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오카리나 동호회 ‘흙향’

우리는 흙피리가 좋아요

지역내일 2009-02-26 (수정 2009-02-26 오후 11:49:08)
빵 쿠키 떡. 오늘 따라 테이블이 가득하다. 매주 화요일은 11시에서 2시까지 강습과 함께 연습이 있는 날이라 조금씩 싸온 ‘흙향’ 식구들의 인심에 이야기꽃이 저절로 핀다. 여성회관에서 강습을 받은 회원들이 그대로 끝내기가 아쉬워 각자 아는 사람들을 모아모아 원주 오카리나 동호회‘흙향(회장 안영춘)’을 만들었다. 흙향 식구들이 오카리나를 배운 곳은 여성회관, 원주녹색연합, 원주평생교육정보관 등 각각 다르지만 오카리나를 계속하고 싶은 열망만큼은 똑~같다. 흙향 회원 제니(정미정·41)님은 ‘나이 차이가 많게는 20살이예요. 나이 별로 선호하는 곡이 달라 장르가 트로트에서 빠른 연주곡 등 다양하죠’하며 흙향의 나이 차이를 장점으로 이야기 한다.

현대 성우리조트에서 가진 첫 정기 연주회
자연의 소리. 천상의 소리. 오카리나 소리에 붙는 수식어가 오카리나의 음색을 가늠하게 한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 했던가? 동호회 결성 후 정기모임과 몇 달에 한 번씩 발표회를 가진 지 일 년이 되어간다. 흙향 회원들이 꾸준히 실력을 쌓아 이번 달 13일에 현대 성우 리조트에서 첫 정기 연주회를 가졌다. 일 년 동안의 활동이 결실을 맺은 듯해서 가슴이 벅차다.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이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격려의 말을 나누며 웃음이 만발한다.
흙향은 온-오프 라인 오카리나 동호회로 온라인 까페 회원은 120명 가량 되고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회원은 30여명 정도 된다. 정기 모임은 주 2회. 한번은 같이 강습을 받으며 연습을 하고, 한번은 회의, 연주회 연습, 기초 호흡 연습, 수다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사실 오카리나는 부드러운 소리가 벽을 넘어 멀리 가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불면 눈총을 받기 일쑤다. 그래서 정기모임은 방음 처리가 된 중앙시장 2층 신협강당에서 갖거나 박경리 문학공원 등 야외에서 갖는다. “야외에서 하다 보면 산책 나온 분들이 소리에 끌려 기웃기웃해 부는 모습을 더욱더 가다듬게 되기도 하고 행여나 실수 할까 더 긴장되기도 한다”며 즐거운 모습이다. 연주회 연습차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모여 연습한 것이 계기가 되어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연주를 제안 받기도 했다.

오카리나에 푹 빠진 일 년 동안 우리는요~
자료보완을 위해, 회원들 간의 소식 전달을 위해 온라인 까페를 운영한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흙향’ 수문장 안영춘(55)씨의 카페 관리가 회원들을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 오카리나를 하다보면 오카리나의 음역이 넓지 않아서 조옮김을 해서 불어야 할 때가 있다. 오카리나는‘조옮김’을 하여 트로트‘사랑밖엔 난몰라’을 비롯하여 연주곡‘캐논(cannon)''까지 거의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점점 더 오카리나에 빠져 드는 것일까?
오카리나를 하다 보면 이 노래 저 노래 연주해 보고 싶은 곡들이 많이 생겨난다. 책 한 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비닐 파일에 나의 악보집을 만드는 것은 필수이다. 오카리나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악보집은 여러 권으로 늘어난다.
온라인 카페 ‘흙향’에서는 그동안 쌓여진 여러 악보들을 다운 받을 수 있고, 회원들의 연주 뿐 아니라 오카리나 명연주도 들을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오카리나의 관리법 등 일 년간 쌓인 오카리나 관련 여러 정보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그 동안 쌓여진 까페의 활동 사진과 자료들은 흙향의 보물이며 역사이다. 취미로 시작한 오카리나에 푹 빠져 이제 오카리나와 같이 생활하는 흙향 회원들에게서 삶의 멋과 여유를 엿본다. 회원 향기(이은선·45)님은 ‘지난 여름 계곡에 발 담그고 오카리나를 불던 때 정말 좋았어요’하며 지난 여름 생각에 얼굴 가득 하회탈을 만든다.

작은 거위 ‘오카리나’
     
이탈리아어로 ‘새끼 거위’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오카리나는 흙으로 빚어 초벌구이로 만들어진 악기이다. 흙으로 구워 만든 악기는 수 천 년 전부터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당시에는 지금의 형태가 아닌 한 두 음 정도만 내는 주술적인 성격을 갖는 것으로 고대 마야 유적에서 발견된 형태를 보면 주로 거북이나 새 등 여러 동물을 표현한 것이 발견된다.
오카리나는 19세기 중엽에 이태리 벽돌공이면서 음악가였던 주세페 도나티가 악기적으로 연구하고 개량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흙향 http://cafe.daum.net/wonjuocarina
박미영 리포터 mechom@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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