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찾아서

박지우 선생님

"전심전력으로 아이들과 함께 했었지요"

지역내일 2009-04-02
전화로 안부를 여쭙는데 오랜만의 통화에 아주 반가워하신다. “사파동 노인종합복지회관으로 찾아오세요.”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향해 한숨에 달려갔다. 미풍과 엷은 햇살 꽃밭 속에 가득하고, 평화롭고 한가운 가운데 호야토야 옛날이야기 듣듯정겹고 푸근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그 평화를 더해준다. 박지우 교장선생님은 무척 미남이시다. 아이 같이 밝은 얼굴, 늘 웃음을 머금고 계시는 표정은 참 닮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한다. 선생님의 고향은 거제 둔덕면. 통영중고등학교로 유학하여 고등학교 관악부에서 트럼펫을 접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음악 교사가 되었고, 자녀들까지 현재 국내 국외에서 음악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아이들.. 아들 결혼 주례를 맡고..
“어제 거제 제일중학교 있을 때 제자가 둘째 아들 결혼에 주례를 부탁했어. 근데 좀 색다르게 했지”라고 하시면서 살짝 웃으신다. 혼인서약 할 때 직접 마이크를 대고 커플에게 물었단다. “사귄지는 얼마나, 어느 부분이 좋아서 결혼까지, 손잡아 봤는가, 포옹은 해봤는가, 포옹함 해봐, 지금 여기서의 소감은..” 등등. 답을 듣고서 그걸로 바로 혼인 서약하고 성혼선언 하셨단다. 무대에서의 박수갈채를 기억하신 걸까, 스스로 통제하는 자유의 영혼 개구쟁이 교장 선생님을 느끼게 하였다.

가장 기억나는 곳은..
군대 제대하고 교사로 첫 발령 받은 곳이 출신지 거제 둔덕 초등학교, 바로 선생님 집 앞이었다. 이후 거창 통영 마산 진해 창원 등으로 부임하시면서 창원 웅남 중학교장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하신지가 벌써 6년째. 기억의 앨범 속에 한곳 한곳이 다 소중하게 간직 되어 있는 특별한 곳들이다. 그 중에서 초임 발령지와 진해중학교 시절, 마지막 부임지에 대한 기억이 특히 강하다고 하신다. 한편 학생들로부터 시를 공모, 당첨 작품으로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교가는 현재 창원 안남 중학교의 아이들이 힘차게 부르는 명곡이기도 하다.

진해중학교 관악현단.. 기억에 생생한 열정의 시절..
한 세기 전 거제촌놈으로 태어나 배를 타고 통영고등학교로 유학하여 맺은 트럼펫과의 인연. 그 인연이 중학교 관현악단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가 구전동화마냥 구수하다. 진해중학교에서 관현악단을 지도하던 시절이 최절정기라고 회고 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애정이 듬뿍 들었는데. 음악 교사로 발령을 받아 처음 진해에 가보니 상황은 만만찮았다. 전임 선생님과 함께 악기도 멤버들도 졸업과 함께 다들 가고 없었다. 기가 막히게 쓸쓸한 현실이 대기 중이었지만 순서를 정하고 새로운 구성을 시작했다. 우선 지속성이 있으려면 개인 악기로는 안 되고 학교에서 악기를 구입해야 한다는 결정을 세웠다. 당시 진해중학교장선생님의 제자들이 힘을 합쳐 악기들을 마련. 78년부터 85년까지 7년 간 무대 연주 등 관현악단을 활성화시켰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음악회를 준비하여 1년에 한 번씩은 꼭 아이들의 힘으로 음악회를 열었다. 주로 진해 해양극장 등 극장을 빌려 하루에 4회 정도까지도 연주했는데, 발매된 티켓 수와 수용 인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이들의 실력을 급성장 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수익금은 이웃돕기 평화의 댐 돕기 등으로 진해시에 기탁, 아이들에게는 많은 교육적 효과가 컸다.

모든 것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자율성 유도
“처음에 80명의 아이들 악기 조율을 혼자 했기에 무척 힘들었지. 2학년 파트별 몇 명 아이들 중심으로 조율하는 방법을 가르치자 그들을 중심으로 금세 해결이 되더라구.” 하시며 아이들의 빠른 흡수력과 가능성의 발견이 새삼 더욱 애정을 불렀다고 하신다. 정작 아이들은 좋아하고 원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크게 보면 대학입시공부 때문이라,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사랑의 마음 그대로 열정을 담아 설득하였다. 성적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음악과 함께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인생을 통해서 다양한 기회에 대한 열린 태도의 중요성을 알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 스스로도 자기의 주관을 설득할 수 있는 힘과 실천과 노력을 가르치고 기다렸다. 그리고 6개월 후, 늘어난 아이들의 실력을 부모들 앞에 당당하게 뽐냈다.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서는 힘이 있어. 부모들이 옆에서 관찰 지지하고 북돋아 주고 도와주려는 마음이면 좋겠다는 말을 이쯤에서 빼지 않고 하신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연주할 때 호른 주자의 실수로 인해 단 한번 2등, 6년 내내 대회에서 1등. 가끔 곡 표현이 잘 안될 때는 꿈에서도 연구할 정도로 “그 때는 참 전심전력으로 열정을 쏟았지”하시면서 당시를 회상하는 입가에 커다란 미소가 번진다. 당시 진해관현악단에서 함께 했던 아이들 가운데는 현재 창원시향, 부산 시향, 음대 교수 등으로 성장하여 자기 삶의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음악가와 의사로 성장한 자녀들..
아버지의 자율성에 힘입어 자녀(2남 2녀)중 3명은 음악가로 한명은 의사로 성장했다. 장남은 유명한 박종화 김해외고 음악 선생님(진해중학 시절 악단에서 바이올린 연주. 진해중학교 관현악단 지도. 현재는 김해외고 오케스트라 지휘)이다. 박종호(차남)는 독일 테아테 오페라단(바리톤)에서 공무원으로 재직. 큰딸 박은숙(39 첼로전공)은 현재 마산중학교 음악교사로, 막내는(박은영) 부산대학병원 류마티스 전공의로, 막내 사위는 진해 맑은 내과원장으로 있다. 손자 손녀 모두 합하여 10명인데 가족 전체가 모두 모인 적이 한 번도 없다. 인터넷 화상 미팅 할 수 있도록 네트웤을 만들어 보라고 장남에게 의뢰하셨다고 한다. 선생님은 지금도 매주 4회 컴퓨터를 배우고 계신다.

생명 교육 인간존중 교육이 필요합니다.
“많은 노력과 실력을 갖춘 좋은 선생님들이 필드에서 참 많이 애를 쓰고 있어요. 생명 존중 인간 존중 의식이 가정에서부터 사회에까지 어려서부터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학원 선행학습이 갖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기다려 주는 자세도 많이 필요합니다. 습관과 좋은 버릇 들이도록 교육하는 분위기가 아쉽지요.”라고 하시며, 교사들에게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성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격려하신다. 선생님께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물주기 하면서 자식을 기르셨다. 억지로 부모가 만드는 틀 속에 자식을 가두려 하지 말기. 스스로 발견하고 성장 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동반자 같은 부모 되기를 거듭 강조하신다. 선생님.. 항상 지금처럼 웃으시고 세상에 영향력이 있는 어른으로 든든히, 또한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윤영희리포터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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