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줌마 2

파주개성인삼으로 전통주 빚는 최행숙씨

전통주 빚기 우리 혼을 살리는 일이죠

지역내일 2009-03-20
파주시 법원읍 법원리, 법원도서관을 따라 난 옆길로 들어서면 ‘아직도 이런 조용한 마을이 있나’ 싶은 아늑한 시골길이 이어진다.
농협의 지원을 받는 팜스테이 농촌마을 법원4리 ‘초리골’. 마을 입구에서 약 1km 정도 올라가다 보면 두루뫼 박물관 길목이 시작 되고, 흙 냄새와 맑은 공기가 어우러진 농촌의 향기를 느끼며 조금 더 올라가면 아담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6년근 파주개성인삼으로 우리 전통주를 빚는 최행숙(54) 대표가 운영하는 ‘미인’의 사무실이자 주가(酒家)다.

아줌마, 인삼과 만나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 신경식(59)씨를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대대로 파주 민통선 안에서 개성인삼 농사를 지어 오고 있었다. 농가에서 태어나 자라 농사밖에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농사꾼과 결혼을 했으니 그도 농사꾼이 돼야 했다. 논에 모를 심듯이 종삼을 일일이 심어야 하는 인삼농사는 정성은 물론이고 짚으로 이엉을 이어 지붕을 올려주어야 하는 일까지 하나같이 손길이 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농사일을 배우며 최씨는 우연한 기회에 농업기술센타에 등록하게 된다. 남편을 따라 인삼 농사를 짓기는 했지만 인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였다.

아줌마, 농민주를 생각하다
농업기술센터에 생긴 ‘인삼여성분과’에서 인삼가공교육을 받게 되면서 최행숙씨는 인삼으로 만드는 요리 등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것들을 접해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농업기술센터에서 ‘우리 개성인삼으로 술을 빚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그 때가 2000년.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최씨는 서울 전통주연구소에 등록 해 박록담 선생으로부터 전통주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농업진흥청 등 술 만들기 교육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 가 교육을 받았다.
민통선 안에서 인삼농사를 지어야 하는 생활 속에서 일주일에 한번 서울을 오르내리며 전통 주를 만드는 교육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마음먹은 건 꼭 해보고야 마는 성격이 최씨의 노력에 날개를 달아주었고 남편 역시 ‘잘 배워보라’며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었다.

인삼에 농민주를 접목하다
열심히 술 빚는 법을 배우면서 파주개성인삼을 원료로 전통주를 만들면 반드시 우리만의 전통주가 될 것 같은 확신이 생겼다. 직접 누룩을 만들고 전통항아리에 술 담그기를 시작했다. 임진강 민통선 안에서 직접 지은 농산물인 찹쌀을 넣어 빚는 인삼주는 6년근 된 개성인삼만을 쓴다. 반드시 6년 된 6년근 개성인삼만을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른 인삼에 비해 향이 틀리고 인삼 자체가 단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개인적으로 농민주를 빚는 사람은 200여 명 되지만 자치단체가 직접 지원하는 사업으로 시작한 농민주는 최행숙씨가 처음이다. 술을 잘 빚어 보겠다는 열정 외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은 없었지만 다행히 경기도 지원사업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행정적인 처리 절차를 비롯해 세무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2007년 2월 드디어 국비지원사업으로 전통주 ‘미인’의 닻을 올렸다.

우리 누룩만으로 빚는 깔끔한 맛
‘미인’의 재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누룩은 우선 파주에서 재배하는 우리밀을 찧어 고온 다습한 상태에서 발효시킨 것을 말려서 만든 누룩만을 쓴다.
누룩에 물과 인삼과 찹쌀 찧은 것을 넣고 유약을 바르지 않는 전통항아리에 베 수건을 덮어 2개월 정도의 숙성과정을 거치는 것이 개성인삼 전통 주를 만드는 방법이다.
지금의 맛을 내기 위해 최행숙씨는 8년여 동안 누룩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여 맛을 개선시켜 왔다. 누룩을 띄울 때 온도 차이 등으로 그 맛이 달라지기도 하고 술을 숙성시키는 항아리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의 전통 맛을 고집하기 때문에 항아리에서 일일이 숙성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정성과 노력만큼 최고의 맛을 만들어 낸다는 자부심이 크다.
‘미인’은 현재 상표등록까지 마친 상태. 작년 개성인삼 축제 때는 오전 오후로 나누어 독4개를 헐어 술을 공개했는데 1시간여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 최고였다고.

올 봄엔 체험장도 열 계획
전통주 만들기는 사명감이 아니면 할 수 없었을 거라는 최행숙씨. 지금은 소규모 영세한 사업장이지만 몇 년 뒤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주가(酒家)를 꿈꾸고 있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일이 또 있다. 6년근 개성인삼으로 만든 홍삼을 넣어 고추장을 만들겠다는 것. 또 올 봄에는 인삼막걸리 술떡을 만들어 보고 시음도 할 수 있는 체험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우리 전통을 알려간다는 긍지와 기쁨은 어떤 고생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는 그.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와인 즐기기가 유행이지만 정작 우리 전통주의 참맛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와인보다 우리 전통주가 훨씬 좋은 맛과 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라며 환하게 웃는다.
김영진 리포터 yjk63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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