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화요비 ‘개똥이’를 지나 ‘반쪽’으로 돌아오다

지역내일 2009-03-24 (수정 2009-03-24 오후 4:47:05)
가수 화요비 ‘개똥이’를 지나 ‘반쪽’으로 돌아오다





화.요.비.
‘개똥이’를 지나 ‘반쪽’으로 돌아오다
 
이루어지지 않는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수 화요비는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깨는’ 모습을 선보여 인기를 끌곤 했다.
그런 화요비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4차원 캐릭터’를 드러내며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꿀 법한 부부를 그렸으니 사랑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가창력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대한민국 여자 가수 중 한 명인 화요비는 신비주의를 고집하지 않고 대중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팬층을 넓혔다. ‘우리 결혼했어요’를 마치고 ‘반쪽’으로 돌아와 누구보다도 바쁘게 지내는 화요비를 만났다. 
사진제공 글로웍스엔터테인먼트(주)




반쪽’이 떠올라 
한 시간 만에 가사 썼어요
최근 화요비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를 마치고 본업인 음악으로 돌아왔다. 미니앨범 ‘This is love’의 타이틀곡은 ‘반쪽’. 음반이 발매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시대의 ‘Gee’를 누르며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저도 ‘Gee’를 좋아해요. ‘Gee’를 눌렀다기보다는 ‘Gee’가 먼저 사랑을 많이 받다 보니 타이밍이 그런 거죠. (웃음)” 겸손해 하면서도 화요비는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반쪽’은 듣자마자 타이틀곡이라는 느낌이 왔다고. “비트가 강한 노래를 좋아해요. 멜로디에 대중성이 있어서 비트가 강하게 편곡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중성 있는 멜로디에 호소력 있는 화요비의 목소리가 더해져 ‘반쪽’은 완성됐다. 




화요비 노래들이 대부분 그렇듯 ‘반쪽’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아파온다.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그리는 애절한 가사 때문이다. 가사를 쓴 사람은 화요비 자신. 인터뷰 때마다 본인의 경험인지를 묻는지, 질문도 하기 전에 경험담은 아니라며 손사래 친다. “노래가 좋아서 욕심이 났어요. ‘반쪽’이라는 제목이 생각나 한 시간 만에 써 내려갔죠.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 보다는 살짝 틀어서 쓰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이미 있는 사람을 사랑해서 갈등하는 여자의 마음을 담아 가사를 썼어요.”
화요비는 ‘남자는 모른다’ 이후로 가사를 즐겨 쓴다. 이야기를 만들어 노래에 잘 맞게 붙이는 작업은, 괴롭지만 하고 나면 굉장히 보람이 있다고. “전문가는 아니라서 곡이 마음에 안 들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쓰는 스타일이에요. 기복이 심한 작사가죠.”
화요비는 ‘반쪽’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키스신 등을 소화해 그 수위를 두고 인터넷에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원래 연기에 욕심이 있었는데 할 기회가 없었어요. 제 노래에 제가 연기를 하면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잖아요. (웃음) (연기가) 예상 외로 파급 효과가 커서 놀랐어요. 제가 벗은 것도 아니고, 옷의 끈 하나 내려갔을 뿐이거든요. 감독님께서 에로틱하게 몽환적으로 잘 잡아 주신 거예요.”
물론, 그녀도 뮤직비디오 속 이미지가 ‘우결’ 이미지와는 상반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가수로서 노래와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 아래 결정했고, 뮤직비디오 작업은 내내 좋은 컨디션에서 부담 없이 진행됐다.




성대 종양 아픔 딛고  환요비 커플로!




