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복지관 관계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할머니 연극단”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할머니 연극단”이라? 과연 어떤 분들일지 궁금했다. 할머니 연극단은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도 계신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시작됐다.
그 목적은 노인 인적 자원의 발굴과 계발을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참여 인력의 전문능력을 향상시켜 자립기반을 제공하는데 있다. 그 중에 실버 선생님 파견 사업단은 조손 세대간 교류를 통한 사회 통합 목적으로 한자, 풍선, 종이접기, 인형 1반, 인형 2반으로 구성되어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인형 1반은 어린이 생활극인 “통통이의 마음”을 공연하고, 인형 2반은 옛이야기인 “토끼의 재판”으로 공연을 한다. "원고 외우기가 힘들어도 즐거워" 인형 2반의 박순보 반장님은 젊은 시절 중학교 교사를 지내셨다고 한다. 재작년에는 환자도우미, 작년에는 종이접기 강사 등으로 봉사활동을 해 오시다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배우게 되었다고 하신다. 배우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으셨냐고 물으니, “나이가 들어 원고를 외우기 힘듭니다.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하신다.
그 말씀에 백배 공감(?)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처음엔 남 앞에 선다는 게 무척 두려웠어요. 한편으론 설레기도 했지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해보고 싶다는 도전 정신도 조금씩 생겼어요. 나이가 들어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 좀 쑥스럽기도 하고, 아이들의 싫어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많았지요. 공연할 때 표정관리도 잘 안되고 대사를 하면서 목소리에 강약을 줘야 하는데 그것도 잘 안되더군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연극을? 지금은 어떠세요? “지금은 즐거워요. 아이들을 만나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할머니들이 연극을 한다니까 우선 호기심을 보여요. 친근하게 받아들여줘서 우리도 걱정을 덜었답니다. 우리도 즐겁게 공연하고 아이들도 이야기에 푹 빠져서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를 정도예요. 가끔씩 너무 어린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거나 호랑이가 무섭다고 울기도 했어요.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 만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해요.” 하시며 미소를 지으신다.
“우리 같이 늙은 사람들한테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정부 시책과 담당 복지사에게 정말 고마워요. 특히 복지관 담당자들이 얼마나 신경 써서 잘 해주시는지 항상 고맙기 그지없어요. 또 우리를 지도해 주느라 고생하신 진미령 강사님도 고맙구요. 이런 일이 없다면 집에서 아무 할 일 없이 시간만 가고, 동네 친구들과 여러 소일거리로 지내고 있겠지만, 아이들을 만나려고 곱게 화장도 하고 집에 있는 옷 중 가장 좋은 옷을 골라 입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가꾸는 것도 새로 찾은 기쁨이지요.” 이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주지만, 다른 누구보다 나 자신의 인생이 밝아지고 힘이 생기고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신다.
현재 이 사업은 8월까지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엔 어떻게 지내실지 궁금해서 여쭈어 보았다. "젊고 늙고는 생각의 차이다" “맞아요. 8월까지 진행이 되죠. 그 후에도 우린 계속 활동을 할 생각이랍니다. 다들 이 일에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세요? 그 아이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말씀 하시는 내내 전해지는 반장님의 활기찬 기운과 열정에 나까지 뜨겁고 즐거운 열정으로 가득 차게 만드시는 것 같았다.
이런 에너지로 아이들을 만나고 나면 또다른 맑은 에너지를 충전 받아 다시 공연을 다니실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늙은이와 젊은이의 차이는 외모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라고 했다. 나이 들어도 늘 다른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도전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이제 갓 스물이 된 그 어떤 청년보다도 젊은 사람이라는 것을 ''할머니연극단''은 몸소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 연극단의 공연을 보고 싶다면 옥포복지관(이영숙☎639-8151)으로 문의하세요. 정현정 리포터 mizchris@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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