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되지 않는 이혼 사유

지역내일 2009-04-03 (수정 2009-04-03 오후 11:00:27)
부부가 결혼해서 살다보면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사랑이 전부라 생각하고 모든 장애물은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겠지만 결혼 이후에는 후회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간혹 상담을 하다보면 황당한 이혼 사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여성 중에는 진지하게 이혼을 해야겠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신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주장하는 이혼 사유는 오뎅국물이 주범이었습니다. 자신과 남편이 식당에 갔는데 오뎅국물 맛이 이상해서 식당 직원을 불러 오뎅국물이 상한 것 같다고 하면서 다시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남편이 화를 내면서 이상하면 그냥 나가면 될 것이지 왜 그렇게 행동하느냐고 기분 나쁘게 말했기 때문에 남편과는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남편에 대한 믿음과 배려는 없어진 상태였고 성격차이가 심하였으며 남편이 더 이상 결혼생활을 원치 않아서 이혼을 하기는 했지만 위 사유 자체만으로는 이혼 청구를 하기 힘들 것입니다.

남편의 실체를 서서히 알게 되면서 남편이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고 미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어떨까요? 배운 거 없다는 사실은 결혼 전에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가진 거 없는 것도 결혼 전에 다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혼을 청구할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이런 사유로 이혼을 하자고 하면 상대방이 요즘 말하는 대로 “장난해???”라고 말하겠지요. 물론 남자가 사업을 크게 하고 있고 재산도 많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믿고 결혼했는데 결혼해 보니 모두 거짓말이었던 경우에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이혼 사유 6가지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배우자의 부정 행위입니다. 판례는 다른 여자와 차 한 잔을 마시거나 식사를 같이 한 정도로는 부정한 행위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다가 만난 남자와 친하게 지내게 되고, 그 남자와 기차를 타고 대천에서 서울까지 동행한 경우 정도는 부정한 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부부 사이에 싸움을 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이혼 청구를 하는 것도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시아버지가 술에 취해 며느리에게 친정으로 돌아가라며 폭언을 한 것은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못 배웠다고 화를 낸 것도 홧김에 한 실수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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