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2002’, 쉽게 풀자면 ‘2002회’다. 미술동호회의 창단시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동아리명. 수원시미술협회에 단체로 등록되어 있고 각종 공모대회에 입상한 작가들이 수두룩할 만큼 삼환아파트의 ‘주부미술동호회’는 주변에도 입소문이 자자하단다. 취미 정도일 거라던 생각은 큰 오산이었던 모양이다.
그림그리기1-따로 또 같이, 하나로 만들어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 가운데에서 조명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꽃병과 과일들. 그 주변을 여러 개의 이젤이 에워싸고 있다. 리포터 눈에는 딱 한 가지 색인 정물이 화폭에 담기니 각양각색 다른 느낌이다. 작은 전시회라도 온 듯 작품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림 주제는 매번 달라져요. 유화가 위주지만 누드, 드로잉, 크로키도 하고 봄·가을 야외스케치 겸 나들이도 가지요.” 창단 이후부터 얼마 전까지 회장직을 맡아왔던 최경애 씨의 설명 덕에 동호회 활동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창단 배경은 이렇다. 13년 전, 초등 어머니취미교실에서 미술을 처음 접하게 됐다. 학창시절에 그림을 너무 못 그렸던 게 아쉬워 한번 도전해보자 한 것이 여기에서 멈추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몇몇 뜻있는 엄마들을 주축으로 만든 ‘2002회’는 현재 14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지 내 주부들뿐만 아니라 알음알음 소개로 멀리서 동아리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화성에서 온다는 이경옥 씨, “처음 왔을 때부터 왠지 친근한 게, 진심으로 대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림그리기2-풍요로운 삶을 색칠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은 ‘2002회’를 두고 한 말은 아닐까. 의외로 미술과 담쌓고 살아온 주부가 대부분이다. 정말 선긋기부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 과정을 지켜본 강상중 지도강사(한국미술협회 경기도지회 부지회장)는 ‘그들의 열심인 모습’에 반했단다. 그래서 강의를 흔쾌히 승낙했고 각자의 개성과 분위기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성격은 그림 속에도 담긴다. 어두운 색을 주로 썼던 최경애 씨는 점차 밝은 색을 쓰려고 하다 보니 성격도 바뀌었다고. ‘미술치료’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최순호 씨 역시 “존재에 대한 회의와 정신적 갈등에 시달리던 제게 미술은 ‘행복’을 가져다줬다”고 밝은 웃음을 짓는다. 정말 행복이 얼굴 가득 피어있다.
삶이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가족은 물론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졌다. “좋은 색깔 보면서 그림으로 수양 쌓다보니 마음이 예뻐질 수밖에요.” 창단멤버인 유수주 씨의 말을 빌자면 우울증도 비켜간단다. 이제 그들에게 그림의 의미는 명확해졌다. ‘생활의 일부분’, 즐기며 사는 인생의 평생 취미이자 동반자! 유경희 씨의 결론이다.
그림그리기3-알콩달콩 성숙한 삶을 논하다
대보름맞이 조촐한 떡 파티 속에 그녀들은 이내 수다스러운 주부로 돌아왔다. 가정이 일순위이다 보니 남편, 아이에 대한 여러 경험들을 나눈다. 그 속에서 얻는 보석 같은 인생의 지혜에 회원들은 그림 못지않은 자산을 가졌다. 엄마를 화가쯤으로 알고 있는 아이들, 집에 걸린 아내의 그림을 감상해 줄줄 아는 남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들에게 주부로 살아가는 일은 참 행복해보였다.
“재료 구입비용이요? 그렇게 많이 안 들어요. 천 따로, 틀 따로 사서 화폭을 직접 만들죠. 완제품 대비 절반 가격에 회원들이랑 만드는 재미도 있어요.” 주부다운 내공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2002회 정기전’이 열린다. 곽순정 회장은 “직책을 맡고 처음 준비하는 거라 걱정”이라면서도 “지금까지 그랬듯 회원들이 잘해줄 것을 믿는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서 발길을 끊을 수 없다”는 문선화, 강인경 씨의 얘기에 ‘믿음’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렇게 넉넉함이 묻어나는 창단멤버들은 물론 그들과 마치 오래전부터 보아온 듯 편안해 보이는 신입회원까지, ‘2002회’가 영원히 함께 하기를 바란다.
