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민원 폭발, 비상구가 없다

지역내일 2001-07-06
개발홍역, 해법 절실
민원 폭발, 비상구가 없다
아파트 개발지 12곳 여기저기서 갈등

“아파트 단지 코앞에 자라고 있던 나무를 다 베어내고 어떻게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흐린 날씨나 바람 없는 날에는 공장매연, 악취로 숨을 쉴 수가 없다.(풍무 ㅅ아파트 주민)”
“공휴일이나 일요일은 공사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지키지 않았다. 도리어 현장소장은 그만한 소음 정도는 참을 수 있는데 왜 그러냐, 그거 듣는다고 사람이 죽느냐는 식이다.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아예 반협박이다. 민원을 넣으면 공무원이 나올 때만 조심한다.(사우 ㅅ아파트 주민 유모씨)”
김포시 전역이 홍역을 앓고 있다. 난개발 과정에서 빚어지는 각종 갈등 때문이다. 소위 ‘개발홍역’으로 불리는 갈등의 당사자들은 다양하다. 시공업체와 주민이 있고, 기존 입주민들과 후발 입주민 사이의 마찰도 있다. 주민과 행정기관과의 갈등이 있고, 세입자와 토지주가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자연히 민원이 발생하는 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접수된 민원수가 1786건이었던데 비해 2월 3941건, 3월 6382건, 4월 8814건, 그리고 5월에는 1만1404건으로 가히 폭발적이다. 세목별로 분류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이 중 상당수가 개발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에서 비롯된 민원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김포시청 주택과 서진학씨는 “부분별로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개발 관련 민원 증가 추세는 기하급수적”이라 전했다.

◆ 갈등 진원지 아파트 개발
양적 증가와 별개로 ‘개발갈등’은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세대가 얽혀있는 집단민원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해법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김포시 내에서 아파트가 개발되고 있는 12곳 중 불협화음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금은 시공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지만 풍무지구 안쪽 신동아아파트 주민들은 1350세대가 넘는 프라임빌 신축공사가 시작되면서 소음과 먼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문제를 제기하면서 풍무 신안아파트 주민들이 대림아파트측을 상대로 제기한 민원도 몇 달이 가도록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우 단지 내 장미연립 재건축 과정에서 인근 삼보아파트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 교통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한지도 1년이 넘었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이 외 감정동 푸른마을 신안아파트, 장기동 청송현대아파트 등도 예외 없이 개발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 해법은 공동기금 조성?
이런 가운데 도로침하문제 등으로 진흥흥하아파트 주민들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사우단지 건영아파트 주민들이 최근 1년 6개월만에 전격 합의를 도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진흥측에서 ‘공동기금’을 출자, 보수와 아파트 인근의 환경 개선작업에 사용하겠다는 제안을 건영측이 수용한 것이다.
주택과 서진학씨는 “개별 세대에 대한 보상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최근 건설업체가 공동기금을 조성해 분쟁을 해결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제기능을 못하고 있던 건축조정위원회, 시민배심제 등의 분쟁조정 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포경실련준비위원회 김창환 사무국장은 “아직 발족도 하지 않은 준비위에 벌써 3건의 민원이 접수돼 갈등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김포시의 발전을 위해서도 주민과 각 당사자들의 의견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정하는 공신력있는 기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갈등의 홍수’ 속에서 시민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며 기능 중심의 도시로 발전해 나갈 것인가, 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김포시는 지금 시험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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