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공교육 현장을 찾아서_영화초등학교 ‘영화어린이나라’

똑똑한 어린이회의,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미래를 꿈꾸다!

입법, 사법, 행정 3부제도 운영, 자긍심과 글로벌리더십 함양에 중점

지역내일 2009-03-31
새 학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학교어린이임원을 뽑는 일부터다. 전교회장과 부회장을 뽑는 선거가 끝나고 어린이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유독 ‘영화어린이나라’가 주목된다. 대통령이 있고 의회의장과 대법원장도 있단다. 학교 내 문제뿐만 아니라 학교 밖 문제까지 앞장서 실천하면서 어린이회의의 바람직한 모델로 급부상중이다.

지난 25일, 행정부 회의-특별의제로 경기도교육감 투표참여운동도 진행
‘제1회 영화어린이나라 입법·사법·행정부 회의.’ 현수막 아래로 대통령, 총리, 부총리가 팻말을 달고 나란히 앉아있다. 마주본 책상 주변으로는 4~6학년 학급별 회장과 부회장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주에 입법부에서 결정된 주생활목표를 가지고 행정부에서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철규 지도교사의 친절한 설명에 이어 대통령 주도로 회의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밥먹기 전에 손 닦기, 중간고사 대비 아침자습 시간에 문제집 한권씩 풀기,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기 등 아이들 시각에 걸 맞는 소소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8일 경기도교육감선거를 앞두고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투표참여 운동방법도 의제로 등장했다. 투표의 중요성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주변 친지에게도 권유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미 임원들은 장안구 선거관리위원회의 도움을 얻어 주말에 조원시장을 돌며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전단지를 돌리고 왔다고.
임원들의 견학장소로는 물망에 오른 청와대, 국회의사당, 신문사, 대학 캠퍼스 중에서 국회의사당이 선택됐다. 영화어린이나라와도 무관하지 않은 테마를 정해 직업체험을 해보자는 게 이 교사의 생각. 지난해에도 청와대, 백악관 방문 등이 이뤄졌다.
첫 회의를 마친 나운영(6학년) 대통령은 “작년에는 부총리였었는데 대통령직을 맡고 보니 책임감이 훨씬 많이 느껴진다”면서도 “대통령이란 호칭이 자랑스럽다”고 당선소감을 비치기도 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과 미래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가르쳐
영화어린이나라는 입법, 사법, 행정부를 갖춘 또 하나의 작은 국가이다. 회장, 부회장, 의원, 대법관 등 총 6명의 임원이 2~6학년 학급에서 선발되고 예서 나온 4~6학년의 의원과 대법관에 의해 의회의장과 대법원장이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된다. 대통령과 총리, 부총리 선출은 직선제로 이뤄진다. 매니페스토 협약식을 가지며 후보들은 이행 가능한 실천공약들을 내세우고 공정 선거를 다짐한다. 임원들의 임기는 6개월. 보다 많은 학생들이 어린이나라의 제도를 맛보게 하기 위함이다.
입법부에서 결의한 주생활목표에 따라 행정부는 실천사항을 정한다. 사법부는 이런 실천사항의 이행 여부에 대해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된다. 3부가 분리, 운영되면서 회의시간의 단축은 물론 직간접적으로 각 부의 역할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부총리 김동완(5학년) 군은 “밖에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부총리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참 힘든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어린이나라를 통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익히게 됩니다. 각 부의 협력의 중요성, 미래의 지도자가 될 사람들은 어떤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 익히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죠.” 08년 첫해부터 ‘어린이나라’를 운영하고 있는 이철규 교사는 이를 위해 “학교 내에서의 실천사항 외에도 시의적절한 특별 의제를 올려 글로벌 시각을 심어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교육감 투표참여운동, 지난해 이루어진 달러 모으기 운동, 가상UN총회 등이 그 예다.

보다 조직적이고 전문화된 영화어린이나라로 거듭나는 중
‘지구온난화와 에너지’를 주제로 열렸던 가상UN총회는 공동선언문 작성부터 나라 정하기, 나라별 의견서 만들기까지 전부 아이들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영어로 진행됐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영어공부를 하며 사전을 뒤적여가며 훌륭하게 국가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이 교사가 전한다. ‘자율’과 ‘창의’라는 모토 아래 시야가 세계를 향해 돌려지면서 가치관도 글로벌화되는 것. 당당한 자신감과 논리 정연한 생각들은 글로벌 인재상,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 수상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시도교육청 책자에 벤치마킹 사례로 소개되는 등 현재 영화어린이나라 제도는 기존 전교어린이회의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올해는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무효, 기권표 ‘0’ 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활용해 번호만 누르면 바로 후보의 득표현황이 집계될 수 있도록 했다. 선거시간 단축 효과도 가져왔다. 영화어린이나라가 좀 더 활발하게 정착되기 위해선 “4~6학년 대상으로만 이뤄지는 전교조직을 학급조직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이철규 교사는 강조한다. 더불어 학교운영위원회 참관, 총리와 부총리의 역할 강화로 총리도 회의 소집의 자율권을 가지도록 할 예정이다.
누군가 던져주고 제시해주는 것에 익숙해 자신의 의사표현에 서툴기만 한 요즘 아이들. 영화어린이나라는 이런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발굴하고 이끌어주는 선두주자의 역할을 담당해내고 있는 듯하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팁-영화초등학교는...
장안구 조원동에 위치한 영화초등학교(교장 오세건)는 1954년에 설립, 오랜 역사를 가진 수원의 초등학교 중 하나. 7개 학급으로 시작해 현재는 35학급(특수학급 2학급 포함)이 운영되고 있으며 학교 내에 경기교육역사박물관도 설치되어 있다. 2003년 경기도 역사관 시범학교로 선정, 박물관과 수원화성 등의 문화유산 투어가 진행된다.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적인 어린이 육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도서스카우트 ‘책누리단’과 수원 논술 아카데미, 수원 논술 대회 운영 등 사통팔달 논술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전국소년체전 체조 및 테니스 부분에서 각종 수상을 석권할 정도로 체조부, 테니스부의 활동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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