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신간]“우리는 헌법의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지역내일 2009-03-19 (수정 2009-03-20 오전 8:41:22)
저자로 돌아온 유시민의 제안 ... 헌법 읽기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돌베개/1만4000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누구나 알만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유시민은 지금 다시 헌법을 돌아보자고 말한다.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이라고 말하는 유시민 전 장관이 다시 정치 선언을 하려는 것일까. 그는 지금의 그를 ‘유배생활’ ‘내적망명’의 상태에 놓였다고 한다.
1년간의 침묵을 깨고 작가로 돌아온 유시민이 다시 헌법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늘 논란의 중심, 정치의 중심에 있었다. 그가 정치 활동을 접고 저자 유시민으로 돌아온 후 최초로 그간의 생각을 정리한 ‘대한민국 헌법’. 그는 이 헌법 조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간상과 세계상을 그리고 있는 지 음미하며, 각 조문들이 담고 있는 당위와 이상의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는 것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헌법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과 정보를 주지는 못한다.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으로 구성된 아포리즘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단편들이 모여서 헌법이라는 복합적인 대상에 대한 해설을 이루는 구조다.
그는 스스로가 지난 1년간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마땅히 가야 할 수많은 장례식과 결혼식을 그냥 흘려 보냈다. 숱한 모임과 행사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 결과로 뱉어낸 것이 이 책 ‘후불제 민주주의’다.
책에서 그는 측은지심을 얘기했다. “다시 맹자를 읽으면서 수오지심과 사양지심을 챙긴다. 시비지심 가득한 자아를 내면에 담은 채, 측은지심에 이끌려 겁도 없이 공직에 뛰어드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 다시는 그런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지.”
이 글에서 독자에 대한 계몽적 관점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과 경험, 이념과 주장을 성찰하기 위해 쓴 회고적 에세이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후불제 민주주의’는 세계 경제가 대공황을 방불케 하는 실물위기로 빠져드는 가운데 한국 경제와 국민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이 헌법이라는 것에서 시작한다.
한 사회의 형식적 민주주의가 확보됐다고 여기는 순간, 민주주의는 내부로부터 위협을 당한다. 찬란한 민주주의를 꽃피운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선거를 통해 집권한 히틀러의 경우가 그렇다. 유시민은 이 같은 사례를 들어 이명박 정부를 애둘러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정직한 대가를 치러야 누릴 수 있는 민주주의를 한국사회는 제도와 법으로 먼저 얻었기 때문에 비용과 대가를 할부로 치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의 대가를 치루는 것이라고 한다. 책 제목 역시 같은 의미의 ‘후불제 민주주의’다.
그는 헌법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헌법이 담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조항 하나하나에 인류의 문명사가 들어있다. 자유와 평등, 인권과 평화, 복지와 사회안정을 갈망하는 인간의 오랜 꿈이 헌법에 담겨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헌헌법 덕분에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공정한 재판의 자유 등을 얻었다. 양성평등이 대중적 의제가 되기 전에 여성들이 동등한 참정권을 부여받았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노동3권이 주어졌다.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공화국이 된 것이다.”
이 것이 저자 유시민이 다시 헌법 읽기를 제안하는 이유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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