이다. 특히 저소득가정 자녀는 지난해 3월 230명에서 1년만에 291명으로 대폭 늘었다. 성동구 관계자는 “경기악화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정이 늘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진명 기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