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냥 사랑하면 안되나요”

개성공단직원 억류, ‘남남북녀 애정문제’ 가능성

지역내일 2009-04-01
“당신을 사랑한다. 살기 좋은 남한에 가서 우리 결혼하자”는 말을 북한 공안당국의 시각에서 해석하면 “북한체제를 비난하고 여성종업원을 변질·타락시켜 탈북을 책동했다”인가.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우리측 직원을 사흘째 조사중인 가운데 ‘북측이 남북경색을 빌미로 남녀간 단순한 애정문제를 공안사건으로 비화시킨 게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일 현재까지 북한이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내놓은 설명은 ‘체제비방’과 ‘탈북 책동’ 두 가지 혐의뿐이다. 때문에 관련 정부기관인 통일부도, 사업파트너인 현대아산도 사건의 전모를 알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현대아산 안팎의 추측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의외로 단순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3년째 장기체류 중인 미혼의 기능직 남자직원 유 모(44)씨와 개성공단 북측 여종업원과의 애정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것. 유씨와 북 여종업원이 서로에게 끌려 ‘사랑한다’ ‘결혼하자’는 대화가 오갔고, 이를 추진하다 북측의 제지로 사건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1일 “남북경색이라는 현실이 그런 자연스러운 일조차 사건으로 불거지게 만든 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 금강산 관광지구내에서 한국 남자관광객이 “북측 여종업원과 결혼하겠다”며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참여정부가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체제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완강히 거부하는 북한을 결국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엔 남북한 대화국면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억류·조사로 긴장을 높이지는 않았다.
김은광 구본홍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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