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위기 ‘이순신 장군 고택’

팔릴 처지 아는지 관광객 몰려

지역내일 2009-04-13 (수정 2009-04-13 오후 4:08:58)

사업 실패 등 후손간 재산갈등에 정부 방치
문화재청, 충무공 탄신일 맞춰 매입 재추진

12일 낮 2시 현충사는 주말을 맞아 나들이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입구부터 차들이 들어차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충무공 옛집은 관광객들이 꼭 찾는 필수 코스. 작은 옛집 곳곳에서 부모는 자식들에게 이순신의 어릴 적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순신 옛집을 두고 요즘 말이 많다. 덕수 이씨 충무공파 종부(종손과 결혼한 여성) 최모씨가 사업을 벌이면서 빌린 돈 7억여원을 갚지 못해 이순신 옛집이 경매에 나온 것이다.
이순신 옛집은 법적으로 종손 이씨가 자식 없이 사망한 후 그동안 종부의 소유였다.
종부는 그동안 이순신 기념사업과 부동산 사업 등을 하며 큰돈을 잃었다. 종부는 재산문제와 양자문제로 종친회와 갈등 중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나온 경매물건은 옜집과 활터, 임야 등 종부 소유였던 9만8597㎡ 등의 토지다. 1차 경매에선 사겠다는 이가 한 명도 없어 유찰됐다.
2차 경매는 5월 4일 예정돼 있다. 이순신 옛집이 이리저리 팔려다니는 신세가 됐다는 여론의 비난에 문화재청이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종부와 종친회측이 가문이 잘못해 팔려나간 것이니 다시 매입하겠다고 주장해 문화재청과 종가측 간에 갈등이 있었다.
문화재청은 충무공 탄신일인 28일까지 기다린 후 매입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12일 주말을 맞아 관광객이 많이 찾은 이순신 장군 옛집. 최근 소유자인 종부가 돈을 못 갚아
  경매로 넘어갔다. 사진 이정섭 기자

지난 9일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덕수 이씨 충무공파 종회장 이 모씨와 종부 최 모씨 등과 만나 협의한 결과, 28일까지 기다린 후 그후엔 문화재청이 협의매입이나 경매참가 등을 통해 이순신 옛집을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순신 옛집을 지금까지 왜 정부가 매입하지 않았는지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관리하는 현충사 안에 있으면서 가장 중요한 옛집만 개인 소유로 두었냐는 이유다.
실제로 현충사는 일종의 공원처럼 꾸며져 입장료를 내고 유물관, 본전 등을 관람하게 돼 있다. 옛집도 코스 중 하나다.
종가라 해도 옛집에서 이사나간 지 오래다. 정부 땅에 덩그러니 집 한 채만 개인 소유라는 게 특이하다.
문화재청 측은 몇 차례 매입을 시도했으나 종가의 반대로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현충사 성역화 사업을 시작한 1967년에 옛집을 매입하려 했으나 종가측이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가묘가 있어 팔 수 없다며 팔기를 거부했다.
지난 2006년에도 매입하려 했으나 또 실패했다. 이순신 장군이 역사적 영웅이지만, 덕수 이씨 측이 보기엔 자기네 조상이다. 가문의 가장 핵심은 종가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사적인 건물이라도 개인소유라면 소유자의 동의가 없으면 문화재청이 매입하기 힘들다.
다행히 이순신 옛집은 문화재청이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충무공파 종회측은 종중 차원에서 돈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 모인 돈이 1억원 정도로 고택과 땅을 매입하기엔 크게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측 역시 빚이 많고, 돈을 갚지 않아 호서대측으로부터 고소가 걸려 있는 등 문제가 많아 스스로 구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종가측 말고 이순신 옛집을 사려는 이도 현재로선 없다.
아산 이정섭 기자 munch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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