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 전, 우리 아이 마음의 병은 없을까

학교 생활 원만하게 적응하려면 먼저 살펴봐야 할 ‘마음의 건강’

지역내일 2009-02-15
다음 달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지우 엄마(34)는 요즘 걱정이 많다. 지우가 또래 아이들보다 참을성이 없고 주의가 산만해 유치원에서도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에 오래 동안 집중하지 못하는 지우의 행동 때문에 고민하는 지우 엄마에게 주변에선 남자 아이들의 특성이려니 하며 이해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학교입학을 앞두고 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생님에게 미움을 받진 않을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진 않을지’ ‘학교 수업은 잘 따라 갈 수 있을지’ 이런 저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우 엄마는 아동심리 검사와 상담을 받기로 했다. 지우의 원만한 학교 적응을 위해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오늘은 취학 전 부모가 살펴봐야할 아이들의 마음의 병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ADHD
연세 최의겸 소아정신과의 최의겸 원장은 취학을 앞둔 아동을 둔 부모들에게 “아이가 주의가 산만하진 않은지, 대화가 서툴진 않은지,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부모가 미리미리 파악해 아이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의가 산만하거나 행동이 부산하고 지켜야할 규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의심해볼 수 있다.
ADHD는 전체 학령기 아동의 5~10%를 차지하는 흔한 소아정신과 질환으로 남자 아이에게 특히 많다. ADHD 아이들은 주변을 살피거나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을 먼저 하는 충동성을 보이는데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별 문제 없을 수 있지만 통제와 절제가 요구되는 학교생활을 시작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은 어리기 때문에 ADHD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우의 경우처럼 남자아이들의 특성으로, 혹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이해받을 수 있다. 그래서 부모들 중 일부는 초등학교 입학 후 학교를 통해 자녀가 ADHD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ADHD는 아동의 의지나 부모의 양육방식의 변화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뇌의 신경생물학적인 병이다. 초기에 교정하지 않으면 학습은 물론 정서나 대인관계 등 광범위한 분야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ADHD가 의심되면 반드시 소아정신과를 찾아 진단과 이에 따른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말 늦는 아이 치료시기 놓치지 말아야
말이 늦은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시간이 약’이라는 것이다. ‘때가 되면 다 한다’는 어르신들의 느긋한 조언이 들어맞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 있다. 언어는 의사소통 뿐 아니라 학습과 인지능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말이 늦으면 또래관계가 위축되고 학습능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세 최의겸 소아정신과의 최의겸 원장은 “지능의 많은 부분이 언어발달과 관련돼 있어 언어발달이 지체되면 부적응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만6세 정도면 발음이나 문법 면에서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만 일부는 알아듣기 쉽지 않을 정도로 늦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언어발달의 지체는 자연스럽게 회복되기도 하지만 지능이나 학습에 문제를 보이며 대인관계와 성격에까지 장애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지능저하가 자신감 저하로 이어져 회복이 쉽지 않게 된다. 따라서 아이의 언어구사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불안할수록 심해지는 ‘틱장애’
아이가 눈을 자꾸 깜빡이거나 코를 씰룩이거나, 어깨를 들썩이는 등의 반복된 행동을 보일 때 틱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복된 행동 뿐 아니라, 헛기침이나, 가래를 뱉는 듯한 소리, 코를 들이키는 소리 등 반복된 소리를 내는 경우도 틱 장애로 의심된다. 이러한 행동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작이나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의 이런 행동을 나쁜 습관으로 보고 야단을 치게 된다. 그런데 부모가 야단치는 것은 아이의 심리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결과적으로 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뿐, 틱장애를 호전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체로 틱 증상은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완화되거나 없어지기도 한다.
사춘기 전후로 틱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은 자연적인 틱의 경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틱증상의 정도에 상관없이 일 년 정도 지속되거나, 틱증상의 빈도가 심해서 일상생활이나 학업 및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자세한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틱증상과 흔히 동반되어 있는 불안 증상이나 집중력 문제는 학습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말 연세 최의겸 소아정신과 최의겸 원장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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