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준화 지역 명문고가 뜨는 이유

이상적인 학습 분위기가 실력을 키우고 생각까지 깨우다

방과 후 학교 등을 적극 활용한 효율적인 시간관리, 선택 시에는 높은 합격선과 주변 상황 신중하게 고려해야

지역내일 2009-03-11
2009년 대학 입시 결과의 뚜껑을 열고 보니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특목고, 자사고 등의 내로라하는 학교들 사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비평준화 지역의 고교가 그렇다. 안산동산고의 경우 서울대 합격생만 19명, 광명진성고도 8명을 배출했다. 학부모의 눈과 귀가 비평준화 지역의 소위 ‘명문고’에 꽂히면서 명문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는데…. 비평준화 지역의 명문고의 매력과 실패하지 않는 선택의 조건 등을 담아보았다.

내신+연합고사 성적이 당락 결정, 평준화 지역과는 다른 경쟁력 가져
현재 경기도에서 수원, 성남, 안양(과천, 군포, 의왕 포함), 부천, 고양의 5개 학군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 경기도 교육감이 아닌 해당 고등학교장이 입학 전형을 실시한다. 학군내배정(1지망)과 구역내배정(2지망)순으로 학생의 지망순위를 반영, 학교별 정원의 일정 비율만큼 배정하는 평준화 지역과는 달리 비평준화 지역은 지원 학교별 성적순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내신(200점)과 연합고사(100점) 점수가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거주지와 상관없이 지원이 가능한 만큼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참고로 09년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인 동산고(안산), 진성고(광명), 병점고(화성) 합격선은 270~280점대였다.
“2010년 역시 내신 190~195점 이상(학교내신 4~7%), 연합고사 83~87점 정도로 총 275~282점 선을 커트라인으로 보고 있다”는 마스터글로벌 영통본원 송봉환 부원장은 “이미 경기도 내 최고 학생들이(학교전체 석차 1~10등)비평준화 지역의 명문고로 진학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고 확충, 대학입시 3불 정책의 폐지 등과 같은 정책이 향후 명문고 선호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명문고의 필요충분조건-실력을 키워주는 우수한 학습 환경
실력 있는 학생들의 명문고 진출은 결국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는 학생 개개인을 향한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만들어주는 교육 환경, 제반 여건 등이 필요충분조건으로 함께 한다. 동탄종로엠스쿨 김용남 원장은 “학부모와 학생의 교사·학교에 대한 신뢰도도 명문고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이유로 최근 역사가 오래지 않은 병점고가 신흥 명문고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의 특징은 부분적이라도 기숙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것.(병점고, 동산고도 일부 갖춤) 학교 내에서 전반적인 학습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별도의 사교육비 없이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명문고를 선택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특화된 그들만의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수원 인근의 명문고를 통해서 살펴보자.