“어느 누구든 환영합니다. 그림을 알든 모르든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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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리기1-따로 또 같이, 하나로 만들어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 가운데에서 조명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꽃병과 과일들. 그 주변을 여러 개의 이젤이 에워싸고 있다. 리포터 눈에는 딱 한 가지 색인 정물이 화폭에 담기니 각양각색 다른 느낌이다. 작은 전시회라도 온 듯 작품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림 주제는 매번 달라져요. 유화가 위주지만 누드, 드로잉, 크로키도 하고 봄·가을 야외스케치 겸 나들이도 가지요.” 창단 이후부터 얼마 전까지 회장직을 맡아왔던 최경애 씨의 설명 덕에 동호회 활동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창단 배경은 이렇다. 13년 전, 초등 어머니취미교실에서 미술을 처음 접하게 됐다. 학창시절에 그림을 너무 못 그렸던 게 아쉬워 한번 도전해보자 한 것이 여기에서 멈추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몇몇 뜻있는 엄마들을 주축으로 만든 ‘2002회’는 현재 14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지 내 주부들뿐만 아니라 알음알음 소개로 멀리서 동아리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화성에서 온다는 이경옥 씨, “처음 왔을 때부터 왠지 친근한 게, 진심으로 대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림그리기2-풍요로운 삶을 색칠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은 ‘2002회’를 두고 한 말은 아닐까. 의외로 미술과 담쌓고 살아온 주부가 대부분이다. 정말 선긋기부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 과정을 지켜본 강상중 지도강사(한국미술협회 경기도지회 부지회장)는 ‘그들의 열심인 모습’에 반했단다. 그래서 강의를 흔쾌히 승낙했고 각자의 개성과 분위기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성격은 그림 속에도 담긴다. 어두운 색을 주로 썼던 최경애 씨는 점차 밝은 색을 쓰려고 하다 보니 성격도 바뀌었다고. ‘미술치료’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최순호 씨 역시 “존재에 대한 회의와 정신적 갈등에 시달리던 제게 미술은 ‘행복’을 가져다줬다”고 밝은 웃음을 짓는다. 정말 행복이 얼굴 가득 피어있다.
삶이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가족은 물론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졌다. “좋은 색깔 보면서 그림으로 수양 쌓다보니 마음이 예뻐질 수밖에요.” 창단멤버인 유수주 씨의 말을 빌자면 우울증도 비켜간단다. 이제 그들에게 그림의 의미는 명확해졌다. ‘생활의 일부분’, 즐기며 사는 인생의 평생 취미이자 동반자! 유경희 씨의 결론이다.
그림그리기3-알콩달콩 성숙한 삶을 논하다
대보름맞이 조촐한 떡 파티 속에 그녀들은 이내 수다스러운 주부로 돌아왔다. 가정이 일순위이다 보니 남편, 아이에 대한 여러 경험들을 나눈다. 그 속에서 얻는 보석 같은 인생의 지혜에 회원들은 그림 못지않은 자산을 가졌다. 엄마를 화가쯤으로 알고 있는 아이들, 집에 걸린 아내의 그림을 감상해 줄줄 아는 남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들에게 주부로 살아가는 일은 참 행복해보였다.
“재료 구입비용이요? 그렇게 많이 안 들어요. 천 따로, 틀 따로 사서 화폭을 직접 만들죠. 완제품 대비 절반 가격에 회원들이랑 만드는 재미도 있어요.” 주부다운 내공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2002회 정기전’이 열린다. 곽순정 회장은 “직책을 맡고 처음 준비하는 거라 걱정”이라면서도 “지금까지 그랬듯 회원들이 잘해줄 것을 믿는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서 발길을 끊을 수 없다”는 문선화, 강인경 씨의 얘기에 ‘믿음’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렇게 넉넉함이 묻어나는 창단멤버들은 물론 그들과 마치 오래전부터 보아온 듯 편안해 보이는 신입회원까지, ‘2002회’가 영원히 함께 하기를 바란다.
“어느 누구든 환영합니다. 그림을 알든 모르든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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