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경제난 시대 금은 더 빛나나(김영호 2009.04.03)

지역내일 2009-04-03
경제난 시대 금은 더 빛나나
김영호 (시사평론가 언론광장 공동대표)

금값이 뛴다는 언론보도가 종종 나온다. 금값이 언론의 관심을 끈다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하다는 뜻과 통한다. 지난 20세기만 보더라도 1, 2차 세계대전, 대공황, 1·2차 석유파동이 금값 폭등을 유발했고 Y2K가 대미를 장식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적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금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들어 1월 2일 1온스당 880.30달러였던 국제시세가 3월 27일 932달러로 뛰었다.
주요국가의 기준금리가 0%에 근접해 은행에 예금해봤자 손해다. 주가가 하락세를 거듭해 주식투자는 위험부담이 크다. 집도 마찬가지다. 선진 각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 하이퍼플레이션(hyperflation)이 우려된다. 미국 FRB(연방준비은행)가 3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매입에 나서 물가상승 압박은 더 커지고 달러가치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안전한 은신처로 금을 찾는다.

금괴 금화 판매 42% 증가
정치적-경제적 위기상황에서는 주식·채권, 빌딩, 주택과 같은 자산의 가치는 폭락한다. 화폐가치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일수록 금은 빛을 더 발한다. 금투자는 투기와 소장으로 나눠진다. 전자는 시세차익을 노려 선물거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금상장지수나 또는 금관련업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상품이 그것이다. 후자는 금을 사서 안전하게 금고에 보관해 둔다. 이 경우는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가치보존(inflation hedge)의 뜻이 더 크다.
날씨가 궂으면 우산을 장만하듯이 내일이 불안하면 금 열풍이 분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막대모양의 금괴와 금화가 600t이나 팔렸다. 이것은 2007년에 비해 42%나 증가한 것이다. 금고판매 또한 43%나 늘었다. 은행도 화폐도 미덥지 않아 금을 가까이 두려는 불안심리 탓이다. 1933년 대공황 당시 미국은 금괴와 금화의 소장을 금지하고 화폐와 교환해줬다. 1975년에야 그 법이 폐지됐다.
역사적으로 금은 화폐의 기준으로 사용되어 왔다. 금화는 BC 6세기 리디아의 크로이수스 왕이 처음 금을 표준 모양과 크기로 만들어 통용했다. 지폐는 도입된 다음에도 오랫동안 금화나 금괴로 교환해주는 영수증 노릇을 했다.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도 금의 가치는 화폐의 가치를 재는 기준이었다. 금본위제는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기까지 유지되어 왔다.
경제위기 말고도 금값이 뛰는 이유가 있다. 2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은 달러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 중국이 외환보유 다변화를 위해 금보유량을 늘릴 것이란 관측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한다. 2002년말 600t을 보유하고 있다고 IMF(국제통화기금)에 보고한 바 있다. 금생산량도 줄고 있다. 세계최대 금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70년 세계생산량의 79%인 1,000t을 생산했다. 그런데 2007년에는 272t에 그쳤다. 금생산량이 줄자 이제는 바다로 금을 찾아 나섰다.
선사 이래 금은 최고의 가치로 여겨져 왔다. BC 2600년 이집트 상형문자는 금을 묘사하고 있다. 마야도 잉카도 황금의 문명이었다. 성경의 묵시록에서는 새 예루살렘의 도로는 황금 길이라고 말한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는 금이 넘쳐나서 노예도 황금의 족쇄를 찬다. 금을 쫓는 인간의 욕망은 연금술사를 낳았다. 그 후에도 꿈은 이어져 미국 캘리포니아, 콜로라도와 호주에서 골드러시가 있었다. 요하네스버그는 골드러시가 만들어낸 도시다.
금은 녹슬지 않아 순수, 가치, 왕도, 부귀,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 금관은 영원히 빛나는 하늘의 빛을 나타낸다. 중국 황제의 용포는 황금빛이다. 결혼반지는 전통적으로 금으로 만들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까닭이다. 위대한 인간의 업적도 금으로 포상한다. 올림픽 금메달, 노벨상, 아카데미상, 에미상 등등이 그렇다.

금값 뛰면 정치와 경제 불안
국제 금값이 뛰자 국내 금값도 따라 뛴다. 금을 사면 매입가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팔 때 그만큼 손해다. 환율이 뛸 때 샀다가 환율이 떨어질 때 팔면 환차손을 입는다. 3월 27일 금시세가 1돈당 16만2,800원이지만 팔 때는 4만~5만원을 적게 처 준다. 분석료, 이윤을 빼기 때문이다. 장신구라면 가공료를 손해 본다. 그 까닭에 답답한 심정에 장롱 깊숙이 감췄던 금붙이를 들고 나갔다 되돌아 선다.
틀림없는 사실은 금값이 뛰면 정치불안, 경제불안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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