▷병점고는 2008년 입시에서 94% 진학률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2004년 개교, 3회 졸업생을 배출한 5년이란 짧은 역사에 비한다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이에 대해 이재희 교무부장은 “공부에 열정적인 학생과 선생님이 이상적인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학 분야 지역 공동 영재학급, 과학교과 특기자 선발 등 과학인재 육성을 위한 특화된 커리큘럼도 이공계 우수 학생들이 병점고를 선택하는 이유다.
수업 중에 이뤄지는 1,2학년 대상의 4수준별 이동수업과 방과 후 학교인 ‘무학년제’는 학생의 실력을 확실하고 견고하게 다져주는 프로그램. 고2수준의 수학·영어를 배우게 되는 ‘무학년제’는 선행이나 보충수업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평소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 활동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자기주도적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서는 성취감과 자신감도 키워나가도록 했다. ‘한국사 연구, JLPT고급일본어, HSK중국어대비, 논술심화 등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교과 특성화 과정에 대한 인기도 상당하다’고 이 교무부장은 전한다. 공립학교이면서도 사립고 못지않은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이 돋보인다.
▷동산고는 미션스쿨(mission school)답게 인성과 사랑, 교양을 강조한다. “동기부여를 통해 뚜렷한 목표의식을 세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규철 교무부장은 “명사 초청 특강, 연중 2회 실시되는 미국, 일본 국외 연수 등의 프로그램이 학생들 스스로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해 10~12차례 이뤄지는 ‘명사 초청 특강’에는 강영우 박사, 강지원 변호사 등과 같은 저명한 인사들이 다녀갔다고.
문학감상, 해외논문번역 등의 시범학급도 매주 토요일 1교시에 운영된다. 담임 본연의 역할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이를 통해 교사 학생 간 유대감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했다. 발표회를 통한 정보 공유도 이뤄진다. ‘로봇’하면 ‘동산고’라고 특화되어 있을 정도로 동산고 역시 과학교과 특성화고. 천체관측반, 물리반, 레고로봇반, 생물반 등의 다양한 과학 발명반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진성고는 수도권 최초의 전교생 기숙학교. 등하교 시간의 절약으로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또 다른 경쟁력이다. “다른 학교 학생에 비해 한 학기 정도 더 다닌 효과”라면서 도병훈 교육기획부장이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주야간 2중 담임제도는 진성 만의 자랑으로 수업 외적인 상담과 고민도 꼼꼼하게 체크된다고. 교사와의 밀착된 관계는 학생들 스스로 진성 7무(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한 생활수칙)를 잘 따르게 만드는데 적잖은 역할을 해나간다. 기숙사에 있다 보니 외부강사 초빙, 독서토론반과 같은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방과 후 학교에서는 요가와 같은 체력단련 프로그램 외에도 수학·영어 레벨테스트를 통한 심화반 수업이 진행된다. 전담교사가 배치된 ‘국제칼리지카운셀링부’도 인상적이다. 일주일 단위로 짜여진 프로그램 이외에도 유학 준비중인 학생에게 별도로 진학 관리가 들어간다. 올해에는 뉴욕 주립대에 2명이 입학했다. 이를 토대로 곧 유학반도 개설해 국제화 시대에 맞는 인재를 본격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내신관리와 데이터 확보, 신중한 선택만이 합격으로 이어져
명문고 준비는 전 과목 철저한 내신관리가 필수다. 그만큼 공부양도 많은 편이다. 내신반영비율은 중3 과정은 50%, 중2는 30%, 중1은 20% 정도. 중1,2 과정의 성적이 흡족하지 않다면 중3 1,2학기 중간, 기말고사에 집중하자. 연합고사는 국영수사과를 비롯한 총 10개 국민공통기본교과에서 총 200문항이 출제된다. 심화 과정이 아니라 중등 과정을 잘 마쳤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
상위 10% 이내의 학생이라면 무난하게 명문고 합격이 점쳐지지만 준비 없는 섣부른 판단은 위험하다. 영재사관학원 동탄직영캠퍼스 김석훈 원장은 “외고나 특목고를 기피하는 이공계 계통의 우수 학생들이 비평준화 지역의 명문고를 선택하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2010년 입시에서는 과거와 달리 외고 등 특목고 선택 기회가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아 예서 탈락한 학생들이 대거 몰릴 것”이라며 신중한 선택을 강조한다. 탈락하면 후기 미달 고교의 추가모집에 응시할 수밖에 없다.
중2 겨울방학 정도에는 목표를 설정한다. 관련 학교의 합격점수대 등 정확한 정보 수집은 기본이고 원서 접수 시 명문고별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안내되는 지원 현황을 눈여겨보자. 3년간의 기숙사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자신의 성향도 따져보라.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 간의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 인생의 첫 번째 관문에서 낙오자가 되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

도움말 마스터글로벌 영통본원, 동탄종로엠스쿨, 영재사관학원 동탄직영캠퍼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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