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리코더 연주가 1호, 임종환씨

리코더 하나 들고 독일로 떠난 사나이

단구중 권혁선 양, 일본에서 금상 수상

지역내일 2009-04-10 (수정 2009-04-10 오전 9:51:18)

    
지난 3월 29일 도쿄 에도가와 종합문화센터에서 열린 제 30회 전일본리코더콩쿨대회. 일본의 리코더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다는 이 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참가한 권혁선(원주 단구중·2)양과 이예림(김포 신곡초·6)양은 독주 금상을, 최보연(용인 용인중·1)양과 이윤재(서울 홍릉초·5)군은 독주 은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재학 중인 중등부 4중주 팀은 비발디 협주곡을 연주하여 금상을 차지하였다. 이번 대회는 일본의 각 지역에서 선발된 우수학생 뿐 아니라 홍콩 대만 등 세계 각국의 리코더 대표들이 겨루는 대회이니 만큼 이번 대회에서의 수상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 수상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수상자들 뒤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리코더 전문가 임종환(46)씨가 있었다.

나무를 통해 나오는 맑은 소리가 좋았어요
춘천이 고향인 임종환씨는 초등학교 시절 교대를 다니는 형에게 처음 리코더 잡는 법을 배웠다. 그 당시 대학생이던 임씨의 형은 교대에서 리코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리코더와 임종환씨의 만남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처음 리코더를 접했던 임종화씨는 첼로 피아노 플롯 등 많은 악기도 다뤄 봤지만 리코더만큼 마음이 편안해지고 매력적인 악기가 없었다고 한다. 전문가에게 배운 것도 아니고 아마추어인 형에게 어깨 너머로 배운 리코더였지만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각종 리코더 대회에서 1등을 휩쓸 만큼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그렇게 리코더에 빠진 임씨는 대학진학도 리코더로 하겠노라고 그 어린 중학교 시절 이미 본인의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먹은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리코더로 학생을 뽑는 대학이 없었다. 그나마 일본에는 리코더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이 많았지만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던 임씨에게 일본으로의 유학은 부담이었다. 그래서 여기 저기 알아본 끝에 수업료가 거의 없는 독일 브라운 슈바익 음악학교로 유학길을 올랐다. 리코더 전문가가 없었던 그 시절. 그것 하나만으로도 리코더를 더욱 하고 싶은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취미로서만 알았던 리코더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악기의 일종으로 자리매김 하게끔 이끌어 냈다. 그 결과 한국에도 리코더학과가 많이 생겼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리코더 영재를 뽑을 만큼 리코더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천재적 재능이요? 노력 하나면 충분해요!!
임종환 씨에게 음악적 재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빙그레 웃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남모르게 노력한 성과가 그저 재능이라는 말 한마디로 일축됨을 알기 때문이다. 임씨는 “관악기 부는 사람 중에 하루 20시간을 연습한 사람을 본 적이 있다”며 “재능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금상을 수상한 권혁선(단구중·2)양도 “이번 대회를 위해 1년을 준비했어요. 하루 연습도 2~3시간씩 꼬박꼬박 했구요”라며 재능보다 노력과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현재 임종환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숭실대학교 출강, 한국리코더교육연구회 이사장, 원주교사·대전교사리코더합주단 지휘자, 원주청소년리코더합주단, 대전청소년리코더앙상블 음악감독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눈이 맑았던 어느 중학교 소년의 꿈. 그 꿈이 30년을 흘러 한국을 아름다운 리코더의 선율이 흐르는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것 자체가 외롭고 힘겨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만의 색을 찾아 한 길만 걸어온 임종환 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지현 리포터 1052j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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