지난해 화요비는 가수로서보다 예능인으로 이름을 더 많이 알렸다. 지난 2000년 데뷔한 이래,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을 한 것은 ‘우결’이 처음이다. “원래 신비주의 콘셉트로 활동하면서 예능 프로그램과는 담을 쌓고 지냈죠. 그런데 방송국 분위기가 가수가 노래만 하게 놔두지 않아요. 내가 팔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연예인조차도 있어야 되는 세상이 도래했거든요.”
가수가 노래만 하지 못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야 하는 현실은 이미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다. 화요비도 세상의 흐름에 발을 맞춰 어떤 가수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녀는 ‘노래만 할래요’라며 신비주의를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이 지닌 또 다른 면인 ‘4차원 캐릭터’를 드러내며 대중과 호흡하는 형식을 택했다. “제가 몇 번 토크쇼 같은 데 나갔을 때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서 예능계에 발돋움을 하는 데 도움이 됐죠. 그러다 ‘우결’이란 좋은 포맷을 만나서 제가 가진 개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어요. 일명 ‘4차원적’ 성격이 만천하에 공개가 된 거죠. 그건 만들어진 이미지는 아니에요. 전 늘 그렇게 살아 왔었는데, 자의든 타의든 베일에 가려져 있던 모습이 조금 더 친숙해진 거죠.”
그렇다면 예능 때문에 잃은 것은 없을까. “전 예능의 수혜자라고 생각해요. 장르 때문에 국한돼 있던 팬층이 아래, 위로 ‘한 방’에 두터워졌거든요. (웃음) 초등학생이나 나이 드신 분들도 절 알게 됐어요. 제가 음반이 나왔을 때도 ‘저 누나, 저 언니 나왔네’ 할 수 있죠.” ‘개똥이’로 불리는 것도 기분 나쁘지 않았단다. “개인적으로 남자친구를 만나봤었으니까 알잖아요. 남자친구랑 재미있는 별명을 붙인다든가 하는 소소한 게 기억에 얼마나 많이 남는지. ‘이걸 계기로 우리가 친해지고 허물없는 사이가 되겠구나’ 했죠. ‘개똥이’가 입에 착 붙기도 하고요. (웃음)” 별명 덕택일까. 가상결혼이지만 화요비는 환희와 정이 많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만나 남편, 아내의 역할을 마치 진짜처럼 가상으로 수행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환희라는 좋은 친구를 얻은 건 ‘우결’ 출연의 큰 수확이죠. 요즘엔 본의 아니게(?) 컴백을 동시에 해서 하루에 두 번씩도 봐서 좋아요. 하는 음악도 같은 장르라 해 줄 얘기가 많고요.”
‘우결’로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녀가 출연을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성대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던 끝자락에 ‘우결’ 출연 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힘든 때이기도 하지만, 제 인생 전체를 놓고 봐도 바닥을 쳤던 때였어요. 정말 힘들었죠.” 그녀는 웃음을 띠면서 담담히 말했지만 당시, 그녀는 성대 종양 때문에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폭식증까지 와서 살이 많이 쪘었어요. 그래서 나가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었죠. 사람도 잘 안 만나고 자신감이 없었을 때거든요.” 하지만 출연을 결정한 그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급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다이어트 때문에 또 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웃음)” 그렇게 그녀는 환요비 커플로 성대 종양의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올라 유명인이 된 화요비는 가수로, 연예인으로 사는 시간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한다. “유명인으로 산다는 거 진짜 별로예요. 그냥 피아노를 치라는 아버지 말을 들을 걸 그랬어요. (그녀는 데뷔하기 전 14년 동안 피아노를 쳤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없는 걸 얻었지만 사람으로서 포기해야 될 게 너무 많았어요.” 화요비는 더 이상은 마스크나 모자를 쓰면서 자기 자신을 가두면서 사는 게 싫다고 했다. 가두면 가둘수록 자신을 더욱 더 가두게 된다면서. 그 때, 화요비가 왜 환희와의 마지막 방송에서 길거리 데이트를 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평범하게 사는 걸 그녀가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도.

인터뷰가 있은 지 불과 2~3일 후, 화요비의 열애설이 터졌다. ‘언터처블’의 멤버 ‘슬리피’와 열애 중이라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적은 것이다. 미니홈피를 보며 화요비가 인터뷰 중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데뷔를 했기 때문에 남자 친구랑 손잡고 명동 거리를 다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이젠 해야겠어요. 이렇겐 못 살겠어요. (웃음)”
깔깔대고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그 말엔 그녀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가상의 남편이 아닌 진짜 남자친구와 열애 중인 화요비. 그녀의 바람대로 자신의 반쪽과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길거리 데이트를 즐기기를, 가수로서만이 아니라 자연인 화요비로서도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를 응원한다.    
자연인 화요비도 행복하기를




“제가 몇 번 토크쇼 같은 데 나갔을 때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서
예능계에 발돋움을 하는 데 도움이 됐죠.
그러다 ‘우결’이란 좋은 포맷을 만나서
제가 가진 개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어요.
일명 ‘4차원적’성격이 만천하에
공개가 된 거죠. 그건 만들어진 이미지는
 아니에요. 전 늘 그렇게 살아 왔었는데,
자의든 타의든 베일에 가려져 있던 모습이
조금 더 친숙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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