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술을 마시면 빨개지는 사람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역내일 2009-04-03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사람이 있다. 이는 알코올이 아무 독성이 없는 초산으로 대사하는 과정 중에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독작용 때문이다. 분해효소가 있는 사람은 이 해독 과정이 신속하지만, 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없거나 변질된 사람들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쌓인다. 이는 히스타민을 분비시키고 이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시켜 얼굴을 빨갛게 한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유전자에 손상을 주고 발암성 물질임은 이미 알려졌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매우 독성이 강하여 숙취의 원인이 되며 유전자를 변질시키거나 파괴하고 암을 유발한다.
따라서 술을 마시고 이내 새빨개지는 체질이라면 절대 금주해야 한다. 이들이 술을 마시면 암 발병율이 10배 이상 증가한다. 주로 식도암과 인후암이나 성대암 같은 구강암을 유발한다. 이는 음주하면 입안의 구강 미생물이 술을 분해하여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침 속에는 이 농도가 혈중농도보다 20배나 높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침 속의 농도가 3배나 높다.
대부분 서양 백인들은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가 있으나, 동양 사람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인에게는 이 효소가 없는 수가 많다. 즉 이 효소가 없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약 8%인데, 동양 3국은 36%나 된다.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계속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술을 잘 마셔야 주위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며 주말이면 홀로 술을 사다놓고 마시는 연습을 하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없애려고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술을 마신다. 그러다 조금씩 주량이 늘고 언젠가부터 몸에 별로 지장을 주지 않는 체질로 변해 버린다. 즉 알코올 내성이 생긴 것이다. 내성이 생겼으므로 음주량이 늘고 당연히 아세트알데하이드 양은 급속히 증가한다. 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담배까지 피우면 아세트알데하이드 생성이 더 급격하게 증가하고 식도암 발병율도 급격하게 증가한다.

식도암은 3년 생존율이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술과 담배만 끊어도 암으로부터 해방되는 셈이 된다. 하루 한 두 잔 이내로 절제만 해도 발병율이 53%나 줄어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금주해야 할 사람들이 과음하는 수가 많다. 술을 마시고 얼굴이 빨개진다면 체질적인 한계로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풍토가 아쉽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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